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채상병 청문회, 이종섭 "대통령 개입 없었다"...10분간 줄퇴장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입법 청문회'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여당 의원들의 불참 속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등 야당 주도로 이뤄졌다. 야당 의원들은 사건 기록 이첩을 보류하는 과정에 대통령실의 개입이 있었는지 여부를 집중 추궁한 반면 이종섭 전 국방장관은 개입은 없었으며 수사 기록 이첩을 보류시킨 것은 적법했다고 주장했다.
해병대에서 수사를 담당했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을 비롯해 △이종섭 전 국방장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이시원 전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이용민 포병여단 포7대대장 △임기훈 전 국가안보실 2차장실 국방비서관 등이 증인 출석했다.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던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도 이날 오후에 화상으로 증인 출석했다.
순직사건은 지난해 7월19일 발생했다. 7월30일 박 대령 등 수사단은 이종섭 전 장관에게 임 전 사단장 등 총 8명이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는 내용으로 결과를 보고했고 승인을 받아 수사 자료를 경북경찰청에 이첩하는 한편 31일 국회 보고 및 언론브리핑을 할 예정이었다. 7월31일 이 전 장관은 돌연 언론브리핑을 보류시키고 경찰에 사건 이첩 보류도 지시했다.
박 대령은 이날 청문회에 출석해 "김계환 사령관은 제게 '대통령이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국방비서관으로부터 1사단 사고 관련 보고를 받고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며 격노했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2023년 7월31일 대통령실 국무회의에서 (해병 순직 수사 사건 관련) 대통령의 격노 사실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 내용을 임기훈 전 비서관에게 듣고 박 전 수사단장에게 전달했나"라고 물었다.
김계환 사령관은 이날 오후 화상으로 출석해 "방금 말씀하신 부분은 제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부터 수사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답변드릴 수 없음을 이해해달라"고 했다. 반면 같은 자리에 있던 박 전 수사단장은 "저는 사령관으로부터 분명히 대통령 격노설에 들었다"고 했다.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8월2일 수사단은 (경찰에 수사기록) 이첩을 결정하고 대통령은 이종섭 전 장관에게 세 차례 전화했다"며 "이날 이시원 전 대통령 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은 임기훈 전 국가안보실 2차장실 국방비서관에게, 임 전 비서관은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에 각각 전화했다"며 "유 관리관은 경북경찰청에 전화했고 국방부 검찰단은 당일 저녁 7시20분 자료를 탈취해왔다"고 했다.
전 의원은 그러면서 "당시 긴박한 대통령실 개입에 대해 수사관들이 느꼈던 외압에 관한 녹취록"이라면서 시청각 자료를 공개했다. 국방부검찰단이 경북경찰청으로부터 자료를 회수해 온 이후 정황이 담긴 자료다.
이종섭 전 장관은 수사자료 이첩이 보류되고 인사조치가 이뤄지기까지 과정이 모두 자신의 책임 하에 이뤄진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은 "7월 30일 오후 해외 출장 준비 중 해병대사령부로부터 (수사 결과 관련) 언론 설명자료를 보고받았다"며 "이후 두 가지 의문점이 있었다. 첫번째로 여단장은 입수 금지고 꼭 필요하면 장화 깊이까지만 들어가라고 지시를 정상적으로 했는데 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적용돼야 하느냐 질문했다. 또 현장 통제 여군 2명을 포함한 간부들은 단순히 수색조에 포함돼 같이 고생했는데 왜 이들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적용돼야 하냐고 질문했다. 유가족 분들께 설명됐다는 말을 듣고 알았다고 하고 결재를 내렸다"고 했다.
이 전 장관은 "다음날 11시, 12시 직전에 사령관에 전화해서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며 "제가 전날 보고받았을 때 의문점 가졌던 것을 확인해보고 싶었다. 전날 보고는 정책실장을 배석시키고 법무관리실은 배석을 못했는데 법무관리실 의견을 듣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첩보류를 지시한 것은 적법한 지시라고 확신하고 있다"며 "그 다음 8월2일에 해병대사령관으로부터 경북경찰청에 이첩 시도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국방부 검찰단장에게 해당 조치가 뭐냐고 토의하고 수사를 지시했다. 이어서 해병대 사령관에게 인사조치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두 지시 후 대통령실로부터 전화받았다"고 했다.
이 전 장관은 "그(통화) 시점은 제 기억에도 그렇고 통화 기록상도 지시 다음이다"라며 "8월8일 법무관리관으로부터 이 문제를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검토한 결과 보고를 받았다. 재조사는 다시 조사해야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이유가 있으니 해병대수사단 상급지대인 국방부 조사본부에서 기존 조사를 검토하고 보완해서 경찰로 이첩하자는 식으로 보고했다"고 했다.
