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루에 쪄낸 부드러운 닭과 쑥의 조화…3대가 연구한 삼계탕
이민영의 ‘SNS시대 노포’
매장은 세련되고 깔끔했다. 노포 특유의 낡은 느낌이 없어 찾아보니 현재의 가게는 2018년 옮겨온 곳이다. 입구 동판에 이곳의 역사가 따로 기록돼 있다. 1940년대 생인 창업자 부부는 1973년 서초1동에서 ‘불로집’이라는 이름으로 창업 후 육수를 3일간 끓이는 방법 등 이곳만의 조리법을 확립했다. 2대손은 닭을 시루에 쪄내는 방법을 개발하고 핵심 메뉴인 잣삼계탕(사진2), 녹두삼계탕, 쑥삼계탕을 만들었다. 1989년생인 3대 사장은 프랑스 요리에서 많이 쓰는 저온 장시간 가열법인 ‘수비드(Sous Vide)’ 조리법을 도입해 수비드 토종닭 백숙, 수비드 닭볶음탕 메뉴를 개발했다.
‘삼계탕 드시는 방법’이라는 별도의 안내문에 따르면 스낵처럼 작게 말린 산삼배양근을 먼저 먹고, 고기를 국물에 찍은 뒤 함초소금에 찍어 먹어야 한다. 찹쌀밥은 ‘건강한 국물’과 섞어 먹어야 하는데 ‘꼬돌한 식감’을 느끼려면 섞지 않는 게 더 좋다. 소금은 함초소금과 천일염 2가지가 나오고, 찹쌀밥은 놋그릇에 나오며, 술은 장인들의 전통주를 준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이 모든 디테일은 계속 진화한 결과다.
고객들 후기에는 이곳에서의 새로운 경험과 맛의 디테일에 대한 것이 많다. “국물이 꾸덕” “닭이 엄청 부드럽고 연하고 건강한 맛” “풍미 가득가득에 크리미한 닭볶음탕” 등 국물 농도와 닭의 부드러움에 대한 표현이 특히 많다.
점심시간에는 항상 줄이 길다. 초·중·말복에는 전날에서 후일까지 총 3일씩, 7월 점심시간에는 삼계탕만 된다. 수비드 메뉴를 먹으려면 저녁에 가야 한다. 잣삼계탕·녹두삼계탕·쑥삼계탕 1만9000원, 수비드 닭볶음탕 한 마리 4만원.
이민영 여행·미식연구소장
Copyright © 중앙SUN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