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고도 친근한 인터넷 밈의 세계
김경수 지음
필로소픽
“인터넷 밈, 매체에 타라” “어떻게 인터넷 밈이 변하니?” 이 책 첫 장과 마지막 장 제목이다. 둘의 공통점은 뭘까? 어렵다면 추가 힌트. “피어나! 너 내 미미…밈이 되어라” “밈이 될 거면 맞다이로 들어와, 세상에 AI가 너무 많아” 각각 첫 절과 마지막 절 제목이다.
대중문화와 인터넷 서브컬처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이쯤에서 눈치챘을 것이다. 답은 유명 인터넷 밈(meme) 흉내 내기다. 인터넷 밈은 인터넷 커뮤니티·소셜미디어 등에서 여러 사람이 따라 하는 현상 혹은 그 창작물을 말한다. 보통 그림·사진·영화 등에서 따온 이미지에 다른 이미지나 텍스트·음악 등을 합성해 만든다.
중요한 것은 원본 그대로 복제하는 게 아니라 자유롭게 변조한다는 것. 원본의 의미와 맥락을 해체하고, 그 위에 나만의 스토리를 덧씌우는 재미가 핵심이다. 저자가 인터넷 밈을 “합성 소스를 기반으로 불특정 다수의 대중이 참여하는 대안적인 놀이”이자 새로운 “예술 창작 행위”라고 정의하는 이유다.
책은 ‘한국 인터넷 밈의 시조’ 싱하형·아햏햏부터 최근의 AI 밈까지, 다양한 인터넷 밈의 계보와 스타일, 생로병사를 추적한다. 동시에 그런 밈들이 우리 삶에 미친 영향을 미디어 철학을 바탕으로 분석한다.
물론 인터넷 밈의 재미에는 그늘도 있다. 원본의 저작권 침해, 장애인·성소수자·여성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편견과 폭력성 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희망’을 말한다. 돈과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정보 자본주의에 균열을 낸다는 점에서 “더 재밌고, 더 낯선 인터넷 밈을 퍼뜨릴수록 우리는 더 나은 사회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다시 질문 하나. 서두에 언급한 책의 장·절 제목은 어떤 밈을 전용(轉用)한 것일까. 저자는 알려주지 않는다. “출처를 일부러 명시하지 않은 채 제멋대로 자르고 편집하고 도둑질하는 불펌이야말로 밈화, 즉 인터넷 밈이 생산되는 경로”라는 이유다. 궁금하다면 인터넷을 검색해 보자. 의외로 금방 답을 찾을 수 있다. 밈은 그렇게 우리 가까이에 있다.
김한별 기자 kim.hanb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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