그는 "제가 승인하고 8월9일 국방부 조사본부장과 수사단장을 불러서 재검토하라고 지시한다"며 "8월20일 재검토 결과보고서를 받는다. 두 명은 혐의가 특정돼서 피의자 신분으로 기재하고 나머지 2명은 아무리 봐도 혐의를 단정할 수 없어서 뺀다. 나머지 4명은 현재까지 해병대수사단에서 조사한 기록만 갖고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워 경찰에서 수사하는 것이 좋겠다고 표시하고 6명을 경북경찰청에 이첩하게 된다"고 했다.
이 전 장관은 "세간에는 사단장을 빼고 이첩했다는 얘기가 많은데 그렇지 않다"며 "1사단장을 포함시켜서 경북경찰청 해병대 수사단에서 수사했던 조사기록 일체를 그대로 이첩하게 된다. 현재 경북경찰청에서 수사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정말 사실대로 밝혀져서 이제는 우리 군이 좀 더 위협에 대비하는 강한 조직으로 나설 수 있도록 국민 모두가 성원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청문회에서 다뤄진 또 다른 쟁점은 채상병 순직 당일 수중 수색 지시를 누가 했는지였다. 야당 의원들은 임성근 전 사단장을 몰아세운 반면 임 전 사단장은 이같은 의혹을 부인했다.
박균택 민주당 의원은 증인으로 나온 이용민 포병여단 포7대대장을 향해 "(임성근 전)사단장은 본인이 수중 수색을 지시한 적 없다고 하는데 (생존자들 사이에서) '바둑판식 수색작전'을 벌이라는 증언들이 나오고 있고 이게 (결국) 수중 수색 지시의 근거라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묻자 이 대대장은 "사단장의 마음까진 모르지만 저희가 임무수행할 때 지속되는 지시들을 종합해봤을 때 그렇게 할 수도 있었겠단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대대장은 채상병이 순직하기 전날인 2023년 7월18일 집중호우로 불어난 하천을 보고 선임(포병 11대대장)에게 수색 작업의 위험성을 수차례 경고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채 상병이 속한 부대가 포병부대였다.
이 대대장은 "제가 7월18일 아침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현장의 위험함을 알릴 때 어느 쪽이 수변이고 어느 쪽이 도로인지 구분 못하는 상황이었다"며 "관련 내용을 선임 대대장에 알렸다"고 했다.
이 대대장은 또 정청래 법사위원장으로부터 "수중 수색을 지시한 사람은 누구냐"는 질문을 받고 "수중 수색하라 오해하게끔 만든 사람은 7여단장 또는 그 위 상급 지휘관으로 생각한다. 사단장, 여단장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했다.
그동안 임 전 사단장은 수중 수색을 지시한 적이 없음은 물론 수중수색을 하는지 알지 못했고 지시할 권한도 없다고 주장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사단장은 여단장에게만 '지도'했다고만 증언했다.
이날 청문회 시작 전부터 증인 선서를 두고 야당 의원들과 일부 증인들 간 공방전이 벌어졌다. 이종섭 전 장관과 신 전 차관, 임 전 사단장 등 총 세 사람은 이날 증언은 하되 증인 선서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은 "증인은 현재 공수처에 고발돼 피고발인의 신분"이라며 "특검법안의 수사 대상에도 그 고발 내용이 포함돼 있다. 형사소송법 제 148조에 근거해 법률상 보장된 근거에 따라 증언 선서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수사 중인 고발 사건과 관련해 특검을 포함한 수사기관의 그릇된 사실관계 및 논리 판단으로 공소제기 당할 위험성이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 전 장관은 또 "증언 거부권까지 있지만 이 사건이 결코 형사적 이슈가 될 수 없다고 확신하기에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증언에 대해서는 적극적이고 진실되게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정 위원장은 "여러분들께서 증언 선서를 거부하거나 허위 증언을 할 경우 국회에서 법에 따라 고발할 의무를 갖고 있다는 점을 미리 양지해 주시길 바란다"며 "증인 선서의 이유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 증감법 12조, 15조에 따라 고발 조치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일부 증인들이 선서를 거부하자 야당 의원들은 "거짓말하겠다는 게 아닌라"라며 거세게 반발하며 "이래서 특검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이시원 전 비서관 등이 현재 공수처에서 수사를 받고 있다는 이유로 형사소송법 148조에 따라 대부분의 질문에 답변을 거부하자 정 위원장은 해당 증인들을 10분간 청문회장에서 퇴장시키기도 했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조준영 기자 cho@mt.co.kr 박다영 기자 allzer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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