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러 대사 초치…적반하장 러 “위협·협박 용납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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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1일 주한 러시아 대사를 초치해 유사시 러시아의 한반도 군사 개입 근거를 명시한 북-러 조약에 대해 항의했다.
하지만 주한 러시아 대사관은 페이스북에 초치됐던 지노비예프 대사가 김 차관에게 "러시아 연방에 대한 위협과 협박 시도는 용납할 수 없다"는 러시아의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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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는 이날 “김홍균 1차관은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대사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불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과 조약을 체결해 상호 군사·경제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데 대한 정부의 엄중한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김 차관은 지노비예프 대사에게 러시아와 북한 간 군사 협력을 즉각 중단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준수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북-러 조약 체결 및 군사협력이 위험 수위를 넘었다고 판단됨에 따라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이 전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주재한 뒤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문제를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힌 데 이어 공식 외교 채널로도 엄중 항의에 나선 것이다. 외교부가 주한 러시아대사를 초치한 것은 4개월여 만이다. 앞서 외교부는 2월 북한의 ‘핵 선제 사용 법제화’를 지적한 윤석열 대통령 발언을 “편향적”이라고 비난한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의 언급에 항의하기 위해 지노비예프 대사를 초치한 바 있다.
김 차관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어기고 북한을 지원함으로써 우리 안보에 위해를 가해오는 것은 한러 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러시아가 책임있게 행동하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항의에 지노비예프 대사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주의 깊게 들었으며, 이를 본국에 정확히 보고하겠다”고 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면담은 30분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주한 러시아 대사관은 페이스북에 초치됐던 지노비예프 대사가 김 차관에게 “러시아 연방에 대한 위협과 협박 시도는 용납할 수 없다”는 러시아의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초치된 국가의 대사가 반박 입장을 별도로 밝히는 건 이례적이다. 지노비예프 대사는 또 “러시아와 북한의 협력이 제3국을 상대로 한 것이 아니고, 국제법의 원칙과 규범에 부합하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강화에 기여한다”고도 했다. 대통령실은 전날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검토 입장을 밝히면서도 “러시아 측이 (북-러 조약 체결에 대한) 일정한 설명은 해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대화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에 이어 주한러시아 대사까지 이같은 강경 입장을 보임에 따라 한-러 관계가 경색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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