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발전 과정·한계… ‘밈’ 분석서는 처음이지?
“펀하고 쿨하고 섹시한 책을 쓰고 싶었는데…”
‘한국 인터넷 밈의 계보학’(필로소픽)을 펴낸 인터넷 밈(meme·유행 콘텐츠) 연구자 김경수(29)씨가 말했다. 단행본과 같은 제목의 석사 논문이 작년 X(옛 트위터)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전 이 세상의 모든 굴레와 속박을 벗어던지고 제 행복을 찾아 떠납니다~” 일본 만화 ‘이누야샤’ 캐릭터 가영이(카고메)가 손을 흔드는, 이른바 ‘퇴사 짤’ 이미지로 논문을 마무리한 과감함에 네티즌들이 열광했다. 화제의 논문을 쓴 저자는 이를 대중 교양서로 탈바꿈해 책을 내기로 결심했다. “일상적인 밈에 관한 책이 한 권쯤은 있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저자는 밈을 자유롭게 가지고 놀면서 연구한다. 밈을 패러디해 책의 목차를 썼다. 정치 밈을 분석한 장에는 ‘너 때문에 밈이 다 깨져버렸으니까 책임져’ 같은 제목을 달았다. AI 시대 인터넷 밈의 지속 가능성을 다룬 장에는 ‘밈이 될 거면 맞다이로 들어와 세상에 AI가 너무 많아’라는 제목을 붙였다. 최신 ‘민희진 밈’까지 반영한 것. 밈의 개념부터 시작해 밈의 성격, 발전 과정, 한계 등을 검토한다.
빠르게 생성되고 쉽게 휘발되는 밈을 연구하는 게 가능할까. 그는 “이 책을 쓰는 동안에도 수명이 다한 밈들이 있다”며 웃었다. “각종 커뮤니티나 뉴스 기사 댓글을 보면서 대중의 정서를 파악합니다. 공통적인 경향성이 보이면 이를 메모해놔요. 밈에 어떤 무의식이 깃들어 있는지 눈에 불을 켜고 봐야 해요.”
사례가 차고 넘친다. 원작자나 초상권자의 허락을 받지 못한 밈은 QR 코드로 대체했다. 스마트폰 카메라를 가져다 대고 확인하는 재미가 있다.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난...ㄱㅏ끔...눈물을 흘린ㄷㅏ...’ 글을 써 희대의 밈을 만들어낸 가수 채연은 ‘텍스트는 실어도 괜찮지만, 셀카 사진은 넣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이런 깨알 같은 내용이 책 곳곳에 담겼다. “밈은 어설퍼서 재밌어요. 수많은 것을 오려다 붙인 까끌까끌한 제 책의 밈적 감각을 즐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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