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릿지> 밀양 사건 신상 공개 논란…사적 제재 정당한가

박성혜 작가 2024. 6. 21.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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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

서현아 앵커 

세상을 연결하는 뉴스, 뉴스브릿지입니다. 


지난 2004년 발생한 밀양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의 신상이 최근 온라인에 잇따라 공개되면서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공개 과정에서 피의자의 동의가 없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 논란이 됐는데요.


법적 테두리를 벗어난 사적 제재 논란 박은선 변호사와 자세히 풀어봅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먼저 20년 전의 사건인데 밀양 사건 가해자들의 신상이 어떻게 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겁니까?


박은선 변호사 

시작은 유튜버들이었습니다. 


지난 1일 유튜브 채널 나락보관소의 운영자는 2004년 밀양에서 여중생들을 집단으로 성폭행한 그 사건 과 관련해서 해당 가해자들이 현재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관해서 가해자라고 하면서 사진 이름, 그리고 또 나이, 직업, 이런 개인 정보들을 여과 없이 잇따라 공개하기 시작했습니다.


또 나아가서 해당 가해자 모두의 신상을 공개할 테니 시청자 제보를 부탁한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이 유튜브 영상이 상당한 인기를 거두자 다른 유튜버들도 비슷한 영상들을 따라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나아가서 공중파에서도 해당 영상들을 활용해서 이 가해자들이 현재 어떻게 살고 있는지 이런 모습을 실사포로나 뉴스에서 내보내기 시작했죠.


관련 신상 정보들은 이런 식으로 급속도로 우리 사회에 퍼져나가게 되었습니다.


서현아 앵커 

이게 영화로 만들어질 정도로 공분을 샀던 사안 아닙니까?


그래서인지 시간이 지난 뒤에도 시민들의 분노가 여전한 것 같습니다.


박은선 변호사 

2004년 1월 다수의 남학생들이 한 여학생을 불러내서 쇠파이프로 때려서 기절을 시킨 다음에 집단으로 성폭행한 그 사건도 끔찍한데 이후 해당 여학생을 포함한 5명의 여중생들을 무려 44명이 집단 성폭행을 했습니다.


사건 자체만으로 해도 너무나 끔찍한 일인데요. 


더욱이 가해자 부모들이 2차 가해까지 했습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왜 피해자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야 하느냐 우리가 피해 입은 건 생각 안 하냐 딸 자식을 잘 키웠어야지 여자애들이 와서 꼬리치는데 안 넘어가는 남자애가 어디 있냐' 이런 말들을 하면서 반성도 전혀 하지 않고 피해자를 정말 두 번 죽이는 이런 일을 했던 것이죠.


서현아 앵커 

정말 안타까운 사건입니다. 


그런데 한동안 잊혀졌던 사안이 재조명되는 경우는 종종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이 사건 20년이나 지난 사건인데 이렇게 대중이 관심을 갖고 분노하게 되는 이유는 어디 있다고 보십니까?


박은선 변호사 

두 가지를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첫째로 당시에 가해자들이 상식적으로 납득할 만한 처벌을 조금이라도 받았다면 그렇다면 이러한 시민적 공분은 없을 것 같습니다.


가해자들의 행위는 특수강간, 특수상해, 불법 촬영 및 유포, 공갈, 협박 등 죄질이 너무 좋지 않은 또 강력범죄에 해당하는 이런 죄들을 구성합니다.


그런데 당시 사건을 수사한 울산 남부경찰서는 44명 중에 13명만을 구속 수사하고 나머지는 훈방조치했습니다.


또 수사 과정에서 수사관이 피해 여학생에게 네가 먼저 꼬리친 것 아니냐 이런 말까지 했었죠.


그 이후에 단 10명만이 형사재판으로 넘겨졌고 나머지는 전부 소년법원의 처분만을 받았습니다.


물론 청소년 보호를 위해서 소년법원의 재판이 필요한 부분이 있지만 이 범죄의 죄질과 정말 이 참혹함을 생각하면 형사재판을 받은 것이 필요했는데 소년법원으로 대법원에 넘긴 것 이것도 상당한 문제였습니다.


