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언대에 선 채 해병 사건 의혹 당사자들… “선서 거부" “착각했다"
채수근 해병이 실종자 수중 수색에 나섰다가 사망한 지 383일만인 21일, 국회 증언대에 선 채 해병 사망 원인 ‘수사 외압’ 의혹 당사자들은 선서를 거부하거나 “착각했다"는 궁색한 해명을 내놓으며 법적 책임을 부인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당이 단독으로 진행한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채 해병 특검법 입법청문회'에는 박성재 법무부 장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박진희 국방부 군사보좌관, 이시원 대통령실 전 공직기강비서관, 임기훈 대통령실 전 국방비서관, 임성근 전 1사단장, 그리고 해병대 수사단을 이끌었던 박정훈 대령까지 전 현직 국방부, 해병대, 대통령실 관계자 등이 대거 출석했다. 박 대령의 상관이었던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은 안보 상황을 이유로 불출석 했으나 이날 오후부터 화상으로 참여했다.
이종섭 전 장관과 신범철 전 차관, 그리고 임성근 전 사단장이 증인 선서를 거부하면서 청문회는 시작부터 갈등이 고조됐다. 세 사람은 “현재 공수처에 고발되어 수사를 받고 있고 특검법의 수사 대상에도 그 고발 내용이 포함돼 있다. 법률상 증인 선서 및 증언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들은 ‘위증 할 경우 처벌을 받겠다’는 선서 거부의 근거로 국회 증언감정법 제 3조 등을 근거로 들었다. 자신들이 공수처의 수사 등에 따라 재판에 넘겨졌을 때 청문회 증언이 불리하게 작용할 상황에 대비한 것이다. 반면 마찬가지로 피고발인 신분인 박성재 법무부 장관의 경우 “선서를 하고 증언하는 이상 말할 수 있는 내용은 사실대로 말하겠다"며 선서를 거부하지 않았다.
이시원 대통령실 전 공직기강비서관의 경우 법사위원들의 질문에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답변할 수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반복하다 한때 회의장에서 퇴장 당하기도 했다.
청문회에서는 주요 의혹 중 하나로 떠 오른 임성근 사단장에 대한 구명 로비 의혹에 대한 질의도 나왔지만 임 사단장은 모두 부인했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 김건희 여사 와의 개인적 친분이 있는지 묻자 임 전 사단장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선수' 이 모씨 및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 국회의원 후보였던 고석 변호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대통령실과 국방부가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이종섭 전 장관은 지난 해 자신이 직접 결재했던 해병대 수사단의 사건 보고서 경찰 이첩 보류 및 박정훈 대령에 대한 수사 지시 모두 윤석열 대통령과는 무관한 자신의 판단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전 장관은 이같은 지시를 내리기 이전에 대통령실로부터 걸려온 유선 전화의 내용에 대해서는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특히 이종섭 장관은 이날 출석한 다른 증인들과 내용이 충돌하는 답변을 내놔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 전 장관은 지난 해 7월 30일 박정훈 대령으로부터 해병대 수사단 수사 결과를 보고 받는 자리에서 “두 가지 의문점을 제기했다”며"첫 번째는 여단장의 경우 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적용돼야 하느냐라는 질문을 했었고 두 번째는 현장 통제를 했던 여군 2명을 포함한 간부들은 단순히 수색조에 포함돼 힘들게 고생했는데 왜 혐의가 적용돼야 되느냐라는 질문을 했다"고 밝혔다. 반면 이날 보고를 진행한 박정훈 대령은 여단장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 포함 이유에 대한 질문 외에 “(임성근) 사단장도 처벌 받아야 되느냐라고 질문을 했고 그래서 제 오른 쪽에 있던 (해병대) 사령관이 거기에 답했다"며 상반되는 답변을 내놨다.
이종섭 전 장관의 증언은 ‘수사 외압 실행자’로 의심받고 있는 유재은 법무관리관의 증언과도 차이를 보였다. 지난 해 7월 31일 당시 정종범 해병대 부사령관이 이 전 장관, 유 법무관리관 등과 회의에 동석해 작성한 메모 내용과 관련해 유 법무관리관은 “(이종섭) 장관의 말씀을 적은 것"이라고 분명히 밝힌 반면, 이 전 장관은 “(메모된 내용을) 다 내가 지시한 것은 아니고 강조했던 것들을 전부 망라한 것"이라며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당시 정 부사령관의 메모 중에는 “누구누구 수사 언급하면 안 됨”이라는 문구도 등장하는데 이는 이 전 장관이 임성근 사단장 등을 혐의자에서 제외시키라고 명령한 의혹을 뒷받침하는 중요 정황 근거이다. 여기서 말하는 ‘누구'가 임 전 사단장이 아니냐는 법사위원 질문에 이 전 장관은 강하게 부정했다.
지난 해 국회에 출석해 7월 31일에는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과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가 통화 내역이 확인되면서 거짓말이 드러난 임기훈 대통령실 전 국방비서관은 “날짜를 착각했다"고 해명했다.
이날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이 전원 참석을 거부한 가운데 충문회를 강행한 민주당 등 야당은 채 해병 특검법 통과에 속도를 내는 한편, 국정조사 추진 방침도 밝혔다.
뉴스타파 조원일 callme11@newstapa.org
Copyright © 뉴스타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