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페라리’ 전동화 전초 기지 ‘e-빌딩’ 현장 살펴보니

김동진 2024. 6. 21.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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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넬로(이탈리아)=IT동아 김동진 기자] 이탈리아 슈퍼카 브랜드 ‘페라리’가 브랜드 다음 세대를 이끌 전동화 전초 기지 ‘e-빌딩’ 준공식을 개최했다. 페라리는 e-빌딩에서 전기차뿐만 아니라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차량을 모두 제작하며, 소비자가 어떤 파워트레인을 요구하든지 수용 가능한 기술적 유연성을 확보하게 된다. e-빌딩에는 협동로봇과 디지털트윈 등 생산 효율을 높일 첨단 기술과 함께 친환경 동력원도 적용된다. 페라리는 이곳에서 국내 기업인 SK온 배터리를 탑재한 첫 전기차를 2025년 4분기쯤 생산할 계획이다. 이탈리아 마라넬로에 있는 페라리 본사를 찾아 준공된 e-빌딩을 직접 살펴봤다.

페라리 e-빌딩 / 출처=페라리

페라리 최초 전기차 탄생할 전초기지 ‘e-빌딩’ 준공…세 가지의 파워트레인 모두 생산

페라리는 21일, 이탈리아 북부 마라넬로에 위치한 페라리 본사에서 e-빌딩 준공식을 개최했다.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을 비롯해 존 엘칸 페라리 회장, 피에로 페라리 부회장, 베네데토 비냐 CEO 및 페라리 임직원 대표들이 참석했다.

페라리 e-빌딩 준공식 현장 / 출처=IT동아

페라리 이탈리아 마라넬로 본사는 페라리의 모든 차량이 생산되는 장소다. 공장 부지는 설립자인 엔초 페라리가 선택했으며, 페라리는 마라넬로 본사에서 1947년 첫 차량을 생산해 출고했다.

페라리 이탈리아 마라넬로 본사 / 출처=페라리

이곳 마라넬로 본사에 들어선 ‘e-빌딩’은 페라리가 건축 계획을 발표한 후 2년여의 작업기간을 거쳐 총 표면적 4만2500제곱미터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완성했다. 이탈리아 건축가 마리오 쿠치넬라가 설계한 e-빌딩에서 300명 이상의 페라리 직원이 상주하며, 사무 업무뿐만 아니라 각종 부품과 엔진 및 차량 생산에 나선다.

페라리 e-빌딩 전경 / 출처=페라리

페라리는 e-빌딩을 통해 세 가지의 파워트레인(내연기관, 하이브리드, 순수전기)을 모두 생산하며 확보한 유연성으로 ‘양보다 가치(Value over volume)’를 표방하는 자사 전략을 충실히 이행할 방침이다.

예컨대 순수 전기차를 원하는 페라리 소비자를 위해 전기 엔진까지 수작업으로 제작하는 페라리 특유의 생산 공정을 e-빌딩에도 적용할 방침이다. 전압 배터리, 전기 모터 및 액슬과 같은 전기차 핵심 부품도 e-빌딩에서 생산된다.

페라리 전기차 부품 및 차량 조립이 진행될 e-빌딩 생산라인의 모습 / 출처=IT동아

이날 준공식이 끝난 후 방문한 e-빌딩 생산 현장에서는 페라리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차량 조립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페라리가 e-빌딩에서 내연기관 및 하이브리드 차량 생산을 시작한 모습 / 출처=IT동아
페라리가 e-빌딩에서 내연기관 및 하이브리드 차량 생산을 시작한 모습 / 출처=IT동아
페라리가 e-빌딩에서 내연기관 및 하이브리드 차량 생산을 시작한 모습 / 출처=IT동아

페라리 첫 전기차 2025년 4분기 생산 전망…SK온 배터리 탑재

페라리는 브랜드 첫 전기차를 오는 2025년 4분기쯤 e-빌딩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페라리 첫 전기차에는 국내 기업인 SK온의 배터리가 탑재된다.

SK온은 페라리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유일한 업체다. 양사는 지난 2019년 SK온이 페라리 첫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모델인 ‘SF90 스트라달레’와 컨버터블 ‘SF90 스파이더’ 등에 배터리를 공급하며 첫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지난해 페라리가 한정판 스페셜 시리즈로 선보인 ‘SF90 XX 스트라달레’와 ‘SF90 XX 스파이더’에도 SK온 배터리가 들어갔다. 페라리는 2021년과 2022년 각각 출시한 PHEV ‘296 GTB’ ‘296 GTS’에도 SK온 배터리를 탑재하며 협력 관계를 이어왔다.

페라리와 SK온은 지난 3월, 배터리셀 기술 혁신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양사는 당시 협약식에서 PHEV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현재의 협력 범위를 차세대 배터리셀 기술 개발까지 확장하기로 했다.

이석희 SK온 사장(왼쪽)과 베네데토 비냐 페라리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3월 26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배터리셀 기술 혁신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은 뒤 악수하는 모습 / 출처=SK온

페라리는 그간 SK온과 구축해 온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브랜드 첫 순수 전기차에도 SK온 배터리를 탑재하기로 했다.

페라리 관계자는 “2025년 4분기 생산을 시작할 브랜드 첫 순수 전기차에 SK온 배터리를 탑재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SK온 배터리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과의 협력 가능성도 열어놓고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페라리는 2025년 첫 순수 전기차 출시와 함께 2026년까지 전체 생산 차량 수 대비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비중을 6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후 2030년까지 친환경차 비중을 80%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협동로봇과 디지털트윈 등 첨단 기술 적용…지속 가능한 에너지원 적용

한편 페라리는 e-빌딩 제조 공정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협동 로봇과 디지털 트윈 등 최첨단 기술도 활용한다. 협동로봇은 생산 공정에서 사람 대신 무거운 자재를 옮기거나, 작업자의 필요에 따라 동작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활용된다. 디지털 트윈은 가상 공간에 현실 속 사물의 쌍둥이를 만들어 시뮬레이션을 진행, 결과를 미리 예측해 더 나은 선택을 돕는 방식으로 쓰이는 기술이다.

페라리가 e-빌딩에서 내연기관 및 하이브리드 차량 생산을 시작한 모습 / 출처=IT동아

페라리는 배터리 및 모터 테스트에서 사용한 에너지의 60% 이상을 축전지에 회수해 추후 새로운 공정에 동력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페라리는 기존부터 밝혀온 지속가능성에 대한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100% 재생가능한 에너지원을 활용, 건축물을 운영한다. 그 일환으로 3000개 이상의 태양광 패널을 건물 지붕에 설치해 1.3㎿ 규모의 전력을 공급받는다.

e-빌딩 준공식에서 발언하는 존 엘칸 페라리 회장의 모습 / 출처=IT동아

존 엘칸 페라리 회장은 "브랜드 헤리티지 및 첨단 기술의 조화와 더불어 환경 존중의 가치를 결합한 e-빌딩 준공식을 개최할 수 있어 기쁘다"며 "페라리에게 있어 e-빌딩은 마라넬로 지역 산업 환경에서 페라리의 핵심적인 역할을 공고히 하는 건물이다. 페라리는 e-빌딩을 기존 도시 환경에 완벽히 통합하기 위해 10만 평방미터가 넘는 도시를 재개발하고 도로 인프라를 재설계했다. 실제로 공장 부지로 이어지는 도로도 새로 만들었고 마을 네트워크에 연결된 1.5km의 자전거 도로 또한 건설했다. 마라넬로 지역과 호흡하며 페라리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겠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김동진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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