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견과 배회견, 극과 극 대우
이해준 2024. 6. 22. 00:01
이종식 지음
동아시아
1890년대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에서는 총에 맞아 죽는 개를 흔히 볼 수 있었다. 도시의 신흥 중산층은 애완견을 애지중지하면서도, 골목에서 활개 치는 배회견은 광견병을 옮기는 박멸 대상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한쪽에선 개를 유모차에 실어 나르고, 다른 쪽에선 길고양이를 독살하는 요즘 한국 사회의 풍경은 이렇게 100여년 전 뉴욕·파리·런던과 맞닿아 있다. 농촌사회에서 말·소·닭과 크게 다를 바 없던 개와 고양이는 근대 도시화 과정을 거치면서 특별한 반려동물로 거듭나거나 공존하기 힘든 혐오의 표적이 됐다.
과학사 박사로 동물사를 연구한 저자는 동물과 인간이 맺는 관계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추적한다. 그물에 걸린 물개를 전시해 재미를 본 뒤 근대 동물원의 아버지로 발돋움한 독일 어부 클라우스 하겐베크의 수완도 놀랍다. 그는 쇠창살을 없애고 해자와 나무로 환경을 꾸민 ‘동물원 혁신가’이자, 새끼 코뿔소 4마리를 생포하기 위해 어른 코뿔소 90마리를 도륙한 냉혈한이었다. 대공황 때 뉴딜 정책의 하나로 시행된 쥐잡기, 술 제조 때 나오는 폐기성 부산물을 사료로 쓴 도심의 ‘양조장 옆 젖소 공장’ 등을 돌아보며 저자는 동물과 인간의 바람직한 공존에 대해 묻는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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