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카와 아야의 시사일본어] 다나바타 결전
이번 도쿄도지사 선거는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다. 무려 56명이 출마해 성황을 이뤄서다. 지난 4년 전 선거 때도 22명이 출마한 것이 역대 최다 기록으로 화제가 됐었는데 이번엔 그보다 훨씬 많은 출마 러시다. 정치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높은 것이면 좋겠지만, 다른 목적으로 선거를 이용하는 후보자들도 적지 않다. 공탁금 300만엔(약 2630만원)만 내면 입후보할 수 있기 때문에 가성비 높은 ‘광고비’를 지출하는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일본은 총리를 직접 뽑지 않기 때문에 가장 관심도가 높은 선거가 도쿄도지사 선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쿄도 유권자는 약 1150만 명에 달한다.
이번 선거는 고이케 유리코 현직 도쿄도지사(71)와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렌호 참의원(56) 두 사람간의 베테랑 여성 정치인 맞대결로 주목받고 있다. 고이케 지사도 렌호 의원도 뉴스 진행자 출신으로 스타성이 있는 정치인이다. 도쿄도지사 선거에서 현직 지사가 진 적이 없다고 하지만, 렌호 의원이 유리한 점도 있다. 자민당의 비자금 스캔들로 자민당이 지원하는 고이케 지사에 투표하고 싶지 않다는 유권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이시마루 신지 전 히로시마현 아키타카타 시장(41)도 SNS를 활용해 지지층을 넓히고 있다. 시장 시절부터 시의회나 기자회견 영상이 화제가 되어 인지도가 높은 편이다.
사실 그 외 후보자들은 당선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는데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출마했나 살펴보니 24명은 ‘NHK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당’에서 나온 것이다. 당선이 목표가 아닌 게 명백하다. NHK 직원 출신 다치바나 다카시 당수(56)는 “NHK 수신료를 거부하는 사람을 늘리고 NHK를 무너뜨리는 것이 목표”라며 많은 후보자를 내 NHK의 정견방송을 점거하겠다고 한다. NHK 정견방송은 도쿄도지사 선거 입후보자에게 각각 5분 30초씩 두 번의 출연 기회를 주기 때문에 그 기회를 이용해 NHK 비판을 하려는 것이다. 원래 300만엔의 공탁금만 내면 출마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많은 사람에게 입후보 기회를 주는 것이긴 하지만, 일이 이쯤 되면 누구를 위하고 무엇을 하자는 선거인지 유권자 입장에서 당황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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