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추천 위원 2명이 단독처리하는 방통위…위원장 "위법 아니다"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에서 대통령 추천으로 임명된 2명의 위원이 주요 안건을 단독 처리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비판에 "위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5인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는 야당 추천 위원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약 10개월 동안 윤 대통령이 추천·임명한 김홍일 방통위원장, 이상인 부위원장으로만 구성된 '2인 체제'로 운영 중이다.
김 위원장은 21일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입법청문회에서 "(방송통신위원회) 2인 체제가 방통위법 입법 취지에 맞나"라는 조국혁신당 이해민 의원의 질문에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위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문회에는 방통위 김홍일 위원장, 조성은 사무처장, 이헌 방송정책국장이 증인으로 참석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22대 원구성에 반발하며 상임위에 참석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또 문화방송(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 선임 절차와 관련해 "(현 이사진) 임기 만료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에 현행 법대로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2인 체제'에서 공영방송인 MBC 대주주를 결정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MBC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들의 임기는 오는 8월 12일에 끝난다.
야당 위원들은 김 위원장에게 대통령 추천 위원으로만 구성된 '2인 체제'의 부당함을 지적했다. 방통위는 2008년 대통령 소속 합의제 행정기구로 출범했다. 총 5명으로 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하는데, 위원장을 포함한 2인을 대통령이 지명하고, 여당이 1인, 야당이 2인을 추천한다. 하지만 현재 방통위는 대통령이 추천한 2인의 방통위원만으로 운영하고 있다. 현행법은 회의 개의에 대한 정족수를 규정하지 않아 '2인 체제'로 '꼼수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YTN 기자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YTN이라는 공영방송을 팔아 치우는 의결과정을 방통위원 2명이서 결정을 했다"며 "단 2명이서 YTN이라는 공영방송을 팔아 넘겼다"고 했다. 이어 "바람직하지 않은 2인 체제로 의결한 안건이 몇 건인지 아시나. 지난 14일 기준으로 74건"이라며 "정상적인 방통위라고 보시나. 법취지에 맞느냐"고 따져 물었다.
노 의원은 "2인 체제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고, 관련 법개정이 추진 중이면 중요한 의사결정은 기다려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공영방송의 경영진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의결인데, 중요한 의결(MBC 방문진 이사 선임)은 법개정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마당에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나"고 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현행법상 임기가 만료되는데 그걸 그냥 방기하고 있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현행법대로 준비해야 한다"고 거듭 '2인 체제'에서 MBC 방문진 이사를 선임할 의지를 밝혔다.
민주당 황정아 의원은 "2017년에도 50여일 동안 2인 체제였는데, 한 건도 의결하지 않았다. 방통위는 합의제 정신에 기반한 독립기관이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2인 체제를 1년 이상 운영하며 한국의 방송과 통신, 인사를 마음대로 주무르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 이헌기 의원도 "2인 체제에서 내려진 방통위의 주요 정책은 KBS 경영진 교체, YTN 민영화"라며 "KBS제작진이 정성들여 만든 세월호 10주기 다큐가 불방됐다. <역사저널 그날> MC는 당초 한가인 씨에서 조수빈 전 아나운서로 교체됐고 아직까지 방송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정헌 의원은 "방통위는 합의제 행정기구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독임제처럼 운영되고 있다"며 "왜 방통위원 선임을 대통령실에 적극적으로 건의하지 않았나. 김 위원장 스스로 5인 체제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야당이 야당 몫으로 추천한 방통위원이었던 최민희 민주당 의원을 끝까지 임명하지 않았다.
과방위는 이날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골자로 한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과 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을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방송 3법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들 중 하나다. 개정안은 KBS와 MBC, EBS 같은 공영방송의 이사 추천 권한을 직능단체와 학계 등으로 확대하고, 이사 수를 21명으로 늘려 지배구조를 개선하도록 하는 기존 법안의 골자를 유지했다. 방통위법은 의사 정족수를 최소 4인으로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다.
김 위원장은 방통위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의사정족수를 4~5인으로 정하면 회의를 열게 되는 재의가 엄격해지고 시급한 현안에 대처하거나 기한에 정하는 안건을 즉시 처리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대통령실 업무보고는 무산…박찬대 "7월 1일 현안질의, 정진석 등 증인채택"
한편 이날 국회운영위원회에서는 오전 국회사무처·인권위 업무보고에 이어 오후에는 대통령실 업무보고가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대통령실 참모들이 '여야 협의 없는 회의에 출석하기 어렵다'고 난색을 표한 끝에 전부 불출석하면서 업무보고가 무산됐다. 이날 운영위 회의도 여당 의원들은 전원 불참한 가운데 야당 소속 의원들만으로 이뤄졌다.
야당 의원들은 대통령실의 업무보고 불참을 강하게 성토했고, 박찬대 운영위원장은 이를 받아 "여러 의원님들의 말씀같이, 지금 현재 민생이 어렵고 국정 현안도 산적한 상황에서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인 고위공무원들이 국회 소관 상임위 업무보고에 불출석하는 등 상임위 업무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 의원들의 질의에 응하지 않는 것은 국회뿐 아니라 국민을 무시하는 것으로 참으로 개탄스러운 행위"라고 규탄했다.
박 위원장은 "대통령비서실 등이 출석하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 위원회가 손을 놓고 있을 만큼 나라의 상황이 한가롭지 않다. 7월 1일 오전 10시에 현안 질의를 위한 전체회의를 열도록 하겠다"며 "현안질의에 필요한 대통령 비서실장 등을 증인으로 채택하겠다"고 의결 절차를 진행, 만장일치로 가결시켰다. 운영위는 이날 대통령실 정진석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장호진 국가안보실장과 수석비서관 전원, 윤재순 총무비서관, 이원모 공직기강비서관 등 18명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박정연 기자(daramji@pressian.com),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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