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들 신다가 발뒤꿈치 찌릿, 방치 땐 무릎·허리 올라온다

하지수 2024. 6. 22.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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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바닥의 비명 ‘족저근막염’
직장인 박모 씨는 언제부터인가 아침이 두려워졌다. 침대에서 일어나 첫발을 디딜 때 발바닥에 극심한 통증이 느껴져서다. 발뒤꿈치의 찌릿한 통증은 나아지는가 싶다가도 재발을 반복했다. 결국 병원을 찾은 박씨. 그에게 내려진 진단은 족저근막염이었다. 발 건강을 해친 주원인은 뜻밖에도 박씨가 매일 즐겨 신던 샌들이었다.

족저근막염은 여름철 주의해야 하는 질환 가운데 하나다. 족저근막은 종골(발뒤꿈치뼈)부터 발바닥 근육을 감싸고 발바닥 아치를 유지해 주는 단단한 섬유 막으로, 몸을 지탱하고 충격을 완화하는 기능을 한다. 족저근막염은 이 족저근막에 반복적인 미세 손상이 가해져 생긴 염증이다.

평소 운동을 하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많은 양의 운동을 하거나 장거리 마라톤, 오래 서 있기 등을 하면 발생할 수 있다.

불편한 신발 착용도 발병에 주요한 역할을 한다. 밑창이 얇고 딱딱한 플랫슈즈, 굽 높은 하이힐 등이 여기 해당한다. 여름철에 즐겨 신는 굽 낮은 샌들과 슬리퍼, 무거운 레인부츠(장화)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나 레인부츠는 발목 또는 종아리까지 올라올 정도로 크기가 큰 데다 미끄럼 방지용 깔창 등이 더해져 무게가 상당하다. 굽까지 높다 보니 장시간 신고 다닐 경우 발바닥에 큰 압력을 가해 족저근막염을 유발할 수 있다. 이 외에 체중이 급격하게 늘어났거나 오목발(발바닥의 아치가 높아 발등이 정상보다 높이 올라온 발의 형태) 혹은 평발인 경우 족저근막염에 더 쉽게 노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서 생긴 외상도 발병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증상 오래될수록 치료 성공률 낮아져

족저근막염의 증상은 대개 서서히 나타난다. 시작은 발뒤꿈치 안쪽의 통증이다. 이후 발바닥 안쪽 경계를 따라 중앙으로 확대된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재활의학과 김민욱 교수는 “특히 기상 직후 처음 몇 발자국을 걸을 때 발뒤꿈치 부위에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느껴지고 걸음을 걷다 보면 통증이 점차 완화되는 경향을 보인다”고 했다. 쉬는 동안 수축한 족저근막이 발을 디디면서 갑자기 늘어난 결과다. 동일한 이유로 의자에 오랜 시간 앉아있다 일어나 걸음을 뗄 때도 극심한 통증이 찾아올 수 있다. 진행된 족저근막염의 경우에는 서 있을 때 뻣뻣한 느낌이 지속하고 일과가 끝나는 시간이 가까울수록 통증의 정도가 심해지곤 한다.

연도별 족저근막염 환자 수
여느 질환과 마찬가지로 족저근막염도 증상이 오래될수록 치료 성공률이 낮아진다. 보행에 영향을 줘 무릎·고관절·허리 건강에 이상을 초래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가능한 한 빨리 재활의학과나 정형외과 등을 찾아 진료를 받고 조기에 치료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건 정확한 통증의 원인을 밝혀내는 것이다. 발바닥 통증의 원인이 다양하다 보니 족저근막염을 다른 족부 질환으로 혼동해 치료 적기를 놓치는 경우가 적잖다. 대표적인 게 지간신경종, 종골 피로 골절이다. 이들 모두 발바닥 통증을 유발하지만, 위치와 양상이 조금씩 다르다.

강동경희대병원 정형외과 정덕환 교수는 “지간신경종일 때는 주로 발바닥 앞쪽 통증과 저림 증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더 자세히는 둘째와 셋째 발가락 사이 또는 셋째와 넷째 발가락 사이에 통증이 발생한다. 정 교수는 “발바닥 문제가 아닌 당뇨병, 통풍, 혈관 이상, 척추 질환 등이 통증의 원인일 때도 많아 진단 시 질환 여부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진찰과 문진만으로 정확한 진단이 어렵다면 초음파, 자기공명영상(MRI) 같은 정밀 검사를 활용하기도 한다. 족저근막염이 오래된 환자의 경우 초음파 검사에서 족저근막이 정상보다 두꺼워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족저근막염으로 진단되면 보존적 치료부터 시행한다. 환자의 90% 이상은 보존적 치료만으로도 회복이 가능하다. 그중 하나가 생활습관 교정이다. 족저근막에 과도한 긴장을 주는 행동을 삼가는 방법으로 오래 서 있거나 걷는 일을 피하고 최근 급속하게 몸무게가 늘었다면 체중 또한 줄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유산소 운동이 필요하다면 수영이나 실내 자전거 타기 등을 권한다.

하이힐이나 플랫슈즈처럼 불편한 신발 착용도 삼가도록 한다. 놓치기 쉽지만, 제때 신발을 바꿔 신는 일도 중요하다. 김 교수는 “구두를 오래 신으면 보통 발뒤축의 바깥쪽이 먼저 닳기 시작한다”며 “이런 구두를 계속 착용하면 족저근막염이 생기거나 증상이 악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때는 구두 뒷굽을 새로 교체해주는 것만으로도 증상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신발 속에 부드러운 뒤꿈치 패드를 넣거나 발의 아치가 높을 때는 맞춤형 깔창을 끼워 하중을 분산해주는 것도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오래된 구두 뒷굽 교체만 해도 호전

꾸준한 스트레칭은 생활습관 교정 못지않게 중요한 부분이다. 무릎을 편 상태에서 발목을 발등 쪽으로 서서히 구부리는 스트레칭을 해주면 좋다. 벽을 마주 보고 선 다음 통증이 있는 쪽 다리를 뒤로 뻗고 양손으로 벽을 밀면서 10여 초간 유지하는 스트레칭도 효과적이다. 족욕이나 마사지 등의 물리치료를 병행하면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다.

체외충격파 치료(ESWT)는 생활습관 개선이나 주사 치료로도 효과를 보지 못한 만성 환자에게 주로 사용된다. 기기에서 발생한 충격파로 세포막에 물리적 변화를 유발해 염증 조직을 회복하는 방법이다. 결과적으로 염증을 줄이고 주변 조직과 뼈 회복을 활성화해 통증 감소, 기능 개선을 이끈다.

수술은 6개월에서 1년 정도 모든 비수술적 치료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 경우에 고려한다. 수술을 통해서는 족저근막을 부분적으로 절개해 늘려주거나 병소 부위를 일부 절제하게 된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형외과 윤한국 교수는 “족저근막염은 대개 6개월 이상, 비교적 천천히 회복되므로 치료에 있어 인내심이 요구된다”며 “증상이 없어진 뒤에도 활동을 점진적으로 늘려야 족저근막염이 재발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하지수 기자 ha.ji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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