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 확인 안 된 심리상담 자격증 5000개 난립…인력양성, 관리 체계 개선해야 [위험수위 다다른 국민 정신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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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 중앙SUNDAY·한국심리학회 공동 기획 <상>
2013년 봄, ‘정신건강의 날’을 맞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정신보건자문관이 방한했다. 한국의 정신건강 시스템 분석 결과를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최고치를 기록한 지 10년째. 1차(2003~2008년)에 이어 2차(2009~2013년) 국가자살예방기본계획이 진행 중이었지만 자살률 감소는 여전히 요원한 상황이었다. OECD 회원국들의 자살률이 점차 떨어지고 있는 것과도 대조적이었다.
이에 OECD는 우리나라 정신건강 시스템에 대대적인 정비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렇다면 OECD가 파악한 주요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우선 우리나라는 정신질환에 대한 치료적 접근이 정신병원 입원 위주로 이뤄지는 점을 문제점으로 지목했다. 정신질환자들을 병원에 고립시키는 관행이 굳어지다 보니 정작 경증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서는 적절한 치료적 개입이나 예방적 조치가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지금 정신건강 체계에는 OECD 권고가 얼마나 반영됐을까. 그동안 정부는 OECD 진단과 관련해 여러 시도를 해왔다. 가장 크게는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가 국 단위인 정신건강정책관으로 승격되면서 정신건강 문제에 대처하는 거버넌스가 확대됐다. 2016년엔 ‘정신건강 종합 대책’을 마련해 생애주기별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작업도 일부 시행하고 있고 2020년부터는 ‘통합정신건강증진사업’이란 이름으로 희망 지자체에 예산을 지원하는 지역 친화적 특성화 사업도 추진 중이다.
자살 예방 및 대처에 있어서는 복지부·교육부·고용노동부 등 11개 정부 부처가 함께 ‘자살 예방 국가 행동계획’을 수립했고(2018년) 국무총리 직속 자살예방정책위원회가 출범하는 등(2019년) 자살률 감소를 위한 범부처 차원의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직접 사업비도 증가해 2013년 48억원에 불과했던 예산이 올해는 603억원 책정됐다는 점 또한 고무적인 변화다. 문제는 이 정도의 시도로 대처하기엔 국민 정신건강 위기가 훨씬 크고 심각하다는 점이다. 자살률은 좀처럼 줄지 않고, 출생률은 계속 떨어지고 있으며, 국민의 삶의 질과 행복 수준을 반영하는 지표들도 여전히 낮은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를 위해 간과하면 안 될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전문 인력 양성과 관리의 문제다. 전 국민 대상으로 심리 상담을 지원하는 상황에서 상담자의 전문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자격 관리 체계가 부재하다 보니 전문성이 확인되지 않는 민간 자격증이 적게는 4000개에서 많게는 5000개까지 난립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세계보건기구(WHO) 등 주요 국제기구들이 정신건강 시스템 개선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전문 인력 확보를 꼽고 있다는 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또 사업이 효과적으로 지속되려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모니터링 체계가 마련돼야 하는데 이번 사업에서 아직은 이 부분이 누락돼 있는 것도 추후 반드시 보완돼야 할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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