더욱이 형사재판으로 넘어간 그 10명조차도 기소는 됐지만 사실상 실질상의 처벌은 없었습니다.


둘째로 최근 유튜브 채널에서 당시 가해자들이 성공했거나 아니면 또 평범한 행복을 누리는 모습이 공개되자 시민들로 하여금 수사기관이나 사법기관이 말씀드렸듯이 처벌을 제대로 안 했기 때문에 스스로 단죄해야겠다 이런 분위기를 조성한 것 같습니다.


특히 주범에 해당하는 이가 운영하는 식당이 맛집 프로그램에 소개가 됐었고, 그게 이 영상으로도 남아 있을 뿐만 아니라 그가 SNS에 쓴 글, '행여나 내 딸 인생에 걸림돌이 되는 것들 다 없애줄게' 이런 글들은 부성애를 보여주는 동시에 또 여중생들의 당시 2004년 피해를 생각하면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죠.


이런 이유들로 국가가 하지 않은 처벌을 시민들이라도 시민들이 스스로의 힘으로라도 하려고 한 것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합니다.


서현아 앵커 

정말 정말 생각할수록 한숨만 나오는 사건인데 그런데 이 사적 제재라는 것은 수사권이나 형벌권이 없는 한 개인이 또 다른 개인을 처벌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어쨌든지 간에 법으로 허용받지 못한 방법 아닙니까?


박은선 변호사 

네 맞습니다. 


SNS나 유튜브 등을 중심으로 한 현재 사적 제재는 법의 눈으로 보면 위험한 부분이 있습니다.


먼저 가해자들의 신상공개는 일종의 공개적인 망신주기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나 형법상 모욕죄, 또 나아가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이런 것들을 구성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 판례에 따르면 스스로 홈페이지나 유튜브 이런 곳에 올린 또 SNS에 올린 그런 정보들을 취합해서 알리는 것 이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의 위법성이 없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범죄는 안 돼도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할 수는 또 있습니다.


나아가서 해당 가해자가 운영한다고 알려진 그 식당에 별점 테러를 한다거나 이런 식으로 해서 그 식당이 문을 닫은 일이 있었고요.


또 외제차 딜러로 일하고 있는 가해자, 현재의 성인이 된 가해자는 이 사실이 알려지자 회사에서 해고를 당했습니다.


또 대기업에 다니던 또 다른 남성은 임시 발령 조치를 받았는데 이러한 결과들 역시 부당해고나 또는 업무방해 이런 것들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공권력의 도움을 받지 않고 개인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그런 과정에서 범죄나 불법 행위, 이런 것들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죠.


서현아 앵커 

오늘도 가해자 한 명의 자필 편지가 공개가 됐더라고요.


그동안 제대로 된 처벌이 없었기 때문에 시민들이 나선 면도 분명히 있습니다만 사적 제재의 위험성을 생각하면 진정한 대안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봐야 될까요?


박은선 변호사 

우리 형법의 대원칙 중에는 법률에 근거하지 않는 사적 폭력을 활용한 스스로의 해결을 금지하는 자력구제금지원칙이 있습니다.


이 사안의 사적 제재와 같은 경우는 이 원칙을 적용해서 금지해야 하는 측면이 있기도 합니다.


또 말씀드렸듯이 무슨 명예훼손 등의 이런 범죄나 불법 행위를 구성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과거에 과연 경찰이 또 법원이 제 역할을 다했다면 시민들이 이렇게 불법 행위를 구성할 만큼의 그런 사적 제재로까지 나아갔을까 이 점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서현아 앵커 

20년이 지나서도 이렇게 국민적인 공분이 이어지는 이유는 사안도 너무나 잔인했지만 그 후속 처리가 말씀해 주신 대로 너무나 허술했기 때문일 겁니다.


그래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무분별한 신상 공개보다는 피해자 상처를 치유하고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일일 거라고 봅니다.


변호사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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