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기 왜 안되나“ 150여 년 만에 男발기 비밀 풀렸다
음경과 음핵의 특정 신경 세포가 진동을 감지한 후 활성화돼 발기와 같은 성행위를 일으킨다는 사실이 생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밝혀졌다. 이 연구 결과는 발기 부전과 같은 질환이나 하반신 마비 환자의 성 기능 회복을 위한 새로운 치료법으로 이어질 수 있다. 19일(현지시간) 《네이처》에 발표된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의 논문 내용을 토대로 과학전문지 《네이처》가 보도한 내용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150여 년 전에 인간의 생식기에서 처음 발견된 크라우스소체(Krause corpuscle)의 비밀을 밝힌 것이다. 크라우스소체는 생식기 피부 바로 아래에 단단히 감싸진 공 모양의 신경 종말조직이다. 사람의 손가락과 손에서 볼 수 있는 '접촉활성화소체(touch-activated corpuscle)'와 유사한데 피부가 질감이 있는 표면을 가로질러 움직일 때 진동에 반응한다.
그러나 이 신비한 신경세포 덩어리가 어떻게 작동하고 성관계에 어떻게 관여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었다. 예민한 주제였기 때문이다. 연구책임자인 하버드대 의대의 데이비드 긴티 교수(신경생물학)는 "이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에 난색을 표하는 사람들로 인해 연구 진행이 어려웠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이유는 특정 신경세포를 활성화하거나 추적하는 것이 기술적 난제였기 때문이다. 20년 전 등장한 첨단 분자기술 덕분에 연구가 가능해지기 시작했다.
긴티 교수 연구진은 다양한 기계적 자극과 전기적 자극을 사용해 수컷과 암컷 쥐의 크라우스소체를 활성화했다. 이 신경세포 덩어리는 40~80헤르츠(㎐) 범위의 저주파 진동에 반응해 발화했다. 긴티 교수는 이러한 주파수가 일반적으로 많은 성인용품에서 사용된다며 공식적 실험 결과가 발표되기도 전에 크라우스소체를 자극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뭔지를 사람들은 이미 간파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암수 생쥐의 생식기에 거의 같은 수의 크라우스소체가 들어 있으며 동물의 발달 과정에서 기관이 성장함에 따라 공간적으로 퍼진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그러나 남성의 음경보다 여성의 음핵이 작기에 음핵에는 15배나 더 많은 크라우스소체가 집중돼 있다. 긴티 교수는 음핵의 경우 "거의 벽에서 벽까지 크라우스소체가 있다"며 "우리는 각각의 소체가 진동 감지기라고 생각하며 이는 이 기관이 왜 그렇게 민감한지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성관계에서 음핵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빛에 노출됐을 때 생쥐의 음핵 신경세포가 발화하도록 유전자 조작을 가했다. 마취된 생쥐에서 이러한 활성화는 수컷의 발기와 암컷의 질 수축을 유발했다. 크라우스소체가 없도록 유전자 조작된 쥐는 정상적으로 짝짓기를 할 수 없었다. 이는 이 구조가 성관계에 필수적임을 시사한다.
대부분의 감각 신경세포는 출생 전에 발달한다. 반면 크라우스소체는 생쥐가 성적으로 성숙하기 직전인 생후 4~6주가 될 때까지 발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간티 교수는 암컷 쥐의 발정 주기에 있는 호르몬이 크라우스소체의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이렇게 늦게 발달하는 신경 시스템이 어떻게 기존 신경계와 연결되는지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연구진은 크라우스소체가 척수의 특정 감각 영역에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부위를 자극하면 척수와 뇌의 연결이 끊어진 상태에서도 성기의 발기 및 수축이 일어나 성적 반사가 자동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논문을 검토한 미국 예일대의 엘레나 그라체바 교수(신경과학)는 "생식기 민감성에 얼마나 많은 감각 경로가 관여하는지에 놀랐다며 "많은 과학자들에게 많은 다른 방향을 열어주는 연구"라고 평했다. 미국 국립보완통합건강센터의 알렉산더 체슬러 연구원(감각생물학)은 성공적인 짝짓기를 위해 생식기의 촉각 민감성 단백질이 필요하다는 자신들이 지난해 발표한 연구결과를 보완해준다며 발기부전이나 질 통증을 치료하기 위한 추가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긴티 교수 연구진은 이제 크라우스소체의 다른 측면, 즉 이 신경세포가 뇌에서 쾌락감각을 유발하는지, 동물이 나이가 들어도 그 민감성을 유지하는지 등도 살펴볼 예정이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4-07528-4)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hanguru@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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