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피해 막아야” 서울대 의대 휴진 철회… 세브란스도 고심
성과 없는 현실적 한계도 영향… 가톨릭대 “다른투쟁 방법도 논의” 등
휴진 예고 다른 대형병원에도 영향… 환자단체 등은 휴진철회 집회 예고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무기한 휴진’을 시작한 지 닷새 만인 21일 중단을 결정했다. 환자 피해에 대한 우려와 휴진 효과에 대한 의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의 이번 결정으로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휴진을 예고한 다른 대형병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환자 피해 가중-현실적 한계에 휴진 중단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부는 국민의 건강에 관심이 없어 보이지만 의대 교수들에게는 국민의 건강이 가장 중요하니 ‘솔로몬의 재판’ 같은 심경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이어 “국회에 의대 증원 관련 청문회도 예정돼 있고, 대한의사협회도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했으니 가시적 성과를 얻을 수 있길 기대한다”고 했다.
휴진 중단 기류가 우세했던 데는 환자의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무기한 휴진을 시작한 직후인 17일 25%가량 줄었던 서울대병원의 외래 진료와 수술 건수도 18, 19일 상당수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는 “휴진 기간에도 꼭 봐야 할 환자를 선별하고 진료해온 교수들이 가장 걱정하는 점은 현 상황이 장기화됐을 때 중증 환자에게도 실제적인 피해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비대위가 요구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에 대한 진료유지명령과 업무개시명령 취소를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에서 무기한 휴진이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는 현실적인 한계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 관계자는 “정부가 의대 교수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에서 교수들이 쓸 수 있는 카드가 별로 없다”고 했다.
● 세브란스 등 대형병원 휴진에 영향 미칠 듯
서울성모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의 휴진 참여 의지도 한풀 꺾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울성모병원이 소속된 가톨릭대 의대 비대위는 23일까지 설문을 진행한 뒤 25일 총회에서 휴진을 결정할 예정이다. 가톨릭대 비대위 관계자는 “휴진 말고 다른 투쟁 방법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이 속한 성균관대 의대 비대위도 25일 교수 총회에서 휴진 방안을 논의한다.
서울아산병원은 예고한 대로 다음 달 4일부터 휴진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일주일간 휴진한 후 정부의 태도에 따라 연장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울산대 의대 교수 비대위 관계자는 “경증 환자 위주로 진료를 조정할 계획”이라며 “휴진 시작 날짜를 조정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환자단체와 의료노조는 총궐기대회와 전면 투쟁을 예고하며 압박을 이어갔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다음 달 4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의사 집단휴진 철회 및 재발방지법 제정 촉구 환자 총궐기대회’를 열기로 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환자의 생명은 환자와 환자 가족이 스스로 지키기 위해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도 이달 안으로 진료가 정상화되지 않으면 전면 투쟁에 나서겠다며 “22대 국회도 초당적 기구를 구성해 의정 갈등 해소 대책을 마련하라”라고 촉구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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