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유재은 ‘대통령실 개입’ 청문회서 증언, 채상병 특검 이유 더 커졌다

2024. 6. 21. 17:4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앞줄 왼쪽부터),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채상병특검법) 입법청문회에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해병대 수사단의 채 상병 순직 사건 조사기록을 회수하겠다고 경북경찰청에 통보하기 직전 임기훈 당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으로부터 “경북경찰청으로부터 연락이 올 것”이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채 상병 청문회에서 증언했다. 대통령실이 국방부와 경찰을 조율했다는 취지다. 대통령실이 조사기록 회수 과정에 직접 개입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언이 나온 것이다.

유 법무관리관은 국방부가 경북경찰청에서 조사기록을 회수한 지난해 8월2일 오후 1시42분쯤 임 전 비서관과 2분12초간 통화했다. 이어 1시50분 경북경찰청에 전화해 조사기록을 회수하겠다고 통보했다. 유 법무관리관은 임 전 비서관과의 통화 내용을 묻는 질문에 “임 비서관이 전화가 와서 경북청에서 저한테 전화가 올 거다라는 말을 해줬다”며 “(이후에)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 경북청일 것이라고 예측하고 다시 전화했다”고 했다. 경북경찰청 관계자와의 통화에 대해선 “경북청은 본인들이 아직 (채 해병 사건기록을) 접수하지 않았다며 저한테 회수해가실 것이냐고 물어봤다”며 “당시 판단으로는 이 자료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항명에 따른 무단 기록 이첩이었기에 법률적으로 회수하겠다고 그런 것”이라고 했다. 경찰은 국방부가 회수를 통보하기 전부터 국방부의 조사기록 회수 의향을 알고 있었고, 국방부와 경찰을 물밑에서 조율한 게 임 전 비서관이라는 뜻이다.

임 전 비서관은 유 법무관리관과 통화하기 앞서 윤석열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이시원 당시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과 낮 12시14분과 오후 1시21분, 윤 대통령과 1시25분 각각 통화했다. 윤 대통령은 낮 12시~오후 1시 사이 우크라이나 출장 중이던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과 세 차례 통화했다. ‘윤 대통령·이 전 장관 통화→이 전 비서관·임 전 비서관 통화→윤 대통령·임 전 비서관 통화→임 전 비서관·유 법무관리관 통화→유 법무관리관·경북경찰청 관계자’ 통화를 거쳐 조사기록 회수 통보가 이뤄진 것이다. 윤 대통령과 이 전 장관 통화에서 조사기록 회수 지시가 내려지고, 임 전 비서관이 국방부와 경찰을 실무적으로 조율했다고 의심하기에 충분한 정황이다.

그러나 이 전 장관 등은 이날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 전 장관은 윤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에 대해 “국방부 장관과 대통령의 통화 내용을 밝히는 건 적절치 않다”고 했다. 이 전 비서관은 임 전 비서관과의 통화 내용을 묻는 질의에 “이 부분은 이미 공수처가 수사 중에 있다. 답할 수 없다”고 했다. 임 전 비서관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윤 대통령 지시를 받았고 (기록 회수 과정에) 대통령의 지시가 내려갔다, 이렇게 볼 수 있지 않느냐”는 질의에 “동의하지 않는다”고만 했다. 이들은 위증죄 처벌을 피하려고 증인 선서도 하지 않았다. 많은 국민이 지켜보는 앞에서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밝히길 기대했건만 작정하고 입을 닫아버린 것이다.

대통령실이 조사기록 회수에 관여한 게 사실로 드러남에 따라 수사 외압 배후가 대통령실이고 그 최정점에 윤 대통령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은 더욱 짙어졌다. “기억나지 않는다”거나 “답변할 수 없다”고 버틴 이 전 장관 등의 태도는 진실을 규명하려면 특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시켰다. 그런데도 특검을 거부한다면 범죄를 감추려는 시도로 비칠 수밖에 없다.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