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조선, 미국 군함 만들까”…1380억 베팅, 美조선소 품은 한화

한화오션·한화시스템, 1억달러에 인수
미군 함정 MRO·건조 시장 ‘첫발’
필리조선소, 미국 최대 도크 보유
美상륙함·구축함 물량 확보 가능

미국 필리조선소 전경. <한화오션>

한화오션이 미국 필리조선소 인수에 성공했다. 국내 조선업계가 미국 조선소를 인수하는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써 한화오션은 연 20조원에 달하는 미 함정 MRO(유지·보수) 시장 뿐 아니라 미국 연안을 운항하는 군함·상선 건조 시장까지 넘볼 수 있는 거점을 마련하게 됐다.

20일 한화오션은 공시를 통해 한화시스템과 함께 약 1억 달러(1380억 원)에 미국 필리조선소 지분 전량을 인수했다고 공시했다. 필리조선소는 미국 펜실베니아 필라델피아에 있는 조선소로 미 해군 수송함 수리·개조와 공공선·상선 등을 건조한 경험이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뒤 미국 함정 시장 진출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을 벌여왔다. 인수 이후 조직 개편을 통해 MRO조직을 처음 신설한 한화오션은 지난해 필리조선소 인수를 위한 실사단을 파견하는 등 지속적으로 미국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필리조선소를 품은 한화오션은 연간 20조 원에 달하는 미 해군 함정 MRO 시장은 물론 신규 건조 시장 진출에도 첫 발을 내딛게 됐다. 아시아·태평양 미 해군 7함대 뿐 미국 본토에서 작전을 펼치는 함정 등 전체 미 해군 함정의 MRO 물량에 접근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연안무역법(Jones Act)을 통해 자국에서 건조·개조되거나, 미국에 해상운송 권한을 등록하고 미국 국적 선원을 탑승시킨 선박에 한해 미국 연안 운항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필리조선소를 통해 ‘자국 내 건조·개조’라는 연안무역법 요건을 충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재 미국은 자국 내 해군 함정 건조·MRO 물량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연안무역법으로 조선사들이 자국의 건조·개조 물량을 독점한 가운데서도 높은 수준의 인건비와 낮은 수익성으로 업계 전체가 낙후돼서다. 이런 가운데 세계적인 건조 역량을 보유한 한화오션이 미 함정 시장에 진출할 경우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필리조선소가 보유한 미국 최대 규모의 건조 설비는 미국 주요 함정 건조 물량과 유지·보수 물량을 감당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필리조선소가 보유한 드라이도크 2기는 항공모함을 제외한 상륙함·구축함 등 미국의 주요 함정을 수용할 수 있는 크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함정 건조의 경우 미국 당국의 시설 보안 인증(FCL)을 받아야해 이와 관련한 추가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라면서도 “필리조선소가 MRO 뿐 아니라 함정 건조를 위한 사업장이 될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