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이 따로 없네! 英감독 스쿼드 낭비→"필립스 대체자 없어"... 황당 핑계까지
[인터풋볼] 박윤서 기자 =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감독의 전술이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잉글랜드는 21일 오전 1시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프랑크푸르트 아레나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24 조별리그 C조 2차전에서 덴마크와 1-1로 비겼다. 이로써 잉글랜드(1승 1무)는 조 1위에, 덴마크(2무)는 2위에 위치하게 됐다.
잉글랜드는 전반 이른 시간 해리 케인의 선제골로 앞서갔다. 전반 18분 덴마크 빅토르 크리스티안센의 안일한 수비를 놓치지 않은 카일 워커가 우측면에서 볼을 따냈다. 크로스를 올려주었고, 수비 맞고 굴절되어 중앙에 있던 케인 앞으로 갔다. 케인은 침착하게 왼발로 마무리했다.
잉글랜드의 리드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전반 34분 모르텐 히울만에게 중거리 슛을 얻어맞아 실점했다. 1-1로 균형이 맞춰졌고, 잉글랜드와 덴마크는 추가 득점을 노렸으나 골이 터지지 않았다. 결국 경기는 무승부로 끝났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답답한 경기 운영이 도마에 올랐다. 잉글랜드는 전반전 케인 선제골 이후 이렇다 할 찬스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1차전 세르비아전 승리 이후 덴마크까지 잡아낸다면 토너먼트행을 조기에 확정 지을 수 있었던 상태. 추가골을 노렸어야 했으나 잉글랜드는 더욱 내려앉았다.
내려앉은 잉글랜드를 상대로 덴마크는 마음껏 공격을 펼쳤다. 라인을 한껏 끌어올렸고, 잉글랜드 진영에서 패스 플레이를 펼치면서 찬스를 엿봤다. 결국 히울만의 중거리 슛에 이은 득점이 나왔다. 히울만이 중앙에서 볼을 잡았을 때, 그 어떤 잉글랜드 선수들도 블로킹을 위해 앞으로 뛰어나가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야말로 안일함 그 자체다. 심지어 후반 막바지에는 마크 게히의 볼 간수 실패로 위험천만한 일대일 찬스를 내주기도 했다.
수비도 문제였지만, 무엇보다 공격진이 침묵한 것이 컸다. 덴마크전 잉글랜드가 얻어낸 빅찬스는 4번. 그중 케인만이 선제골로 이를 살렸다. 부카요 사카가 두 번 놓쳤고, 교체로 들어온 올리 왓킨스가 한 번 놓쳤다. 선발로 나선 선수들의 슈팅이 영점 조절이 잘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실제로 덴마크 선수들이 16개의 슈팅 중 7개를 유효 슈팅으로 연결한 반면, 잉글랜드는 12개의 슈팅 중 4개만을 유효 슈팅으로 연결했다.
공격진이 침묵한 원인은 무엇일까. 바로 주포 케인과 주드 벨링엄이 고립된 것이 컸다. 케인은 최전방 공격수지만 패스 능력과 좋은 시야를 자랑하는 선수다. 자주 밑으로 내려와 동료들에게 연계해주면서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케인을 전형적인 최전방 공격수로 활용하며 전방에서 고립되게 했다.
당초 이러한 비판이 제기됐던 건 지난 세르비아전이다. 잉글랜드 레전드 제이미 캐러거는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케인 활용법에 대해 "케인은 창의적인 10번 역할이다. 최전방 공격수로만 냅둔다면 이는 논쟁의 여지가 있는 결정이다"라며 비판했고, 잉글랜드 '이브닝 스탠다드' 댄 킬패트릭 기자도 "케인은 창의적 10번이다. 9번으로 뛰라고 하는 것은 희생하라고 강요하는 것과 같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러한 비판 탓일까. 덴마크전에서는 케인이 후방까지 내려오는 모습이었다. 케인의 장점을 살리기 위한 선택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이는 벨링엄의 고립으로 이어졌다. 공수양면에서 엄청난 활동량으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공격형 미드필더 벨링엄. 지난 세르비아전에서도 골을 넣으면서 맹활약했으나 이번 덴마크전서는 보이지 않았다. 열심히 뛰었지만 영향력은 전무했다. 벨링엄은 90분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패스 성공률 93%(41/44), 기회 창출 1회, 태클 성공 1회, 공중볼 경합 승률 0%(0/4) 등을 기록했다. 축구 통계 매체 'Fotmob'은 벨링엄에게 팀 내 최저 평점인 6.6점을 부여했다. 벨링엄의 기량과 이름값을 생각하면 아쉬운 활약이었다.
잉글랜드의 스쿼드는 세계 최고다. 유럽에서 가장 많은 골을 터뜨린 케인과 발롱도르 차기 주자로 꼽히는 벨링엄, 필 포든, 사카 등이 있다. 데클란 라이스,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 등으로 구성된 중원도 아주 좋다. 그러나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서 또다시 비판을 받고 있다.
경기 후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발언도 한몫했다. 영국 '스포츠 바이블'에 따르면 그는 "이는 실험이며 칼빈 필립스를 대체할 선수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는 몇 가지 다른 것을 시도하고 있지만, 현재 우리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못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라고 말했다. 이미 스쿼드는 세계 최고 수준에 라이스, 알렉산더-아놀드, 코너 갤러거, 코비 마이누로 구성된 중원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럼에도 선수 한 명이 없다고 핑계를 댄 것이다.
과거 위르겐 클린스만 전 한국 국가대표팀 감독이 생각난다. 클린스만 전 감독은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황희찬 등 아시아 최고의 스쿼드를 데리고 전술이 없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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