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엔튜닝] 가을엔 영화 <머니볼> ‘더 쇼’를 완곡
[도도서가 = 북에디터 정선영] “선생님, 왜 이렇게 어깨가 아프죠?”
“자세가 나쁘니까요. 자꾸 자신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가서 그래요.”
헬스 트레이너와 대화가 아니다. 기타 선생님과 나눈 말이다.
따로 짐작되는 이유도 있다. 이번 주에 모니터 앞에서 원고를 본 시간이 평소보다 유독 길었다.
북에디터가 하는 일은 크게 둘로 나뉜다. 기획과 편집. 편집은 저자 집필 혹은 번역이 끝나면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간다. 아무래도 이때는 책상 앞에서 물리적으로 보내는 시간이 많다.
이렇게 장시간 앉아 있다 보면 허리 목 어깨 안 아픈 데가 없다. 그렇다고 기타 연습을 안 할 쏘냐. 해야지.
새로 배운 리듬과 멜로디를 연습하는데, 이번 주는 유독 코드 변환이 어려웠다. G에서 D코드로, G에서 C코드로, 어쩜 이렇게도 손가락을 한번에 착 옮기지 못하는지. 늘 그렇듯 뜻대로 되지 않는 연습에 짜증이 슬며시 올라올 때면 ‘그래도 일이 쉽지’ 싶다. 그렇게 다시 한참 일하다 보면 ‘아우, 죽겠다. 기타가 더 쉬운가?’ 싶다.
이렇게 쉴 틈 없이 원고 편집 작업과 기타 연습을 오갔다. 돌이켜보니 일주일 연습량이 다른 때보다 많았다. 당연히 어깨가 쉴 틈이 없었다.
레슨을 시작하며 “많이 바빴어요"라고 했지만, 어쩌다 보니(?) 연습을 많이 한 티가 난 모양이다. 기타 선생님이 “이제 좀 되는 것도 같고 F코드도 곧 소리가 나겠어요.”라고 하는 게 아닌가. 오예!
물론 선생님은 다음 주 퇴보한 나의 실력을 보곤 이 말을 후회할 수도 있다. 벌써 몇 번 반복된 패턴이다.
작년 이맘때쯤 처음 배운 영화 <머니볼> OST ‘더 쇼’는 C-G-Am-F, 다시 C로 돌아가는 구성인데, 이 F코드가 가장 문제였다. 많은 기타 입문자가 F코드에서 좌절하고 포기한다. 나 역시 매일 좌절한다. 운지 할 때 네 손가락에 고르게 힘을 주지 못하고, 특히 검지 힘이 약해 첫 번째 프렛을 제대로 잡아주지 못해 둔탁한 소리가 났다.
운지법 자체도 내 기준에선 까다로워, Am에서 F로 넘어갈 때 한번에 잡아내지 못했다. 때문에 앞뒤로 박자를 놓치기도 일쑤. 그런데 이제 F코드 정복이 코앞이다! 기타를 배운 지 20여 개월 만의 일이다.
선선해질 무렵 ‘더 쇼’ 완곡을 새 목표로 잡았다. 나보다 기타 선생님이 더 비장해 보였다. 벌써부터 그날을 기대해본다. 짠! 하고 ‘더 쇼’를 완곡하는 날, 지인에게 떡이라도 돌릴까.
자, 다시 연습이다.
|정선영 북에디터. 마흔이 넘은 어느 날 취미로 기타를 시작했다. 환갑에 버스킹을 하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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