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레이‧브라운, 매시즌 팬들 열광시키는 파이널 스토리

김종수 2024. 6. 21.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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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셀틱스의 파이널 우승으로 막을 내린 올시즌에도 각팀 원투펀치는 뜨거웠다. 무엇보다 우승팀 보스턴의 제이슨 테이텀(26‧203cm)과 제일런 브라운(28‧196.2cm)이 가장 빛났다고 할 수 있다. 비슷한 나이대, 드래프트 3순위 출신, 스윙맨, 공수겸장, 경기장 안팎에서 크게 튀지않는 캐릭터 등 브라운과 테이텀은 여러 가지 부분에서 닮은 점이 많다.


비슷한 스윙맨 유형이다는 점에서 플레이 스타일상 서로 겹칠 수 있는 부분 또한 적지않다. 실제로 둘중 하나는 떠나보내고 다른 색깔의 조합이 더 좋을 것이다는 의견도 많았다. 특히 지난해 브라운을 5년 3억 달러(한화 약 3,886억 원)에 달하는 슈퍼맥스 연장 계약으로 잔류시키자 여기저기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조합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마인드다.


브라운과 테이텀은 팀플레이를 위해 자신의 스타일을 내려놓을 수 있는 선수들이다. 최대한 서로가 서로를 위해 배려를 아끼지않았고 슛감이 좋지않은 날은 수비, 허슬플레이, 패싱게임 등 다른 부분에서 공헌하고자 노력했다. 여기에 데릭 화이트(29‧193cm), 즈루 할러데이(34‧191cm) 등 비슷한 성향의 선수들이 함께하며 높은 시너지를 일으켰고 우승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팀 보스턴의 색깔이 강한 가운데 파이널에서 가장 높이 비상한 선수는 브라운이었다. 보스턴에서 차근차근 경험을 쌓으며 좋은 선수로 성장한 부분은 이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엄청난 금액으로 연장계약을 맺은 행보 때문에 말이 많았다. 보스턴 팬들 사이에서도 오버페이 논란이 적지 않았을 정도다.


하지만 브라운은 플레이오프에서 꾸준히 활약했고 특히 파이널 5경기에서 평균 38.2분을 뛰며 20.8득점, 5.4리바운드, 5어시스트, 1.6개스틸로 펄펄날며 MVP를 수상, 자신을 둘러싼 의심의 눈초리를 싹 걷어버리는데 성공한다. 성장과 고난, 뜻하지않은 비난, 경기력을 통한 논란종식 등…, 그야말로 한편의 영화가 따로없었다. 그동안은 테이텀의 그늘에 가린 감이 없지않았으나 적어도 올시즌 만큼은 브라운이 1옵션, 에이스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브라운의 파이널 스토리는 흡사 지난 시즌 우승팀 덴버 너게츠 2옵션으로 존재감을 톡톡히 떨쳤던 자말 머레이(27‧193cm)를 연상시킨다. 머레이 또한 덴버 우승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파이널에서의 맹활약을 통해 가치를 재평가받았기 때문이다. 1옵션 니콜라 요키치의 존재감이 워낙 엄청났던지라 브라운처럼 MVP를 받지는 못했으나 원투펀치의 한축으로서 우승에 큰 지분을 가져간 것 만큼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었다.


요키치같은 경우 그전까지 우승만 안했다뿐이지 이미 최고의 플레이어였다. 반면 머레이는 달랐다. 2016년 NBA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7순위로 지명되었을 만큼 재능은 인정받은 선수지만 이런저런 면에서 호불호가 갈렸으며 무엇보다 꽤 긴시간동안 부상으로 역할을 못해주다가 가장 중요한 순간에 우승공신이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머레이는 3년전 농구 인생에서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된다. 2021년 4월 14일 골든스테이트와의 경기 도중 왼쪽 무릎 전방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하고 만 것이다. 이 부상으로 2022년 10월 19일까지 1년 반 동안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등 2021~22시즌을 완전히 날려버린다.


부상을 당했던 당시 심각성을 인지한 머레이는 마이크 말론 감독에게 "저를 트레이드 할건가요?"라고 물어봤다고 한다. 그만큼 실의에 빠져있는 시기였다. 다행히 팀은 머레이를 안심시켜주었고 수술후 재활에 성공한 그는 지난시즌 개막을 앞두고 복귀해 꾸준한 활약을 펼치며 팀내 2옵션으로서 파이널 우승에 일조했다. 파이널 5경기에서 평균 21.4득점, 10어시스트로 펄펄날았는데 요키치가 아니었다면 파이널 MVP도 가능한 성적이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어느 정도 수준급에 올라있는 선수는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서 활약도가 확 달라질 수 있다. 기복이 머레이의 단점이라면 폭발력은 머레이의 장점이다. 더불어 그런 폭발력을 더욱 빛나게 해준 것은 큰 경기에 강한 강심장 모드다. 머레이는 이전부터 정규시즌보다 플레이오프에서 유독 강했다.


그냥 강한 정도가 아니다. 완전히 딴 사람이 되어버린다. 평균 10득점 가까이 차이가 날 정도이다. 중압감이 큰 플레이오프에서 성적이 떨어지는 상당수 스타들과 비교해 괴랄할 정도의 기록이다. 시야, 패싱플레이 등 포인트가드 본연의 역할도 훨씬 더 잘 수행한다. ‘플레이오프의 사나이다’는 평가가 전혀 무리가 없는 선수다.


머레이같이 큰 무대에서 냉정하게 미쳐주는 선수가 있었기에 요키치 또한 가진 역량을 모두 쏟아내는 것이 가능했다는 평가다. 부상으로 시즌을 날릴때만해도 거액의 5년 계약은 먹튀를 만드는가 싶었지만 우승의 중심축으로 우뚝서며 그간의 빚을 제대로 청산한 상태다. 물론 지난시즌 주인공중 한명으로서의 기대치가 워낙커서인지 올시즌에는 상대적으로 아쉬운 부분도 컸다.


사실 이번 파이널에서 팬들이 가장 기대한 드림매치중 하나는 덴버와 보스턴의 진검승부였다. 지난시즌 챔피언과 올시즌 정규시즌 승률 1위, 센터를 중심으로 시스템이 만들어진 팀과 다수의 공수겸장 A급 스윙맨들이 시너지를 발산하는 팀, 신흥 강호와 클래식 명가의 충돌 등 흥미요소가 차고 넘쳤다.


거기에 더해 그나마 팀 보스턴의 공략부분으로 꼽히는 포스트를 리그 최고 센터 요키치가 폭격할 수 있을까? 보스턴 다수의 스윙맨을 덴버 백코트가 견디어낼까? 등 이른바 상성과 그에 따른 전략대결 또한 팬들의 논쟁 속에서 수없이 가상대결화 된 바 있다. 지난시즌 머레이, 올시즌 브라운, 다음 시즌에는 또 어떤 반전 스토리가 파이널에서 터져나올지…, 각본없는 드라마는 매시즌 팬들을 즐겁게한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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