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업튀'를 '읽는' 사람들···2030이 '대본집'에 열광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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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영화와 드라마를 일종의 '굿즈'처럼 소장하려는 트렌드가 형성되면서 대본집이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의 무삭제 대본집 '선재 업고 튀어 대본집 세트'가 선친자(선재 업고 튀어에 미친 자)들의 호응을 얻으며 예약판매 시작 하루 만에 일간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처럼 드라마, 영화 등이 화제작 반열에 오를 때면 상당수 소비자들이 대본집을 구매하기 위해 서점가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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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즈'개념으로 소장하려는 욕구 때문"
“드라마 대본집을 무려 예약 구매하다니. 덕질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선재 업고 튀어’ 대본집 세트 후기 中)
인기 영화와 드라마를 일종의 ‘굿즈’처럼 소장하려는 트렌드가 형성되면서 대본집이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의 무삭제 대본집 ‘선재 업고 튀어 대본집 세트’가 선친자(선재 업고 튀어에 미친 자)들의 호응을 얻으며 예약판매 시작 하루 만에 일간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구매자 중 2030세대가 63.8%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처럼 드라마, 영화 등이 화제작 반열에 오를 때면 상당수 소비자들이 대본집을 구매하기 위해 서점가를 찾는다. 이에 대본집 판매량과 출간량도 덩달아 치솟고 있다. 예스24에 따르면 2018년 대비 2023년 드라마·영화 대본집 판매량은 82.6% 증가했다. 출간량은 2020년 36종, 2021년 72종, 2022년 82종, 2023년 88종으로 4년 만에 2배 이상 늘었다. 박숙경 예스24 BX팀 과장은 “대본집 구매는 ‘팬덤 구매’의 대표적인 사례로, 드라마나 영화 등을 일회성으로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물성으로 소장하려는 욕구를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대본집 열풍은 서점가뿐 아니라 도서관에서도 나타났다. 국립중앙도서관에 따르면 2022년 7월부터 2023년 6월까지 1년간 공공 도서관에서 20대가 가장 많이 대출한 문학 장르는 ‘희곡’이었다. 그중 박찬욱·정서경 각본의 ‘헤어질 결심’이 가장 많이 읽힌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김보라의 ‘벌새’ △이나은의 ‘그해 우리는’ 등이 뒤를 이었다. 이 기간 희곡 도서의 전체 대출량은 13만6969건으로, 연령대별 대출 비중은 20대가 31.8%로 가장 높았다. 도서관 관계자는 “최근 20대의 관심이 가장 두드러진 주제가 희곡”이라며 “대본집을 굿즈처럼 여기는 흐름이 도서관까지 이어진 것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독자들은 ‘소장 가치’와 ‘원작과 비교해볼 수 있는 점’이 대본집의 매력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본집을 종종 구매한다는 20대 문모씨는 “배우들이 내뱉는 대사, 그 당시의 상황·배경이 글로 자세히 묘사돼 영상보다도 훨씬 몰입해서 볼 수 있다”며 “좋아하는 작품을 언제 어디서나 보고 싶을 때 바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소장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도깨비’ 각본을 가지고 있는 20대 장모씨도 “대본집을 ‘팬심’으로 가지고 있다"며 “원작과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고, 완결 난 드라마의 여운을 계속해서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K팝 팬들이 가수와 관련된 모든 굿즈를 모으듯이 드라마 팬들도 대본집을 굿즈처럼 사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과거에는 작가 지망생들이 공부하는 목적으로 각본집을 구매하는 등 ‘보는 사람만 본다'는 인식이 강했다면, 요즘에는 많은 젊은 세대가 향유하는 하나의 ‘대중문화’가 됐다"고 설명했다. 예스24 관계자는 “앞으로도 특정 영화나 드라마의 흥행 여부에 따라 대본집이 꾸준히 제작·소비되는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수호 기자 suho@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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