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누가 직을 잃나’…전남 일부 시장·군수 2년째 ‘법원·검찰’ 들락날락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2024. 6. 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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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8기 전남 군수 2명 낙마…7곳 단체장, 사법리스크 수렁서 ‘허우적’
목포·담양·신안·영암 수장 ‘항소심 공방’…선거법 위반·뇌물수수 등 혐의
무안·함평·화순군수 겨눈 검경 ‘칼끝’…“군수 자리가 뭐길래” 민심 ‘술렁’

(시사저널=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민선 8기 임기 반환점이 코앞에 다가왔으나 전남지역 일부 시·군 자치단체장들이 여전히 본연의 업무 대신 법원과 검찰청을 들락날락하면서 지역사회의 시선이 곱지 않다. 해당 지자체 공직자는 물론 주민들까지 현직 시장·군수의 재판과 수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술렁이는 분위기다. 지역 일각에선 "지방권력의 민낯이 부끄럽다"는 자괴감이 담긴 반응도 나온다. 관·정가 안팎에서 무더기 낙마설이 돌고 있는 가운데 오는 10월 재·보선 규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선 8기 임기 반환점을 코앞에 두고도 여전히 일부 시·군 자치단체장들이 사법리스크에 휩싸여 법원과 검찰청을 들락날락하면서 지역사회가 술렁이는 분위기다. 광주지방검찰청 전경 ⓒ시사저널

민선 8기 전남 시장·군수 '절반' 수사선상…줄줄이 법정행

21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민선 8기 들어 공직선거법 위반과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재판이나 수사 선상에 오른 전남지역 기초단체장은 22개 시군의 절반인 11명이었다. 현재 재판이나 수사를 받고 있는 시장군수는 7명이다. 최근 2명의 군수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잇따라 직위를 상실했으며 2명은 경찰 수사단계에서 무혐의로 가까스로 사법리스크에서 벗어났다.

대법원은 5월 30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상철 전남 곡성군수에 대해 당선 무효형을 확정했다. 앞서 선거법 위반 확정판결로 직위를 잃은 강종만 영광군수에 이어 전남 현직 단체장 중 두 번째 낙마다. 

두 군수 외에 다른 단체장의 사법리스크는 현재 진행형이다. 지방선거와 관련한 선거법 위반 혐의가 대부분이다. 뇌물수수나 직권남용 등의 혐의를 받는 단체장도 적지 않다. 1심에서 벌금 100만원 이상 당선 무효형을 받아 직위 상실 위기에 놓인 기초단체장에는 박우량 신안군수, 이병노 담양군수 등이 포함돼 있다.  

이병노 군수는 공직선거법위반 혐의로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고,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는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두고 검찰과 법정에서 공방을 벌이고 있다. 박우량 군수는 1심에서 당선 무효형인 1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19일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3년을 구형했다.  

2명 당선무효 '위기'…'직위유지' 형량 단체장도 여전히 불안

1심에서 무죄나 벌금 100만원 이하를 선고받은 단체장들도 온전히 마음을 놓기에는 아직 이르다. 우승희 영암군수는 1심에서 90만원 형을 선고받았으나 최종적으로 직위를 상실한 이상철 전 곡성 군수처럼 1심과 2심의 판결이 엇갈릴 수 있다는 점에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전 군수는 1심에서 벌금 90만원을 받았는데, 검찰이 항소해 2심에서는 형량이 당선무효형인 벌금 200만원으로 늘어났고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1심 벌금 액수가 100만원 이하여도 결코 안심할 수 없다는 얘기다. 우 군수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후보자 선출 과정에서 권리당원들에게 허위 응답을 요구하고 이중투표를 권유한 혐의로 기소됐다. 우 군수의 항소심 5차 공판은 오는 27일이다.

공직선거법과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홍률 목포시장은 1심서 무죄 선고받고 안심했지만 검찰 측이 법리오해가 있었다며 항소해 2심 재판에서 다시 유무죄를 다투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검찰은 20일 징역 1년을 구형했다. 박 시장에 대한 선고공판은 오는 7월 25일 광주고법에서 열린다. 

