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호통·강퇴' 채상병 청문회 마무리···野, 특검법 법사위 의결
채상병 특검법이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등 야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야권은 속전속결로 다음달 채상병 순직 1주기 전까지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 처리를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다.
국회 법사위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야당 위원들만 참석한 채 전체회의를 통해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의결했다. 법안이 발의된지 22일 만이다.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는 채상병 특검법 입법 청문회가 종료된 후 약 10분간 정회됐다 다시 개회했다.
청문회 말미에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오늘 청문회를 통해 나온 발언들 중 기승전결은 '특검으로 가야 된다'였기 때문에 특검안에 대해 오늘 의결을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날 의결에 따라 법안은 본회의에 회부됐다.
채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7월 수해 수색 활동 중 순직한 해병의 사건 수사 기록 이첩을 보류화는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는지 여부를 밝히는 게 핵심이다.
이날 청문회에는 해병대에서 수사를 담당했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을 비롯해 △이종섭 전 국방장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이시원 전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이용민 포병여단 포7대대장 △임기훈 전 국가안보실 2차장실 국방비서관 등이 이 증인 출석했다.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던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도 이날 오후 화상으로 증인 출석했다.
채상병 사건 관련 핵심인물이 대거 한자리에 모여 증언한단 점에서 정치권 이목이 집중됐지만 진행은 녹록지 않았다.
이종섭 전 장관과 임성근 전 사단장, 신범철 전 국방 차관이 청문회 시작과 함께 증인 선서를 거부했다. 형사소송법 148조에 따르면 형사소추 또는 공소제기를 당하거나 유죄의 염려가 있을 경우 증언을 거부할 수 있게 돼 있단 점을 이유로 들었다. 이 전 장관은 현재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 등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대상에 올라와 있다.
법사위 야당 간사를 맡은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처벌 안 받으니 거짓말을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 그렇게 하겠다(는 것인가)" "그게 지금 공직자로서 국민 앞에서 할 말인가"라고 지적했다.
증인들의 '모른다'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답변에 호통을 치는 의원들도 나왔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이종섭 전 장관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과 통화한 사실에 대해 질문했지만 이 전 장관이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고 답하자 호통을 치며 "말만하면 기억이 안난다고 한다, 역사는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같은날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은 국회 운영위원회 업무보고에 출석해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 대한 긴급구제 신청이)기각되기 전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통화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시간적으로 보면 그런 사실이 있다"고 답했다. 다만 '박 전 대령 수사 외압과 관련해서 통화한 적이 있는지'를 묻는 질무네 김 상임위원은 "없다"고 답했다.
공수처 수사를 받고 있다는 이유로 구체적 진술을 회피하는 증인 등에 대해서는 '강퇴'(강제퇴장) 명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이시원 전 비서관이 형사소송법 148조을 근거로 청문회 초기 대부분의 질문에 답변을 거부하자 정 위원장은 해당 증인을 10분간 청문회장에서 퇴장시키기도 했다. 이종섭 전 장관과 임성근 전 사단장도 발언 태도 및 의사 진행을 방해한단 이유로 정청래 위원장으로부터 10분간 퇴장 조치를 받았다.
이날 야권 의원들은 특검이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청문회에서 "당시 긴박한 대통령실 개입에 대해 수사관들이 느꼈던 외압에 관한 녹취록"이라면서 시청각 자료를 공개했다. 국방부검찰단이 경북경찰청으로부터 자료를 회수해 온 이후 정황이 담긴 자료다.
전 의원은 "미안해 하는 경북청 수사관의 눈물 섞인 호소 목소리를 다 들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대통령이 불법적으로 외압을 행사하고 (자료) 탈취에 관여한 것이란 강력한 암시를 이 통화 내역이 웅변하고 있다. 만약 이 사실이 맞다면 대통령은 직권남용 등 불법적 사유로 탄핵 사유가 될 수도 있는 어마무시한 일"이라고 했다.
이어 "그래서 이 자리에 있는 모든 분들이 진실을 거부하고 선서를 거부하고 위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정답은 이 사안은 특검으로 갈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박성재 법무장관을 대상으로 "증인께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개인 핸드폰으로 수사 외압 관련 지휘 감독 라인에 있는 사람들에게 무지막지한 전화통화가 이뤄진 것을 확인했을 것"이라며 "대통령 윤석열 개인폰에 대한 압수수색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연루됐단 국민적 의혹이 있는 사건이다. 이 사건을 제대로 규명하는 것이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법무장관의 태도를 보면 이 사건 수사가 서울중앙지검에서 제대로 수사하고 기소될 것이란 기대가 없어 보인다.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에서 통과돼 공정하고 독립된 특별검사가 수사하고 기소해야 되는 이유일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청문회 내내 사건 기록 이첩보류 과정에서 대통령실로부터 외압이 있었는지 여부가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박정훈 대령은 "김계환 사령관은 제게 '대통령이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국방비서관으로부터 1사단 사고 관련 보고를 받고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며 격노했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이같은 소식을 들은 뒤 하루 만에 수사 상황에 대한 언론 브리핑 결정이 보류됐고 수사기록을 경북경찰청에 이첩시키는 것도 보류됐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비해 김계환 사령관은 화상으로 출석해 '실제 그와 같은 대통령 격노설을 전달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제가 공수처로부터 수사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답변드릴 수 없음을 이해해달라"고 했다.
이종섭 전 장관은 모든 결정이 자신의 책임 아래 이뤄졌다는 취지로 대답했고 "이첩보류를 지시한 것은 적법한 지시라고 확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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