울릉도 중학교 4곳 하나로 통합… “바리스타-골프수업도 해요”
‘특기적성 교실 30개’ 울릉중학교
“거리 멀어져” “마을 위축” 반대에… “기숙사 운영-다양한 교육” 주민 설득
통폐합 기금으로 방과후 수업 늘려… 1인당 年300만원 교육비 지원도
경북 울릉군 울릉중학교 체육관에서 배구 경기를 하는 3학년 1반 학생들을 향해 교사가 외쳤다. 여학생팀 7명, 남학생팀 6명이었다.
5년 전만 해도 울릉군 중학생들은 체육 시간에 배구 경기를 하겠다는 생각을 못 했다. 한 팀에 최소 6명이 있어야 하는데 2019년 중3 학생은 울릉서중에 2명, 울릉북중에 5명, 우산중에 10명, 옛 울릉중에 12명뿐이었다. 학생이 적다 보니 수업 시간에 모둠 활동이나 토론을 하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 가능하다. 울릉도에 있던 중학교 4곳이 통폐합을 통해 2020년 3월 하나의 학교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14년 1.21명에서 지난해 0.72명으로 급감했다. 학력인구 절벽도 현실화되며 문 닫는 학교가 속출하고 있다. 1970년부터 올 3월까지 전국의 폐교는 3955곳이다. 이른바 ‘폐교 쓰나미’ 속에서 통폐합을 통해 교육 기능을 강화하거나 탈북 청소년을 위한 학교 등으로 거듭나며 새롭게 활용되는 현장을 살펴봤다.
● 도교육청, 기숙사 운영 등 내걸고 설득
울릉도는 육지와 130km 이상 떨어진 섬이라 청년층 인구 유입이 거의 없고 학생들도 상급학교에 진학하며 섬을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다.
경북도교육청은 교육을 정상화하고 재정 효율성을 높이겠다면서 중학교 4곳을 통폐합해 기숙형 공립중을 만들겠다고 2012년 4월 발표했다. 당시 교육부는 60명 이하의 소규모 학교를 폐교하면 학교당 90억 원의 지원금을 주겠다고 내걸었다.
도교육청은 “중학교를 하나로 합치면 절약되는 예산으로 기숙사도 운영하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할 수 있다”고 주민들을 설득했다. 하지만 울릉도 주민들은 학교 통폐합에 거부감을 드러냈다. 학부모들은 “통학 거리가 멀어진다”고 했고, 주민들은 “마을이 위축된다”며 손사래를 쳤다. 설문조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가장 큰 문제는 학교 위치였다. 대다수 학부모가 원하는 중심지에는 마땅한 부지가 없던 탓에 새 학교는 해발 250m 위로 올라가야 했다. 기존 중학교에서는 학생 80%가 학교에서 집까지 도보로 5∼10분 거리였지만 통합 울릉중 위치는 학생들의 50%가 집에서 자동차로 15분 이상 걸렸다. 학교까지 1.7km가량의 오르막길은 버스도 다니지 않는다. 여러 반발로 2016년 8월에야 통합 울릉중 공사가 시작됐고 당초 목표보다 2년 늦은 2020년 개교했다. 2017년 기준 울릉도 내 중학교 4곳을 다 합치면 학급은 13개, 학생은 124명, 교직원은 53명이었다. 그런데 통합 울릉중은 현재 6개 학급에 학생 105명, 교직원 38명이다.
기숙사에 사는 학생(전교생의 30%)은 오후 9시까지 교과 심화나 특기 적성 프로그램을 추가로 듣는다. 이후 간식을 먹고 자습하다 잠자리에 든다. 권오수 울릉중 교장은 “모든 프로그램에 학생들이 내는 비용은 없다”며 “학교 건설비 외에 교육부로부터 통폐합 학교 지원 기금으로 받은 270억 원에서 전액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기숙사, 스쿨버스, 급식비, 간식비, 교재비와 교구비, 수학여행 등 체험활동비도 내지 않는다. 여기에 1인당 연간 300만 원의 교육비를 지원받아 책 구입, 인터넷 강의 수강, 운동화나 안경 구입 등에 쓴다.
이렇게 되니 개교 뒤까지도 우려가 컸던 학부모들의 여론도 호의적으로 바뀌었다. 차태훈 교감은 “통폐합 전 학교에선 학생이 너무 적어 경쟁도 이뤄지지 않았다. 모둠 수업이나 프로젝트 수업도 못 했는데 지금은 모두 가능하다”고 했다.
● 통학 쉬워야 하는 초교는 통폐합 어려워
다만 모든 학교가 학생이 적다고 울릉중처럼 통폐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통폐합 대상 선정 기준은 시도교육청마다 다르다. 예를 들어 누적 폐교 수가 가장 많은 전남은 초중고 모두 학생 수 ‘30명 이하’면 통폐합 대상이다. 하지만 재학생 및 예비 학부모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가능하다. 다른 교육청도 대부분 학부모 동의를 주요 조건으로 두고 있다.
특히 초등학교는 나이 어린 학생들이 다니기 때문에 통학 거리가 매우 중요하다. 무작정 통폐합할 경우 통학 거리가 너무 멀어질 수 있다. 울릉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울릉도 내 초등학교 4곳 모두 학생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면서도 “교육과 돌봄이 동시에 가능한 환경 조성이 필요한 초교는 통폐합 대신 거주지 근처에서 다닐 수 있도록 학교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릉군 천부초등학교는 전교생이 25명이다. 올 2월 천부초 현포분교장이 통폐합되며 학생 3명이 늘었지만 워낙 학생 수가 적다 보니 전교생이 매주 한 번씩 합동 체육을 한다. 이 학교는 1학년과 3학년이 각각 2명씩이라 같은 교실을 쓴다. 이성화 교장은 “작은 학교라서 한 명 한 명씩 밀착해 가르칠 수 있다”며 “돌봄과 다양한 방과후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교사와 아이들이 가족처럼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울릉=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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