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입점업체 줄고 적자행진, 애물단지 된 공공배달앱

2024. 6. 2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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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배달앱 수난시대
공공 배달앱(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특급’을 운영하는 경기도는 최근 배달특급 운영 방식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도의회 정례회에서 이채영(국민의힘·비례) 도의원은 배달특급의 적자 운영 문제를 제기했다. 박승삼 경기도 경제투자실장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공공 배달앱의 취지를 살리면서 재정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이 앱은 국내 단일 공공 배달앱 중 이용자가 가장 많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인 2020년 12월 “민간 배달앱의 과도한 중개수수료가 소상공인에게 전가되는 것을 최소화하겠다”며 출시를 주도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초기 성과도 나쁘지 않았다. 월간 이용자 수가 앱 출시 1년 만인 2021년 12월 60만 명을 기록, 민간 배달앱의 독과점 틈바구니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듯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의 엔데믹 전환기에 배달 수요가 급감한 데 대한 뾰족한 대응책을 못 내놓으면서 이용자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올해 26만 명(2월 기준)으로 2021년 말보다 56.7% 감소한 상태다. 이에 누적 거래액도 2022년 1310억원에서 지난해 951억원으로 27.5% 감소했다. 더구나 투입 예산 대비 중개수수료 이익은 2021년 -127억원, 2022년 -67억원, 지난해 -62억원 등으로 매년 적자가 나는 구조다. 이채영 의원은 “매년 60억~120억원의 혈세가 포퓰리즘 정책에 실려 증발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 기간 전국 지자체 우후죽순 출시

코로나19 때 배달앱 열풍을 등에 업고 전국 지자체가 우후죽순으로 출시했던 공공 배달앱이 3~4년 지난 현재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지자체별로 매년 수억~수십억원의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돈 먹는 하마’인 반면, 사업성은 나날이 악화하고 있다. 경기도 배달특급만의 얘기가 아니다. 앱 수곳이 연합한 형태의 서울시 ‘서울배달+’는 이용자가 지난해 3월 59만 명에서 올해 3월 50만 명으로 15.3% 감소했다. 2020년 3월 출시된 국내 최초 공공 배달앱인 전북 군산시 ‘배달의명수’도 1만5000명에서 1만3000명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요기요’ 등 민간 배달앱 3개 이용자가 3194만 명에서 3383만 명으로 5.9% 증가한 것과 대조된다.

그래픽=남미가 기자 nam.miga@joongang.co.kr
제주도 ‘먹깨비’ 역시 이용자가 전년 대비 6.8% 감소했다. 사업성 악화를 못 버티고 공공 배달앱 운영을 중단하는 지자체도 속출하고 있다. 부산시 ‘동백통’이 지난달, 경남 거제시 ‘배달올거제’가 지난해 각각 운영을 중단했다. 코로나19 때만 해도 전국적인 히트작으로 꼽혔던 공공 배달앱이지만, 엔데믹이라는 똑같은 환경에도 단건 배달 도입 등 서비스 품질 향상으로 외려 치고 나간 민간 배달앱과 달리 골칫거리로 전락한 것이다. 익명을 원한 한 지자체 공무원은 “이용자가 감소하면서 입점업체 수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데도 매년 프로모션 비용만 수십억원씩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투입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당초 공공 배달앱이 히트작이라는 평가를 받은 가장 큰 이유는 관 주도하에 저렴한 중개수수료를 책정하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민간 배달앱은 건당 중개수수료가 배달 형태에 따라 적게는 6%, 많게는 27%씩 든다. 평균 중개수수료율이 배달의민족 6.8%, 쿠팡이츠 9.8%, 요기요 12.5% 등이다. 반면 공공 배달앱은 0~2%로 중개수수료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가맹점주들로선 그만큼 비용 부담을 덜 수 있다. 공공 배달앱이 소상공인 민생 안정에 기여하는 ‘효자 상품’이라는 평이 나왔던 이유다. 여기에 민간 배달앱의 독과점을 견제하면서 업계 전반의 생태계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민간 배달앱 수수료율 상한선 도입을”

그러나 지금처럼 이용자 이탈이 가속화하면 입점업체도 덩달아 빠져나가면서 사업성이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 돈은 돈대로 들지만 민생 안정의 실효성이 없는 악순환 구조가 되는 것이다. 문제는 팬데믹 특수가 완전히 사라진 민간 주도의 자유 경쟁 시장에서 상황이 개선되기보다는 나빠질 공산이 크다는 데 있다. 중소 규모의 개발업체와 협업해 저비용으로 만든 앱이다보니 이용자 인터페이스(UI) 등 편의성이 민간 배달앱보다 뒤처지고, 오류도 많이 발생해 플랫폼의 한계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또 수십억원을 들여 홍보하더라도 민간 배달앱 이용자가 3000만 명을 훌쩍 넘는 상황에선 홍보 효과가 미미할 수밖에 없다.

소상공인이 아닌 이용자 입장에선 민간 배달앱과 이용료 차이가 별로 없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프랜차이즈 음식점 간 출혈경쟁으로 다양한 할인 쿠폰 제공이 보편화된 민간 배달앱에 비해 할인 혜택이 적은 편이며, 일정 액수의 월회비만 내면 입점업체별 최소 주문금액 충족 시 무료 배달이 가능한 민간 배달앱보다 배달비도 저렴하지 않은 구조다. 예컨대 배달특급은 무료 배달이 없는 반면 ㎞당 100~200원을 부과하는 방식의 배달 팁 추가 제도 도입으로 배달비가 올랐다. 입점업체 수가 적어서 배달 불가 지역이 많을뿐더러 앱을 이용할 필요성이 작아진다는 점도 아킬레스건이다.

전문가 사이에선 공공 배달앱의 수난이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민간 주도로 이미 활성화됐고, 앞으로도 민간 주도일 수밖에 없는 사업 영역에 관이 섣불리 개입해서 한정된 예산으로 뭘 하려고 한 것부터가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중개수수료를 낮춰 소상공인 부담을 완화하는 공공 배달앱의 순기능은 사회적으로 이어가야 하는 만큼, 정부가 민간에서 효과적일 대책 마련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시장 독과점 구조를 형성한 민간 배달앱의 높은 중개수수료율에 대해 정부가 상한선 제도 도입 등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으로 민생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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