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처럼 펼쳐낸 온갖 미로 이야기
2024. 6. 22. 00:01
헨리 엘리엇 지음
퀴베 그림
박선령 옮김
궁리
책 앞표지부터 시작된 붉은 선이 끊임없이 페이지를 넘으며 수십 종류의 미로와 다양한 그림을 만든 다음에 책 뒤표지까지 넘어가 다시 앞표지와 연결된다. 그 붉은 선을 따라 미로와 관련된 신화와 전설, 철학과 과학, 그리고 미로 제작의 역사 등이 담긴 텍스트가 바로 섰다가 물구나무를 섰다가 하며 펼쳐진다.
따라서 이 책을 읽는 이들은 두 가지 모순된 충동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하나의 예술작품과 같은 이 책을 되도록 깨끗이 보고 싶은 마음과 당장 펜을 들고 책에 나오는 미로 그림에 선을 그으며 출구를 찾아보고 싶은 마음 말이다.
영국의 문학 편집자이며 미로 애호가인 저자는 이 책을 위해 프랑스 삽화가 퀴베와 협업했다. 그리고 유명한 미노타우로스의 미로를 큰 줄기 이야기로 끌고 가면서, 헨리 2세가 정부를 아내인 왕비로부터 숨기기 위해 만들었다는 전설의 미로부터 영화 ‘판의 미로’와 ‘메이즈 러너’, 게임 ‘팩맨’의 미로는 물론, 미로를 닮은 장기의 해부학과 도시를 자본주의 미로로 본 20세기 상황주의자들의 철학까지 넘나든다.
책 자체가 하나의 미로와 같다. 성급한 이들에게는 짜증을 유발하겠지만 여유를 갖고 읽는 이들에게는 지적 탐험과 발견의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문소영 기자 moon.s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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