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241] 떠오르는 미국 남부의 도시들
근래 매체에서 ‘미국의 미래는 남부’라는 내용이 종종 소개된다. 팬데믹을 전후로 캘리포니아의 IT 기업들이 텍사스로 이주하고, 새로 지어지는 자동차·배터리 공장들이 남부의 주(州)를 선택한다는 내용 등이다. 이런 추세로 미국 북동부나 캘리포니아의 인구가 감소하는 반면, 남부 도시들의 노동 가능 인구는 증가하고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주 정부의 세금 혜택, 노조나 파업이 최소화된 환경 등의 이유가 크지만, 이와 더불어 비교적 진보적인 젊은 층이 보수 성향의 남부 도시로 이주하는 건 눈여겨볼 만한 현상이다.
자주 소개되는 곳은 텍사스주의 오스틴이다. 좋은 대학으로만 알려져 있던 중소 도시가 기업들의 이주로 확장 발전하고 있다. 또 하나의 도시는 테네시주의 내슈빌이다. 컨트리음악의 성지로 유명하지만, 제조업이나 의료 산업 등의 기반이 탄탄하고 인근에 큰 군부대도 있어 물류도 활발하다. 또한 밴더빌트(Vanderbilt), 벨몬트(Belmont)를 포함한 여러 작은 대학이 위치해서 언제나 젊은 에너지가 넘친다. 특히 근래에는 컨트리음악의 인기가 상승하며 미국은 물론 유럽 각지에서 팬들이 방문, 관광 수입이 크게 늘고 있다. 주말마다 중심가 길을 막고 광란의 음악 축제가 열리지만 다음 날 아침이면 소방차로 도로를 청소하며 도시 환경을 관리, 미국에서 가장 깨끗한 다운타운을 자랑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곳엔 테일러 스위프트가 살고, 인근에 미국의 대표 위스키 ‘잭 다니엘’ 양조장이 있다.
젊은 세대가 호감을 가지는 이유 중 하나는 뉴욕이나 실리콘벨리에서 찾아볼 수 없는 남부의 환대다. ‘나이스’한 것 같지만 진심은 별로 없는 뉴욕 등의 대도시 사람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태도다. 다소 지겨운 ‘정치적 올바름(PC)’이 아닌, 진정 마음에서 우러나는 따뜻함을 경험해 보니 너무 좋은 것이다. 잘 배운 젊은이들이 모이고, 이방인, 방문객들에게도 배려와 친절함을 베풀며, 예의를 중시하는 전통도 공존하니 도시의 분위기는 더 이상 좋을 수 없다. 화려한 귀족적 삶을 누렸으나 남북전쟁 패배 이후 상대적 저개발과 가난으로 힘든 세월을 보냈던 남부의 도약이 신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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