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쭉길쭉 팔다리와 유난히 큰 키…염색체 이상 ‘마르판증후군’이란?

최재아 2024. 6. 21.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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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처럼 긴 다리, 길쭉한 손가락과 발가락, 유연하게 접히는 관절, 유난히 큰 키. 90년대 농구스타 한기범 선수가 투병 중이라고 밝혀 세간에 알려진 ‘마르판증후군(Marfan syndrome)’ 환자의 일반적인 특징이다. 외적인 모습뿐 아니라 여러 기관에 기능적 이상까지 초래하는 희귀질환으로, 주로 근골격계와 안구, 그리고 심혈관계에 증상이 나타난다. 특히 대동맥의 확장이 발생하면 갑작스럽게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위험한 질환으로, 진단을 받았다면 지속적 관리가 필요하다. 마르판증후군의 증상과 관련 질환 등에 대해 알아보자.

마르판증후군은 외적인 모습뿐 아니라 여러 기능적 이상까지 초래한다 |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염색체 이상으로 비정상 결체조직 형성돼 발생…대표적인 증상은?
마르판증후군은 15번 염색체의 장완에 위치한 FBN1(피브릴린-1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서 발생한다. FBN1은 눈의 수정체를 지지하는 인대나 동맥의 혈관 외막 조직과 같은 결체조직의 필수 성분인 당단백질을 생산한다. 이 유전자에 결함이 생기면 비정상적인 결체조직이 형성된다.

신체의 장기를 지탱하고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조직인 결체조직이 비정상적 형태로 형성되면 신체 여러 부위에서도 비정상적인 증상이 나타난다. 이때 유전자의 변이가 발생한 부위에 따라 발현되는 증상의 종류와 위치가 상이한데, 현재까지 보고된 변이만 해도 400여 개에 달한다. 마르판증후군 환자의 75%가량은 이 같은 유전적 요인에 의한 것이지만, 가족력이 전혀 없는 경우에도 산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마르판증후군 환자에게서 흔히 나타날 수 있는 질환은 다음과 같다.

1. 근골격계 질환 – 척추측만증 등
마르판증후군 환자에게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임상 증상은 골격계 이상이다. 환자의 50% 이상에서 척추의 병변이 동반되는데, 특히 척추측만증(척추옆굽음증)이 자주 관찰된다. 마르판증후군에서 나타나는 척추옆굽음증의 종류는 척추에 구조적 변형이 발생하는 구조적 척추측만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특발성 척추옆굽음증’이 주로 10세 전후의 성장기에 나타나는데, 이에 비해 마르판증후군의 척추옆굽음증은 평균적으로 증상의 발현 시기가 빠르다. 증상의 발현이 빠른 환자는 유아기 때부터 척추옆굽음증 증상을 보일 수도 있으며, 척추가 변형되는 속도도 일반적인 척추옆굽음증에 비해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척추 외의 관절 부위에서도 마르판증후군의 증상이 잘 발견된다. 관절의 이완으로 인해 슬개골, 어깨 관절, 손가락 관절 등에서 재발성 아탈구가 만성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편평족(평발), 골반 내 돌출비구, 연골용해증과 같은 질환이 진행되는 경우도 흔하다.

2. 안과질환 – 수청체 아탈구, 수정체 편위 등
안과질환의 발생도 잦다. 마르판증후군 환자의 60% 정도는 안질환 증상을 겪는데, 수정체가 위쪽으로 이탈되는 수정체 아탈구, 수정체 편위, 녹내장, 망막 박리, 백내장, 근시 등이 대표적이다. 마르판증후군 환자에게 나타나는 안과질환은 일반 환자에 비해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르며, 아동기부터 진행되기도 한다.

3. 심혈관계 질환 – 대동맥 근위부 확장 등
마르판증후군이 동반하는 증상 중 가장 위험한 것은 심혈관계 질환으로, 대동맥류, 대동맥박리, 대동맥판막 폐쇄부전, 승모판 탈출 등 다양한 심혈관계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마르판증후군 환자 중 최대 80%는 연령과 관계없이 대동맥 근위부의 확장을 합병증으로 경험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대동맥 확장이 발생하면 대동맥이 점차 확장되고, 6cm 이상까지 확장되다가 파열하는 경우에는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꾸준한 검사와 치료 필요해…필요한 경우 수술 고려
마르판증후군 환자에게는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다양한 질환의 위험이 도사린다. 따라서 마르판증후군을 진단받은 경우에는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척추옆굽음증이 나타난 마르판증후군 환자는 교정 치료 등 보존적 치료를 우선 시행해 동반하는 질환의 진행을 막는다. 하지만 환자의 약 20%는 보존적 치료를 통해 증상을 완화할 수 없어 수술을 통한 교정이 필요하다.

안과질환의 경우 증상을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하는 경우 합병증을 예방하고 질환의 완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근시는 렌즈와 안경 등을 이용해 교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정기적인 안과 검진과 치료를 통해 꾸준히 관리할 것이 추천된다.

혈관이 파괴돼 사망에 이르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대동맥 확장 여부를 감시하기 위해 정기적인 심장 초음파 검사를 받고, 카페인 섭취를 자제하고 저염 및 저콜레스테롤 식이를 섭취하는 등 혈관 건강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만약 혈관 확장이 이미 진행 중이라면 꾸준한 약물 치료를 통해 질환의 진행을 억제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대동맥 근위부에 균열이 발생하기 전에 인조 혈관으로 대체하는 대동맥 근위부 대체술 등의 수술을 고려해 보는 것도 추천한다.

최재아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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