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산골 마을 ‘골 때리는 그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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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자들이 매년 몰두하는 이벤트가 있다.
바로 '한국기자협회 축구대회'다.
입사 이래 이 축구팀에서 여기자가 뛰는 모습은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기자협회가 창설 이래 처음으로 '여성 기자 풋살대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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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자들이 매년 몰두하는 이벤트가 있다. 바로 ‘한국기자협회 축구대회’다. 대회 두어 달 전부터 새벽같이 연습장에 나가 ‘입에서 피 맛이 날 때까지’ 뜀박질을 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린다(라고 입사 동기 기자가 알려주었다). 우승을 차지한 남자 동료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함께 으쓱해졌지만 다른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입사 이래 이 축구팀에서 여기자가 뛰는 모습은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기자협회가 창설 이래 처음으로 ‘여성 기자 풋살대회’를 열었다. 올해까지 열성적으로 참여한 동료 여기자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나, 30년 만에 재능을 찾은 것 같아. 이 재미를 여태 몰랐다니 분하다….”
충남 홍성군 홍동면의 여자 축구팀 ‘반반FC’ 주장이자 공격형 미드필더인 저자도 꼭 같은 마음이라고 고백한다. 수준급 축구 실력을 가진 아버지를 보며 자랐고, 아버지가 속한 풋살팀 매니저를 자처할 만큼 경기 열기에 흠뻑 빠졌지만 직접 공을 차 볼 생각은 못 했다. 이후 아이 셋을 낳게 되자 ‘애 엄마’라는 수식어가 새로운 시도를 막는 마음속 경계선이 됐다. 하지만 3남매, 4남매를 키우는 동네 언니들이 축구팀에서 뛴다는 소식에 마음이 요동쳤다. 그렇게 ‘반반FC’에 발을 들이며 축구와 지독한 사랑에 빠졌다.
패스와 슈팅, 달리기와 부상에 대한 땀 냄새 나는 ‘축구 일기’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축구라는 신대륙을 통해 자신을 새롭게 발견한 한 여성의 이야기에 가깝다. 정확한 포지션을 잡지 못해 운동장 위에서 방황할 때는 생의 한가운데서 때로는 흔들리는 자신의 모습을 겹쳐 보고 내가 뛰어야 할 곳을 향해 힘껏 나아가겠다고 다짐한다. 0―12로 졌던 상대에게 3―7로 다시 졌지만 이전보다 골 차를 줄였을 때 성장의 기쁨도 누린다. 몸을 부딪치고, 괴성을 지르고, 거친 숨소리를 낼 때는 ‘여자다움’이라는 울타리에서 자유로워진다. 책을 덮으면 운동화를 챙겨 신고 숨이 차도록 뛰고 싶어질지 모른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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