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 나” “큰일 나” “큰일 나”… 대서양 ‘위기의 3인방’ 공포 마케팅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2024. 6. 22.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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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극우가 잡으면 큰일 나”
리시 수낙 “노동당 집권 땐 큰일 나”
조 바이든 “트럼프 뽑으면 큰일 나”
에마뉘엘 마크롱(왼쪽) 프랑스 대통령, 리시 수낙(가운데) 영국 총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 이탈리에서 열린 G7(7국) 회의에 참석해 군인들이 공중에서 강하하는 스카이다이빙 시범을 지켜보고 있다. /AFP 연합뉴스

“찌는 듯한 더위 속에 대서양 양쪽의 지도자들 모두 상대 후보를 깎아내리는 네거티브 캠페인에 매달리고 있다.”

미국의 정치 매체 폴리티코가 2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리시 수낙 영국 총리에 대해 이같이 표현했다. G7(7국)과 자유·민주 진영의 리더 격인 세 사람 모두 정치적 명운(命運)이 걸린 선거를 앞두고 있다. 결과에 따라 세계 정치 지형에도 작지 않은 파장이 미칠 전망이다. 폴리티코는 “(세 인물이) 각자 다른 이념·문화·세대를 대표하지만 인기가 없다는 게 공통점”이라며 “도전자가 승리할 경우 세상이 얼마나 나빠질 수 있는지를 암울한 디스토피아적 언어로 얘기하고 있다”고 했다. 벼랑 끝에 몰린 3인의 지도자에게 믿을 구석은 ‘공포 마케팅’뿐인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발표된 로이터·입소스의 지지율 조사에서 재임 중 최저치인 36%를 기록했다. 지난해 4월 재선 도전을 공식화했을 때만 하더라도 대통령으로서 다룬 각종 의제와 정부 치적을 홍보하는 데 집중했지만, 경합주에서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자 전략을 바꿨다. 지지자들의 의회 습격을 선동했다는 혐의, 불법 이민자를 ‘더러운 피’라 부르는 혐오 발언, 총기 규제에 대한 무(無)대책 등 상대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극단성을 부각해 유권자들의 공포심을 자극하는 데 열을 올리는 것이다. 임기 내내 고(高)물가가 계속되면서 웬만한 경제 공약이 먹혀들지 않는 탓도 있다.

바이든은 지난 18일 버지니아주에서 열린 선거 자금 모금 행사에서 트럼프를 ‘유죄 판결을 받은 중범죄자’라고 표현했다. 이어 “트럼프는 헌법을 폐기하고 싶어 한다”며 “트럼프의 위협이 첫 임기보다 두 번째 임기에 더 커질 것이란 점이 매일매일 분명해지고 있다”고 했다. 바이든은 15일 로스앤젤레스(LA) 행사에서도 “대법원이 6대3 보수 우위로 재편된 뒤 낙태·성소수자 등 인권 이슈에서 혼란스러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트럼프가 당선되면 임기 중 두 명의 대법관을 더 임명할 가능성이 있는 게 가장 무서운 부분”이라고 했다.

바다 건너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9일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RN)에 크게 패하자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 카드를 꺼냈다. 20일 공개된 프랑스여론연구소(IFOP) 조사를 보면 RN이 지지율 34%로 굳건한 1위를 유지하고 있고, 마크롱이 이끄는 여권 연합은 22%로 좌파 연합인 신민중전선(NFP)에도 뒤진다. “좌파와 극우에 대한 지지 급증으로 전멸할 위험이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마크롱에겐 좋지 않은 상황이다. 마크롱은 두 당이 집권할 경우 “국가 빈곤을 초래할 것”이라 경고했고, 18일엔 NFP를 향해 “이민을 통제하는 모든 법을 폐지할 것”이라거나 “(성소수자가) 신청만 하면 성별을 변경하게 해주는 것처럼 완전히 말도 안 되는 정책도 있다”고 비난했다.

마크롱 내각의 핵심 인사들도 거들고 나섰다. 가브리엘 아탈 총리는 극우나 좌파가 집권할 경우 “경제 재앙이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브뤼노 르메르 재무장관도 RN 리더인 마린 르펜 원내대표의 경제 정책에 대해 “순진한 마르크스주의로 경제를 파괴할 것”이라면서 “나라가 엉망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영국의 수낙 총리도 다음 달 4일 조기 총선을 선언했다. 유럽연합(EU) 탈퇴 후 처음 열리는 이번 총선에서 수낙 총리의 보수당은 최악의 참패를 기록할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노동당 453석, 보수당 115석으로 노동당이 압승할 것”이라고 했다. 보수당이 14년 만에 정권을 내줄 위기에 처한 상황에 수낙은 네거티브와 엄포, 읍소가 뒤섞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자주 말이 바뀌는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를 가리켜 “색깔을 수시로 바꿔가며 나오는 켄(바비 인형의 남자친구 캐릭터)”이라고 하는 식이다.

보수당 일각에선 “스타머가 집권하면 이민자의 투표권을 확대해 향후 선거 결과를 왜곡할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보수 진영 표를 잠식하고 있는 극우 영국개혁당에 대해서는 “이 당에 투표하면 앞으로 한 세대 동안 노동당에 권력을 넘겨주게 될 것”이라고 했다. 폴리티코는 “보수당이 페이스북·인스타그램에 집행한 광고비 50만 파운드(약 8억8000만원) 가운데 95%가 공격 광고에 쓰였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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