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사가 다 알고 계신다"…이재명 대북송금 공소장 보니
검찰, 제3자뇌물 협의 이재명·이화영 기소
"이화영 수시로 보고…이재명 직접 승인"
[더팩트ㅣ정채영 기자] 쌍방울 그룹 대북송금 의혹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재판에 넘긴 검찰은 이 대표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대북사업 내용을 수 차례 보고받았으며 중요 사항들을 직접 승인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22일 <더팩트>가 확보한 48장 분량의 공소장을 보면 검찰은 이 대표를 기소하면서 이같은 수사 결과를 담았다. '이 전 부지사가 알아서 한 일'이라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이 대표의 입장과는 배치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수원지검 형사6부(서현욱 부장검사)는 지난 12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제3자 뇌물 혐의), 남북교류협력법,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 이 대표를 기소했다. 이 전 부지사는 특가법상 뇌물 혐의, 쌍방울그룹 실사주인 김성태 전 회장을 뇌물공여 등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이 전 부지사가 관련 혐의로 징역 9월6개월을 선고받은 지 닷새만이었다.
◆ "이 지사 대납 알고 계신가" 물어본 김성태
공소장에 따르면 이 전 부지사는 김 전 회장에게 '(스마트팜 사업비) 대납 사실에 대해 이 지사도 알고 있느냐'라는 취지의 질문을 받자 여러 차례 '이 지사가 다 알고 계신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에 따라 김 전 회장이 2019년 1월23일~24일경 쌍방울 그룹의 임직원 수십 명을 동원해 150만 달러 상당을 환치기 방식으로 밀반출하고 500만 달러 중 200만 달러를 우선 대납했다고 본다. 같은 해 3월 또다시 환치기 방식으로 광저우에 대기 중이던 방용철 전 부회장에게 300만원 상당을 보낸 후 북측에 건네 500만 달러 대납을 완료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대표와 이 전 부지사가 공모해 김 전 회장에게 공직자로서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인 북한에 500만 달러 상당의 뇌물을 공여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 김성태 "북한과 사업 잘해보겠다" 이재명 "감사합니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 전 부지사는 2019년 1월 중순 김 전 회장에게 "북한이 2019년 1월17일경 중국에서 쌍방울 그룹의 대북사업 진행을 위한 합의서를 작성하고자 한다"는 말을 듣고 경기도가 쌍방울 그룹의 대북사업을 지원·보증한다는 점을 확인시켜 주기 위해 협약식에 참석하기로 했다. 검찰은 이 자리에서 김 전 회장과 이 대표의 전화 통화가 이뤄졌다고 본다.
이 전 부지사는 2019년 1월17일경 경기도 평화협력국장 등과 함께 중국 심양의 한 호텔 회의실에서 북측 관계자를 만났다. 이 또한 이 대표의 승인 하에 이뤄진 만남이었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김 전 회장은 북한 측에 '남북교류협력기금 등으로 자금을 조달해 희토류 채굴 등의 대북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제안하며 '경기도의 스마트팜 비용 500만 달러도 대납하겠다'고 재차 밝혔다. 김 전 회장은 이같은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하면서 북측 관계자의 손을 잡고 "(이 대표를) 대통령 만들어야 될 거 아니여"라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8시경 시작된 만찬에서 김 전 회장이 "형이(이 전 부지사) 사고를 쳐서 내가 생돈 쓴 거 아니냐"라고 말하자 북측 관계자는 "형이 사고 치면 동생이 대신해 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답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북한도 500만 달러 지원 문제가 사실상 해결됐다고 보게 됐다.
검찰은 이 자리에서 이 전 부지사가 이 대표에게 전화해 김 전 회장을 바꿔줬다고 명시했다. 이 대표는 "김성태 회장님 고맙습니다"라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북한과 사업을 잘 해보겠다"고 했고 이 대표는 "좋은 일 해줘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경기도가 북한에 약속한 스마트팜 사업비용을 대납해 주기로 한 사실에 고마움을 표시했다고 적시했다.
이후 이 대표는 중국에서 귀국한 이 전 부지사에게 논의 내용을 보고 받고 이들이 나란히 앉아 만찬을 하는 사진이 첨부된 문건을 보는 등 경기도의 지원·보증 하에 쌍방울 그룹이 대북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했다고 봤다.
chae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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