선거법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다. 박우량 신안군수는 임기제공무원 기간제근로자 채용 과정에 부당 개입한 혐의로 지난해 선거 직전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항소했다. 법정구속을 면한 상태에서 선거를 치러 당선됐지만 2심에서도 금고형 이상이 선고되면 군수직을 잃을 수 있다. 검찰은 19일 1심과 같은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최근 법원 판결로 직위를 잃은 전남의 한 자치단체 군수실이 불 꺼진 채 굳게 닫혀 있다. ⓒ시사저널

수사 받는 단체장도 '여럿'…'무혐의'에 안도하는 군수도

수사가 진행 중인 단체장도 여럿이다. 전남에서는 김산 무안군수는 납품대가성 뇌물수수 혐의로 지난해 7월 검찰에 불구속 송치됐다. 김 군수는 지방선거 직전 관급계약(8억원 상당) 대가로 8000만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입건됐다. 이상익 함평군수는 건설업자로부터 1000만원대 맞춤 양복을 뇌물로 받았다는 뇌물공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리스크가 남았다. 구복규 화순군수는 고 양회수 전 국회의원 추모비 건립기금을 낸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직위 유지'에 안도하는 단체장들도 있다. 강진원 강진군수는 항소심에서도 1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받아 당선무효형을 면했다. 전현직 군의원에 식사를 접대해 공직선거법 위반죄로 벌금 80만원을 선고 받은 김성 장흥군수는 검찰 등이 항소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김 군수는 장남 결혼식을 앞두고 계좌번호를 대량으로 발송한 것과 관련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 사건의 경찰 수사도 무혐의로 종결됐다.   

10월 재·보선 규모 '촉각'…9월 말 판가름 

현행 공직선거법상 자신이나 배우자 등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당선이 무효 된다. 지역 정가에서 무더기 낙마가 현실화될 것이란 설과 재판과 수사 결과가 미풍에 그칠 것이란 설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영광과 곡성 등 2곳의 재·보선이 확정된 가운데 남은 단체장들 중 누가, 얼마나 재·보선 대상에 포함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선거구가 모두 오는 10월 16일 치러질 재·보선에 포함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2·3심 선고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것은 물론 9월 말 이전에 재판이 마무리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선거법에는 2심을 마무리한 뒤 가급적 3개월 이내에 상고심을 끝내도록 돼 있으나 이는 훈시규정에 가까운데다가 재판부마다 사정이 달라 재판 일정을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지역정가에선 1심에서 직위 상실형을 선고받은 상황에서 2심 재판이 진행 중인 단체장 자리 가운데 적지 않은 곳이 재보선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고 점치고 있다.   

뽑아놓으면 사법처리 대상…주민 "지방권력 민낯 부끄럽다"

지역 자치단체장이 사법 리스크에 휩싸인 주민들은 시군정에 끼칠 영향을 가늠하며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각자 재판 결과와 검찰의 수사 상황에 안테나를 세우고, 각종 모임에서 서로 결과를 예측해 보며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당혹스럽다는 반응도 쏟아지고 있다. 한달 전 군수가 당선 무효형을 받아 직을 잃은 지역의 주민 박아무개(63)씨는 "사소한 오해라더니 결국 또다시 군수가 낙마했다"며 "창피해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역 주민 김아무개씨(58)는 "민선시대 들어 학·지·혈연으로 사분오열돼 민심이 말이 아니다"며 "또다시 군수가 낙마해 선거를 치른다는 사실이 지역민의 한 사람으로 부끄럽기 짝이 없다"고 했다.

일부 주민들은 자신들이 뽑은 단체장이 중도하차 위기에 처하자 자괴감과 동시에 지방권력의 횡포에 냉랭한 시선을 보낸다. 전남 A지역 주민 박 아무개(58)씨는 "우리 지역의 비리사건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지방권력의 민낯을 보고는 것 같아 낯을 못 들겠다"면서 "지역의 중심 조직인 군청이 이 모양이니 도대체 누굴 믿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탄식했다. 

다른 주민은 군수가 만약 낙마하게 되면 또 한 차례 먹구름이 몰려올 것이라며 군정 차질을 걱정하기도 했다. 자치단체장이 휘청거릴 경우 행정공백은 물론 지역사회 여론 분열 등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군민 김 아무개(60)씨는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 하지만 이번 재판으로 지역 전체에 피해가 올까 걱정된다"며 "이 참에 그동안 지역에서 떠돌던 확인되지 않은 설들이 정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역 군청 공무원들도 민선 8기 시작 시점부터 군수가 사법리스크에 휩싸인 악재여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군청 직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재판이 어떻게 돼 가는 것이냐"며 내심 긴장하면서도 '겉으로는 맡은 일만 하자'는 분위기였다. 

대다수 지역민들은 군수가 행여 중도 하차하면 지역 이미지 실추는 물론 지역의 미래가 걸린 굵직굵직한 현안사업들도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물론 군수가 직위를 상실하면 부군수 권한대행 체제에 들어간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인사나 현안 사업 등은 관리 수준에 그쳐 행정 공백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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