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이첩보류 내 책임"… 野는 "대통령 꼬리자르기냐"

곽은산 기자(kwak.eunsan@mk.co.kr) 2024. 6. 21.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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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상병 특검 법사위 청문회
前국방 "외압없었다" 주장
박정훈 "한사람 격노로 엉망"
'尹격노설 언급했나' 질문에
화상참석 김계환 "답변 안해"
증인 이종섭·신범철·임성근
선서 거부에 "고발할것" 고성
이시원 증언거부·한때 퇴장도
채상병 사건 증인 3인 선서 거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채상병 특검법 입법청문회에서 박성재 법무부 장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앞줄 왼쪽부터)이 선서를 하고 있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앞줄 오른쪽부터)과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은 증인선서를 거부했다. 한주형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1일 국회에서 채상병 특검법에 관한 입법 청문회를 야권 단독으로 강행했다. 야당은 수사 외압 의혹 윗선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지목하고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핵심 인물들에 대한 공세를 퍼부었다. 반면 이 전 장관은 수사 기록 이첩 보류가 자신의 책임이라며 윤 대통령의 개입은 없었다고 받아쳤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이 전 장관을 향해 "(순직 해병 관련 수사 기록을 경상북도경찰청에) 이첩 보류한 건 다 장관 책임이란 것인가. 대통령의 개입은 없었다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 전 장관은 "네"라고 답하고 "이첩 보류는 적법한 지시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7월 31일 낮 12시 직전 해병대 사령관에게 전화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며 "제가 전날 보고받았을 때 의문점을 가진 것을 좀 더 확인하고 싶었고 법무관리관실 의견도 듣고 싶어 일단 보류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채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7월 수해 수색 중 해병이 순직한 사건에 대한 수사에서 대통령실 등으로부터 외압이 작용했는지를 밝히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민주당은 해병대가 수사 결과를 경찰에 넘기는 과정에서 대통령실의 외압이 작용해 이첩이 보류됐다고 의심하고 이 점을 집요하게 추궁했다. 이 전 장관은 여단장과 초급 간부 등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적용돼야 하는지 의문이 들어 직접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반박한 것이다.

민주당은 이첩 보류 배경에 대해 윤 대통령의 '격노'가 있었다는 의혹을 고리로 윤 대통령을 정조준하며 공세를 이어갔다.

국가정보원장 출신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11년 전 (국정원 특별수사팀에 대한) 외압을 폭로한 윤 대통령이 이제 수사 외압 의혹 한가운데에 있다"며 "왜 대통령은 꼬리 자르기를 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도 이 전 장관을 향해 "(지난해) 7월 31일 오전 11시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격노했다. '사단장까지 이런 일로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하겠느냐'는 격노였다"며 "(대통령실에서) 전화가 오니까 이 전 장관의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는지 수사단 브리핑을 취소했다. 그때부터 스텝이 꼬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의 격노설을 증언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도 증인으로 참석해 "절차대로, 법대로, 규정대로 진행하면 될 일인데 한 사람의 격노로 인해 모든 것이 꼬이고 수많은 사람이 범죄자가 됐다"며 "대명천지 대한민국에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현희 의원은 박 전 단장에게 "국민과 국회가 함께하니 힘을 내라"고 말한 뒤 자리에서 일어나 "필승"이라고 외치며 거수경례를 하기도 했다.

다만 이날 청문회에서 민주당이 그간 주장한 대통령 격노설 등 기존 쟁점 사안 외에 새로운 내용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국민의힘이 국회 모든 상임위원회 참석을 보이콧하는 가운데 이날 법사위도 야당 의원들만 참석한 '반쪽'으로 진행됐다. 여야 간 합의 없이 진행된 청문회라 야당에서 요구한 관련 자료 제출을 정부가 사실상 거부해 추가적인 사실이 공개되기도 어려웠다.

이날 청문회에선 시작부터 고성이 오갔다. 핵심 증인으로 꼽히는 이 전 장관,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증인 선서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 전 장관은 "법률이 보장하는 권리이기 때문에 (선서를) 거부하겠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은 마이크가 꺼져 있음에도 "대놓고 거짓말을 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반발을 쏟아냈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우리 위원회는 소명해주신 거부 이유가 정당하지 않다고 판단할 경우 증인 선서 거부의 죄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청문회에서는 핵심 증인들이 연이어 '10분간 퇴장' 명령을 받기도 했다. 이 전 장관은 발언권을 얻지 않고 발언했다고 정 위원장의 지적을 받았고, 대통령실과 군 관계자들 간 연락고리로 유력한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은 증언을 거듭 거부해 이 같은 조치를 당했다. 이날 영상으로 청문회에 참석한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은 대통령 격노설을 박 전 단장에게 언급한 사실이 있는지에 대해 "증언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날 청문회에 이어 법사위 전체회의를 개최하고 채상병 특검법을 처리했다. 특검법의 본회의 처리 시기는 다음달 초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채상병 순직 1주기(7월 19일)와 사건 시점으로부터 통신기록 보존기한(1년)을 고려해 최대한 빨리 특검법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이 특검법의 법사위 처리를 앞두고 청문회를 개최한 건 21대 국회에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던 특검법을 다시 추진하는 데 있어 명분과 찬성 여론 등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다.

[곽은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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