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통’ 노란봉투법, 또 거부권 나오나…“노동자 권리” vs “불법파업 면죄부”

강윤서 기자 2024. 6. 21.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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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6당 공동발의 ‘해고자·플랫폼 노동자도 노조 가입’
與 “편파적인 악법” vs 野 “尹정부, 노조를 악으로 규정”
노사 긴장감도 고조…한국경영자총협회는 21일 긴급회의

(시사저널=강윤서 기자)

이용우 의원, 노란봉투법 발의 기자회견 ⓒ연합뉴스

노란봉투법이 '더 센 버전'으로 돌아왔다. 야6당은 공동발의안을 내며 노동자의 범위를 넓히고,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 범위를 축소할 것을 주장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으로 무산된 노란봉투법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여야, 노사 간 치열한 전면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양대노총이 법안 통과를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을 예고한 가운데 경영계는 '불법 파업 면죄부'를 막아야 한다며 맞섰다.

2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은 3건이다. 야6당 공동 발의안과 더불어민주당 박해철·김태선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안이다.

민주당이 단독으로 상임위원회를 구성한 가운데 법안 처리 속도도 빠르다. 야권 의원들은 20일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전체회의를 열고 노란봉투법을 상정하기로 결정했다.

야6당 공동 발의에 불참한 개혁신당도 자체적인 법안을 만든다는 입장이다. 김성열 개혁신당 대변인은 시사저널에 "노동자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야6당 공동발의)법안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세부 내용에는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가령 불법 행위 중 폭력 등에 대해서 어디까지 책임지게 할 것인가 등은 당내 논의를 해서 개혁신당만의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란봉투법은 근로자와 사용자의 법적 범위를 대폭 확대하고, 불법 쟁의행위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지난해 '하청 노동자의 권리 강화' 내용을 담은 법안이 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혀 폐기됐다.

이번에도 거부권이 행사될 전망이 나온다. 김 대변인은 "윤석열 정부는 노조를 악으로 규정하기에 거부권을 행사해 고삐를 늦추지 않을 것"이라며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나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더 정당화하려는 수단으로 삼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호준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며 "노란봉투법은 산업 현장에 질서를 깨뜨리며 편파적인 법안이라는 기본 입장과 철학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야권이 이에 어떻게 반응할지는 저희 몫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노사 간 긴장감도 고조되는 분위기다. 양대노총은 지난 18일 국회에서 야6당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국제적 위상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윤 대통령이 또다시 거부권을 행사하면 대통령을 거부할 것"이라며 조속한 법처리를 주문했다.

한편 경영계는 노사관계 근간이 무너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주요 기업 인사노무 담당 임원을 대상으로 긴급회의를 열었다. 삼성·SK·현대차·LG·포스코 등 임원 20여 명이 참여한 이날 회의에선 "근로자·사용자의 범위를 명확한 기준 없이 무한정 확대돼 노조법 자체가 사실상 법적 정의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며 "산업현장이 매우 혼란스러워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아울러 노란봉투법은 쌍용자동차 파업 노동자에 대한 47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계기로 19대 국회 때 처음 발의됐다. 이후 2022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하청노조 파업 사태로 인해 노조 상대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의 노동조합법 개정 움직임이 다시 확산됐다. 당시 51일 간 진행된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은 노사의 극적인 합의로 끝났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연합뉴스

노란봉투법 시즌2, 실업자·플랫폼 노동자도 노조 가입

이번 법안은 21대 국회에서 폐기된 법안보다 한층 강력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를 대폭 확대하고, 기업이 손해배상 청구 범위는 더 제한했기 때문이다.

우선 야6당이 공동 발의된 개정안은 노동법상 근로자의 범위를 넓혔다. 현행 '근로자가 아닌 자가 가입할 경우 노조로 보지 않는다'는 규정을 삭제하고, '노조를 조직하거나 가입한 자는 노동자로 추정한다'는 내용을 신설했다. 이에 따라 실업자뿐만 아니라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던 플랫폼 노동자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 제한 범위도 더 세세하게 규정했다. 법안은 헌법에 의한 단체교섭·쟁의행위로 손해를 입은 경우, 파업이 사용자의 부당노동 등 불법행위로 발생한 경우 등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했다. 또 노조 존립이 불가능하게 된 경우에도 노동자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야6당 공동 발의안은 지난 17일 이용우 민주당·신장식 조국혁신당·윤종오 진보당 의원이 공동 대표발의 했다. 여기에는 개혁신당을 제외한 야5당 전원과 민주당 69명 등 87명이 법안에 이름을 올렸다.

김태선 의원이 지난 10일 발의한 개정안도 불법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했다. 법안은 폭력 또는 손괴 행위 등을 동반한 쟁의행위에 대해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지만, '노조의 결의에 따른 경우'라면 노조 임원과 조합원 등에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재산을 압류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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