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성추행’ 가해자 변론 김용원 인권위원…대법 유죄에도 “사실 오인”
인권위 막말도 질타받아…이충상 위원은 불출석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상임위원이 국회 운영위 업무보고에 나와 과거 본인이 변호했던 장애인 강제추행 사건 피고인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법원 판결에 대해 “판결이 사실관계를 오인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인권위 회의에서의 막말과 폭언에 관해 위원들에게 집중 질의를 받은 김 위원은 결국 강제퇴장 당했다.
21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회 업무보고에 출석한 김용원 상임위원은 “과거 장애인 미투사건에서 피고인 변호를 맡은 적이 있냐”는 서미화 의원의 질의에 “그렇다”고 답한 뒤 판결이 잘못됐다는 취지로 답했다. 서 의원이 질의한 것은 2018년부터 2019년 술자리와 훈련 장소에서 장애인 선수들과 코치를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장애인 조정 국가대표 박아무개씨 사건이다.
판결문 등을 보면, 박씨는 장애인 조정 국가대표 선수단 코치인 ㄱ씨를 2013년 2016년 두 차례 추행했고, 장애인 조정 국가대표 선수인 지체장애 4급 ㄴ씨와 뇌병변 2급 ㄷ씨를 2017년 5월에 각각 두 차례씩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18년 9월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은 강제추행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장애인 강제추행)죄로 박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을 내렸다. 해당 판결과 형량은 2019년 12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당시 김용원 변호사는 항소심부터 이 사건을 수임해 변호했다. 항소심 판결문을 보면, 김 위원은 “피고는 피해자들을 추행하지 않았다”며 ‘사실 오인’ 주장을 폈다. ‘피해자들이 (이후 코치가 된) 피고인을 장애인 조정 국가대표 코치에서 해임당하게 할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허위라는 의미였다. 김 위원은 당시 “설사 피고인이 피해자들의 신체를 접촉한 적이 있더라도, 이는 훈련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것에 불과할 뿐 피고인에게 추행 고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변론했다.
눈에 띄는 건 공판 진행 내역이다. 2018년 9월부터 거의 1년간 8차례 항소심 공판을 진행했는데, 김용원 위원은 1심에서 증인으로 나온 피해자를 항소심에 다시 불러 증인신문을 했다. 공판 진행 내역을 본 법조인들은 “김 위원이 법정에서 무고 여부에 대해 피해자를 강도높게 추궁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2차 가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항소심에서 ‘무고 주장’은 배척됐고 원심과 같이 피고에게 1년6개월형이 선고됐다. 김 위원은 상고 했으나 2019년 12월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서미화 의원은 이런 내용을 바탕으로 “변론 당사자로서 현재 인권위원으로 일하는 게 부끄럽지 않냐”고 물었다. 김용원 위원은 “모든 사건 피해자의 주장이 진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 운영위에서 김용원 상임위원은 그동안 인권위와 전원위에서 써온 막말과 폭언에 대해 의원들의 집중 질의와 함께 “1초도 인권위원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다”는 등의 질타를 받았다. 추미애 의원은 현장 음성파일을 운영위 회의장에서 틀기도 했다. “무슨 얼빠진 소리를 하냐.” “사무처 따위가….” “잠꼬대도 유분수지” 등 김용원 위원의 목소리가 회의장에 울려퍼졌다. 추 의원이 “수사기관이 인권침해가 많아 영상녹화를 하도록 하고 있는 것처럼 인권위 회의도 모든 것을 영상녹화해야 한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송두환 인권위원장은 “그동안 그런 필요성을 못 느꼈는데 필요할 것 같다”고 답했다. 윤종군 의원도 송 위원장에게 “인권위 회의 음성파일을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강유정 의원은 송 위원장에게 “김용원 위원이 동료 위원에게 ‘말버릇 없다’는 등 인권파괴적인 언동을 한 것으로 아는데 어떤 조치를 취했냐”고 물은 뒤 “인권위원도 탄핵이 가능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두환 위원장은 “법적으로 인권위원 면직이 어렵게 돼 있다. 적절한 대안이 없어 고심 중에 있다”며 “선출 절차부터 유념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인권위 이충상 상임위원은 불출석했다. 박성준 의원은 “이 위원이 업무보고 무시하고 출석하지 않았다. 불출석 사유서조차 체출하지 않았다.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국회 운영위는 7월1일 업무보고 때 김용원·이충상 위원을 부르기로 했다. 이날 서미화 의원은 “이충상 의원이 외부 공공기관에서 갑질을 했다. 갑질을 당한 여직원이 충격을 받고 고충을 토로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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