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은 '겁박' 증인은 '모르쇠'…진상 못찾은 '채상병 청문회'
野, 발언 끊고 다그치고 퇴장 조치…'청문회 내내 도돌이표'
[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의혹만 무성한 '채상병 순직 사건'이 핵심 관계자를 모은 입법청문회에서 일부 실체가 드러날 것으로 기대됐지만, 기존 입장만 되풀이되면서 양측의 신경전만 부각됐다. 야당은 증인들의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꼬투리 잡기에 집중했고, 증인들은 민감한 문제에 입을 닫는 등 핵심을 빗겨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여당 불참 속 21일 '채상병 특검법 입법청문회'를 진행했다. 그동안 법사위에서 채상병 특검법을 처리하는 동안 불출석했던 박성재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이번 사건과 관련된 인사들(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이시원 전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등)이 모두 청문회에 참석했다.
핵심 관계자들이 모두 모인 만큼 오는 7월 19일 채상병 순직 1주기를 앞두고 입법청문회를 통해 일부 진상이 드러날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지만, 사실상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더욱이 이 전 장관과 신 전 차관, 임 전 사단장은 이번 청문회에서의 진술을 통해 향후 형사소추 또는 공소제기를 당하거나 유죄의 염려가 있다는 이유(형사소송법 제148조)를 들어 증인 선서를 거부했다.
야당은 이들이 윤석열 대통령과 관련된 핵심 의혹을 감추기 위해 증인 선서를 거부했다고 보고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다. 증인 선거 거부로 시작된 신경전은 감정싸움으로 치달았고, 급기야 양측의 '기싸움'이 펼쳐지는 상황까지 연출됐다.
이날 청문회 핵심 쟁점은 윤 대통령의 수사 외압 여부와 이 전 장관과의 통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 전 장관은 "대통령과의 통화는 수사 지시와 보직 해임 지시와는 무관하다"라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야당은 이 전 장관이 박 전 단장의 수사 보고서를 결재했음에도, 다음 날(지난해 7월 31일) 일부 혐의와 혐의자를 보고서에서 수정하고 언론 브리핑까지 취소시킨 것은 윤 대통령의 소위 '격노'가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어떤 전화를 받았나'라는 이건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국방부 장관과 대통령 간 대화 내용을 일일이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임 전 사단장 혐의를 해병대 수사단 조사 보고서에서 삭제하라고 지시했나'라는 서영교 의원의 지적에는 "사단장을 빼라고 지시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자 서 의원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 전화를 받은 이후부터) 꼬이기 시작했다"며 "대통령이 격노하고 전화가 오니 이 전 장관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는지 브리핑을 취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이 기존 입장만 되풀이하자, 야당은 기선 제압에 나서기 위해 발언 차단에 나섰다. 의원의 질문에 대해 '맞다 틀리다'라는 답변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전 장관은 정청래 위원장을 향해 "제가 잘못하면 허위진술이 되기 때문에 말씀드려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거듭 호소했지만, 정 위원장은 "좀 있다 하시라", "가만히 계시라", "이 전 장관 (가만히) 계세요"라고 쏘아붙였다.
그나마 이 전 장관은 박 전 단장 수사 보고서 결재 번복과 관련해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는 데 주력했지만, 이 전 비서관은 증언 거부를 고수했다. 야당은 질문마다 이 전 비서관이 "수사 중인 사안과 관련해 직·간접적 관련성이 있을 수 있다"라는 발언을 반복하자, 급기야 '10분 퇴장' 조치에 의해 회의장에서 쫓겨났다. 그럼에도 이 전 비서관은 이날 모든 의원의 질문에 해당 발언을 반복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이 전 비서관의 태도에 "증인이 숨기는 것이 많다는 것이고, 그런 태도를 국민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이 전 비서관은 "그렇게 해석하지는 말아주셨으면 감사하겠다"고 맞받아쳤다.
임 전 사단장에 대한 질타도 쏟아졌다. 임 전 사단장은 집중호우 당시 해병장병들에게 수중 수색을 지시한 것에 대해 "지도를 했지 지시를 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정 위원장은 신속기동부대장으로부터 실종 사고 보고를 받았다는 것은 실질적인 지휘권이 있다는 것이라는 점을 주장했고, 이에 반대 입장을 고수한 임 전 사단장도 결국 10분간 퇴장 조치 당했다.
임 전 사단장은 '작전통제권도 없다면서 작전 지시는 왜 내렸나'라는 박균택 의원의 지적에 "작전 통제는 권한을 가진 자가 작전 전반을 책임지고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고, 지도는 통제권은 없지만 제가 가진 노하우와 전술 경험을 교육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지시가 아닌 지도를 한 자신에겐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정 위원장은 "임 전 사단장은 뭐가 그렇게 당당한가, 국민에게 공손한 태도로 답변하라"고 압박했다. 또한 실종 사고 보고를 받은 것을 두고선 "작전통제권도 본인한테 없는데, 왜 보고를 받나"며 "본인 진술은 실질적으로 지휘권이 있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아셨나"라고 지적했다.
이들의 신경전은 임 전 사단장이 자신에게 지휘권이 없다는 점을 재차 부각하면서 시작됐다. 정 위원장은 "임 전 사단장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냐, 제가 보기에는 부끄럽고 비굴한 군인일 뿐"이라면서 "여기가 어디라고 국민이 지켜보고 있는데, 위원장 생각까지 재단하려고 하는가"라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결국 "그렇게 느끼도록 한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했지만, 정 위원장은 "토 달지 말고 사과하라"고 말했다. 하지만 임 전 사단장은 정 위원장을 응시하며 기존 발언을 수정하지 않은 채 되풀이했고, 이에 불쾌감을 드러낸 정 위원장은 "일어나서 10분간 퇴장하라"고 지시했다.
정 위원장은 임 전 사단장이 윤 대통령을 비롯해 김건희 여사, 역술인 천공 등과 친분이 없다는 사실을 들은 후 "정권 차원에서 임 전 사단장을 지킬 이유가 없는데, 전 국민적 의문"이라면서 "국군통수권자 입장에서 해병대 사단장 하나 지키려고 정권이 날아갈지도 모르는 위험한 행동을 하는 이유를 본인도 궁금하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그러자 임 전 사단장은 "저도 궁금하다"고 답했다.
결국 이번 입법청문회는 '채상병 특검법' 처리 필요성으로 이어졌다. 특별 검사의 수사를 통한 진상규명만이 의혹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채상병 순직 사건의 핵심으로 규정한 윤 대통령을 수사하기 위해서도 특검법 처리는 필수라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박지원 의원은 " 대통령과 이 전 장관 등 55명의 3677건 문자와 통화 내용이 밝혀져야 순직 해병의 억울함이 밝혀질 수 있다"며 "윤 대통령이 모든 사달 일으킨 만큼, 특검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전현희 의원도 "대통령이 불법적으로 외압을 행사하고 수사 기록 탈취에 관여한 것이라는 강력한 암시를 여러 통화 내용이 웅변하고 있다"며 "사실이면 직권 남용 등으로 대통령 탄핵 사유가 될 수도 있다"고 거들었다.
박 전 단장도 이번 사태 중심에 윤 대통령이 있다고 판단, 특검법 처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사건의 실체, 진실을 밝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특검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한 사람의 격노로 인해 모든 것이 꼬이고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 됐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로서 절차대로 법대로 진행되면 됐는데, 한 사람의 격노로 인해 이 모든 것이 꼬였고 참담하다"고 호소했다.
/김주훈 기자(jhkim@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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