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기계 인간’이 된 나는 인간이 아닌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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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상'은 기계 전환 수술을 받겠다는 동생의 통보에 어안이 벙벙하다.
'상'은 고단한 인간 삶에서 벗어나려는 동생의 결정에 반대할 수도, 섣불리 동참할 수도 없다.
디지털 플랫폼의 확산으로 기그 워커(배달 라이더 등 디지털 플랫폼 등을 통해 초단기 노동을 제공하는 근로자)가 대다수인 세상에서 육아는 더욱 힘들어진다('작은 종말'). 요일마다 일하는 곳과 시간이 다른데, 호출받는 족족 뛰어나가지 않으면 기본급 정도에 그치는 등 분유값 대기도 벅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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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휴먼-다양한 성 정체성 등
‘정상적인 것’에 대한 근원적 질문
◇작은 종말/정보라 지음/372쪽·1만8000원·퍼플레인
주인공 ‘상’은 기계 전환 수술을 받겠다는 동생의 통보에 어안이 벙벙하다. 아이를 홀로 키우는 동생이 ‘효율적 육아’를 위해 트랜스휴먼이 되기로 결심했다는 것. 잠을 자지 않아도 되고, 손목이 아플 땐 교체하면 된다. ‘상’은 고단한 인간 삶에서 벗어나려는 동생의 결정에 반대할 수도, 섣불리 동참할 수도 없다.
트랜스휴먼의 시대를 내다본 표제작은 이렇게 시작된다. 소설집 ‘저주토끼’로 2022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저자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발표한 단편 10편을 엮은 책이다. 전국에 딱 3개 남은 도서관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사서, 함께 시위하던 동지를 잃은 무성애자 등 ‘정상성’에서 벗어난 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매끈하고 반질반질한, 예쁜 금속 덩어리”로 위장한 세상의 민낯을 공상과학(SF)적 상상력으로 폭로한다.
등골이 오싹해질 만큼 현실과 디스토피아적 상상을 매끄럽게 결합했다. 디지털 플랫폼의 확산으로 기그 워커(배달 라이더 등 디지털 플랫폼 등을 통해 초단기 노동을 제공하는 근로자)가 대다수인 세상에서 육아는 더욱 힘들어진다(‘작은 종말’). 요일마다 일하는 곳과 시간이 다른데, 호출받는 족족 뛰어나가지 않으면 기본급 정도에 그치는 등 분유값 대기도 벅차다.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에 기반해 타투를 새겨주는 최신식 기계가 사람의 팔을 태우기도 한다(‘낙인’).
독자가 스스로 판단하고 재단한 비(非)인간 등장인물의 형상은 몇몇 대목에선 산산이 부서진다. 편견의 시선도 함께 깨진다. 책은 맹목적인 ‘경계 지우기’와 어설픈 공감을 강요하지는 않기에 더욱 울림이 크다.
나와 너는 다르고, 다르지만 그것이 괜찮다는 것을 알린다. 책은 에이섹슈얼, 프레이로맨틱 등 다양한 성 정체성을 열거하며 이 같은 라벨링을 긍정한다. “라벨은 소수자가 스스로 인정할 수 있는 이름을 붙임으로써 이성애적 표준의 ‘정상’을 강제로 적용할 수 없음을 설명한다”(‘지향’)는 것이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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