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저출생 대책에 ‘최저임금 배제 외국인 가사노동자’ 끼워넣은 정부

한겨레 2024. 6. 2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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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19일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내놓으면서 최저임금을 주지 않아도 되는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 방안을 포함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가사노동자는 가사근로자법에 따라 정부 인증 기관에 소속돼 일하면 최저임금법 등을 적용받지만, 개별 가구와 직접 계약을 맺으면 법적으로 보장받는 것이 없다.

이런 허점을 이용해 정부가 싼값에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또 정부가 앞장서서 외국인 노동자를 차별 대우하겠다는 건 국제기준에도 맞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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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9일 경기도 성남시 에이치디(HD)현대 알앤디(R&D)글로벌센터 아산홀에서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주제로 열린 2024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주형환 위원회 부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정부가 지난 19일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내놓으면서 최저임금을 주지 않아도 되는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 방안을 포함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시범사업 추진 과정에서도 유사한 논란이 불거졌지만 차별적 대우로 인한 부작용이 더 크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준수하도록 한 바 있다. 그런데도 정부가 다시 저출생 대책에 이를 슬그머니 끼워넣은 것이다.

정부가 제시한 방안은 이렇다. 내년 상반기에 고용허가제(E-9)를 통해 외국인 가사노동자 1200명을 도입하고, 이와 별도로 외국인 유학생과 이주노동자의 배우자 등 5천명을 최저임금 적용 없이 고용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가사노동자는 가사근로자법에 따라 정부 인증 기관에 소속돼 일하면 최저임금법 등을 적용받지만, 개별 가구와 직접 계약을 맺으면 법적으로 보장받는 것이 없다. 이런 허점을 이용해 정부가 싼값에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는 이런 노동자를 민간기관이 알선, 중개할 수 있는 제도 도입까지 검토하겠다고 한다.

2022년 가사근로자법 시행에 따라, 최근에서야 가사노동자들이 최소한의 노동관계법을 보장받기 시작했는데 정부가 다시 우회적으로 비공식 노동을 늘린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또 정부가 앞장서서 외국인 노동자를 차별 대우하겠다는 건 국제기준에도 맞지 않는다.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111호는 내외국인·성별·종교 등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차별을 두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돌봄 업종에서만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할 경우, 외국인 노동자들이 사업장을 이탈해 불법 체류를 늘리는 통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무엇보다 오는 9월 시행될 ‘필리핀 가사도우미 시범사업’에 대한 평가가 나오기도 전에 정부가 관련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나선 건 성급하다. 필리핀 노동계는 지난 20일 민주노총과 공동성명을 내 △이주노동자 권리가 명확하게 정의된 표준계약서 투명 공개 △주거 시설, 노동조합 참여하에 정기 점검 등을 촉구했다. 지난 1월 필리핀 정부는 농촌 일손을 돕는 외국인 계절근로자 송출을 중단했다. 임금착취 등이 잇따른 결과였다. 필리핀 노동계는 그런데도 한국 정부가 아무 대책도 마련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시도하려는 가사노동자에 대한 개별 가구의 사적 계약은 각종 권리 침해 소지를 키운다. 신중한 검토 없이 저렴한 비용에만 몰두해서는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을 정부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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