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지긋지긋한 주식 권유 스팸, 심지어 번호가 010…왜 늘었죠? [뉴스AS]

정유경 기자 2024. 6. 21.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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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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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스팸 문자 메시지 홍수다. 시민단체의 경찰 수사 의뢰와 방송통신위원회 등 당국의 긴급 현장 점검이 시작된 20일에도 스팸은 쏟아졌다. ‘주식’ ‘투자’ 같은 단어를 쓰지 않으면서 엉터리 띄어쓰기를 사용해 ‘스팸 필터링’을 교묘하게 피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갑자기 불어난 스팸의 발신 번호는 ‘010’인 경우가 많다. 과거 스팸 문자 발신 번호는 주로 070, 0505였기에 사람들이 휴대전화번호를 덜 경계하는 점을 노린 것이다.

누군가 내 번호로 ‘스팸’ 보낼 수 있다

이 번호는 가짜번호일 수도 있다. 2015년 10월부터 개정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발신번호 조작 행위가 금지되면서 조작 번호로 밝혀지면 회선이 정지된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국외에 근거지를 둔 보이스피싱범들이 ‘발신번호 변작기’를 이용해 070 번호를 010 번호로 바꿔치기하는 경우가 있다”면서도 “국내에서 문자 발송을 의뢰한 경우라면 번호 조작이 쉽지 않고, 규제 강화 뒤 크게 줄어든 편”이라고 말했다.

스팸 발신번호 ‘010’은 실제 ‘누군가’의 전화번호일 가능성도 있다. 스팸 논란 속에 ‘명의 도용’ ‘해킹’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되는 까닭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슈퍼마켓·미용실 등 자영업자들이 고객 관리를 위해 구축한 ‘문자 발송 프로그램’이 명의 도용 또는 해킹의 통로가 되고 있다고 본다. 이 프로그램은 고객의 인적 정보를 관리하고 이를 토대로 문자를 발송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영세자영업자들의 경우, 문자 발송 프로그램 비밀번호를 1111 등으로 설정하거나 여러 담당자가 공유하다가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적잖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자영업자의 과실을 넘어 해킹 여지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원기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디지털이용자보호단장은 “단시일 내 스팸이 급증한 걸 보면 해커들이 솔루션(문자 발송 프로그램) 자체의 취약점을 발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스팸 추적해보면 도용” “‘떴다방’식 영업 재판매사” 곳곳 허점

대량 문자를 사실상 누구나 발송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제도도 스팸 홍수의 또 다른 배경으로 꼽힌다. 대량 문자 발송은 주로 특수부가통신메시징사업자(이하 재판매사)가 한다. 발송 권한을 기업메시징부가통신사업자(문자중계사)로부터 사들인 소규모 업체다.

문제는 재판매사 자격 요건이 매우 허술하다는 데 있다. 5천만원의 자본금과 전담 직원 1명을 두면 재판매사로 등록할 수 있다. 사업장 조사가 없는 터라 제출 서류 심사만 통과하면 등록할 수 있다. 이런 까닭에 스팸 업자가 직접 재판매사로 등록해 활동하기도 하고, 재판매사가 스팸 업자의 문자 발송 의뢰를 거부하기도 어렵다고 통신업계는 설명한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한 재판매사 관계자는 “(대량 문자 발송을 의뢰한 고객이) 스팸 업자라는 걸 알면서도 모르는 척 받아주고 돈을 번 뒤 폐업하는 재판매사도 있다”고 말했다.

왜 6월에… 정부 압박 풍선 효과?

최근 들어 부쩍 스팸 문자가 늘어난 배경에 ‘정부 규제 강화’가 자리잡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규제 강화를 앞두고 스팸 업자들의 활동이 더욱 활발해졌다는 얘기다. 정부는 이달부터 ‘대량문자전송사업자 전송자격인증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는 문자중계사가 재판매사와 대량 문자 발송 권한 매매 계약을 할 때 재판매사로부터 스팸 업자를 고객으로 받지 않도록 한다는 서약을 받고 이 서약을 이행하지 않을 땐 계약을 종료하는 게 뼈대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지난 3월 방통위가 인증제 도입 계획을 발표한 뒤 스팸 문자가 급증했다. 규제 강화가 되기 전에 스팸 업자를 대상으로 한 재판매사의 영업이 강화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지난 1월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라 오는 8월부터 ‘주식 리딩방’이 금지되는 것도 최근 스팸 급증의 원인으로 꼽힌다. 주식 리딩방은 주가 조작 등을 목적으로 개인 투자자를 끌어들여 투자 종목을 추천하기 위해 운영되는 메신저 대화방을 가리킨다. 방통위 관계자는 “작년엔 부동산 판매 문자가 많았는데 최근엔 주식 관련 스팸들이 크게 늘었다”며 “관련 규제 변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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