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넥슨, '집게손가락은 남성 비하' 억지 주장에 또 무릎 꿇었다
게임업계 '집게손가락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온라인 게임 '메이플스토리' 속 여성 캐릭터의 깍지를 낀 손 모양을 두고 일부 남성 중심(남초)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남성의 성기 크기를 비하하는 집게손가락 모양이라고 지적하자 게임사인 넥슨코리아가 그림을 수정해 논란이 예상된다.
넥슨은 20일 메이플스토리 업데이트 내역을 공개하며 "테스트월드에 반영된 몇몇 인게임 일러스트에 대해 용사님(이용자)들께서 표현상의 불편함을 제보했다"며 "해당 이미지를 수정해도 우리가 의도한 경험을 드리는데 문제가 없기에 정식 서버 반영 단계에서 일러스트를 수정했다"고 밝혔다.
넥슨이 지목한 일러스트들은 지난 13일 메이플스토리에 업데이트를 적용하기 전 미리 업데이트 내역을 체험할 수 있는 '테스트월드'에 공개한 그림을 말한다.
일부 남초 커뮤니티의 메이플스토리 이용자들은 새로 공개된 그림들 중 일부를 두고 '캐릭터의 손 모양이 어색하다'며 '페미니스트 작업자가 남성의 성기를 비하하는 집게손가락 모양을 일부러 넣었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여성 캐릭터 '알리샤'가 깍지를 끼고 기도하는 손 모양이 불필요하게 집게손가락 모양과 닮았다는 의혹이 가장 크게 불거졌다. 이들은 '메이플스토리 일러스트 작업자들 중에 페미니스트가 많다', '다른 건 몰라도 페미만은 안 된다'며 넥슨에 그림을 수정해달라고 요구했다.
이 같은 일부 이용자들의 남성 혐오 주장에 대한 반발 여론도 있다. 한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별걸 다 집게손이라고 한다'며 남성혐오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이용자들도 있었으며,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는 넥슨 소속 직원이 "손가락 이슈는 이제 고객의 정당한 갑질 수단이 되어버렸다"며 "우리가 정당하면 악성 민원은 신경 쓸 필요 없다"고 하기도 했다.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넥슨은 남성혐오를 주장한 이용자들의 손을 들었다. 넥슨은 일러스트 수정을 알리며 "넥슨은 앞으로도 용사님들께서 제보해 주시는 목소리를 잘 듣고,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공지했다.
넥슨은 이전에도 집게손가락 논란에서 남성혐오 주장이 나온 일러스트를 교체해 논란이 됐다. 지난해 11월 일부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메이플스토리 홍보 영상에서 여성 캐릭터의 손가락 모양이 남성을 비하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해당 영상을 만든 회사 '스튜디오 뿌리'의 직원 중 SNS에 페미니즘 관련 게시물을 올린 애니메이터의 신상을 공유했다. 또한 X, 카카오톡 등을 통해 '한강 드가자(한강에 빠져 죽어라)'와 같은 인신공격성 메시지를 보내고, 답장을 하지 않으면 스토킹성 메시지를 보내는 등 사이버불링을 반복했다.
이후 논란이 된 장면은 스튜디오 뿌리 측의 외주를 받은 40대 남성 작가가 그렸다는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사이버불링은 계속됐다. 사건 발생 후 한 달간 애니메이터 측이 확인한 모욕성 발언이 1200여 건에 달했다.
이 같은 현상이 반복되는 이유는 대표적인 남초업계로 손꼽히는 게임업계가 의견 수용 및 내부 논의 과정에서 남성 이용자들의 목소리에 무게를 더 두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4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3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게임 산업 전체 종사자 4만 8514명(2022년 기준) 중 남성은 80.9%, 여성은 19.1%로 남성 종사자가 월등히 많았다. 특히 게임 제작 및 배급 업체 대표자 중 남성은 92%, 여성은 8%로 남성이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김민성 한국게임소비자협회 대표는 "일부 게임사의 결정권자들이 이미 남초 커뮤니티의 억지 주장에 동화돼 있기 때문에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라며 "남초 커뮤니티에 속한 이용자의 수는 전체 이용자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점을 결정권자들이 인지하고, 여성을 비롯한 다른 이용자들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용자의 요구를 무분별하게 수용하는 과정에서 노동자가 입을 수 있는 피해를 보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유리 전국여성노동조합 조직국장은 "불필요한 논란을 비판 없이 받아들이는 회사, 이를 제지하지 않는 정치권 때문에 작업자들은 불필요한 수정 작업을 강요당하거나 계약을 종료당하는 등의 피해를 입고 있다"며 "부당한 지시 및 해고에서 근로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정치권이 제도 개선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상혁 기자(mijeong@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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