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 “더 강화된 노란봉투법, 현장에 엄청난 혼란 가져올 것”
지난 국회 때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노란봉투법’(노조 및 노동관계조정법 등 개정안)을 22대 국회가 더 강한 악법으로 개정해 밀어붙이자, 21일 경영계가 긴급 회의를 열고 대응에 나섰다. 전날인 20일 국회 환노위에 상정된 개정안에는 “노조만 조직하면 무조건 근로자” “사내 하청의 사용자는 원청업체” “불법 점거해도 개인에 대한 손배소는 금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날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삼성·SK·현대차·LG·롯데·포스코 등 주요 기업 노무 담당 임원 20여 명을 서울 프레스센터에 긴급 소집해 회의를 열었다. 기업 임원들은 “22대 개정안은 근로자와 사용자 범위를 무한정 확대해 산업 현장에 엄청난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국회 때 폐기된 개정안은 사용자 범위를 ‘근로 조건에 실질적 지배력 있는 자’로 두루뭉술하게 확대하고, 불법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은 노조원 개개인에 대한 책임 범위를 일일이 따지도록 하는 규정이 문제가 됐다.
민주당 이용우 의원 등이 발의한 22대 국회 개정안에는 이보다 훨씬 더 황당한 내용들이 담겼다.
먼저 ‘근로자’는 ‘노조를 조직하거나 가입한 자’로 정의했다. 이렇게 되면 플랫폼 노동자(특수고용노동자)뿐 아니라 자영업자, 해고자도 노조를 조직해 기업에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
사용자 범위는 ‘노동조건·수행업무·노조활동 등에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 ‘사내 하도급의 원사업주’ 등으로 확대했다. 사내 하청의 사용자는 무조건 원청이라고 못 박는 한편, ‘업무에 영향력’이라는 추상적 표현으로 다수 협력사들이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했다.
경총 관계자는 “이렇게 되면 기업들은 수백, 수천 노조를 상대해야 한다”며 “1년 내내 노사 분쟁에 시달리며 경쟁력을 잃고, 납품처를 최대한 해외로 돌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 파업으로 기업이 큰 손해를 보더라도, “노조의 의사 결정 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의 경우, 개인에게 배상 청구를 금지한다”는 내용도 있다. 경총 관계자는 “노조원들의 사업장 불법 점거에 면죄부를 주는 규정”이라고 말했다.
‘정치 파업’을 가능하게 하는 내용도 있다. 쟁의행위를 할 수 있는 명분에 ‘근로자의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에 관한 분쟁’을 추가한 것이다. 한 대기업 임원은 “현행법은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등을 형사처벌 하고 있어 노조 리스크가 과도하게 커진다”며 “이 법이 통과될 경우, 국내에 투자하려는 기업은 거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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