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일본 가수 '리에'가 주는 교훈

2024. 6. 21.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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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N '한일가왕전'에서 일본 가수 우타고코로 리에가 '어릿광대의 소네트'를 불렀을 때 난 그녀의 '찐팬'이 되었다.

배우다 중단한 일본어를 다시 익히고 싶었고, 그녀가 정기적으로 공연한다는 일본 도쿄의 식당에 가서 직접 노래도 듣고 싶어졌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댓글을 보니 한 어르신은 "내가 죽었을 때 빈소에서 이 노래를 틀어달라"고 했고, 어떤 나이가 많다는 분은 "평생 일본을 미워하면서 살았는데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눈물을 흘렸다"며 가수에게 고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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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가왕전서 부른 日 가요
일본어 몰라도 깊은 감명
노래할 때 행복해 보이기 때문
평생 희망 향해 노력하고
잘하는 것 즐기는 게 행복

MBN '한일가왕전'에서 일본 가수 우타고코로 리에가 '어릿광대의 소네트'를 불렀을 때 난 그녀의 '찐팬'이 되었다. 배우다 중단한 일본어를 다시 익히고 싶었고, 그녀가 정기적으로 공연한다는 일본 도쿄의 식당에 가서 직접 노래도 듣고 싶어졌다.

이번 '한일가왕전'에서 예선전을 치른 가수들은 모두 엄청난 실력을 지녔다. 그런데 왜 우타고코로 리에의 노래는 달랐을까. 그녀는 노래를 부르기 전 인터뷰에서 "내 노래가 한국인 여러분 가슴 안쪽에 확실히 닿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노래를 잘 부르는 가수는 수도 없이 많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가수는 드물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댓글을 보니 한 어르신은 "내가 죽었을 때 빈소에서 이 노래를 틀어달라"고 했고, 어떤 나이가 많다는 분은 "평생 일본을 미워하면서 살았는데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눈물을 흘렸다"며 가수에게 고맙다고 했다.

내가 잘 아는 음악 관계자에 따르면 그녀는 이미 노래에 필요한 가창력과 기교, 기술, 발성을 최고로 습득한 가수라는 것이다. 감성적인 노랫말을 감동적으로 전하는 발성은 거의 흠잡을 데가 없고, 아름다운 음색을 자유롭게 조율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했다. 가수의 능력으로는 최고 기술을 가지고 있는데 오히려 그것을 절제하면서 더욱 듣는 이의 감성을 자극하고 마음을 자연스럽게 움직인다는 것이다. 일본어를 못하는 이들이 노래만으로 눈물을 흘리는 이유다.

어찌 보면 일본에서 거의 30년의 무명 생활 중에도 쉬지 않고 지속적으로 음악 활동을 했기 때문이라 한다. 식당을 하면서도 자기가 잘하고 좋아하는 노래를 무대에서 정기적으로 부르고 계속 노력한 것이 지금의 우타고코로 리에를 만들었다고 한다.

내가 놀란 것은 그녀가 노래를 할 때 보여주는 행복하고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보는 이도 저절로 행복하게 만든다. 우아하고 아름답다는 단어가 딱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주변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녀는 좋은 인성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나이 마흔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전에는 편하고 정말 부드럽고 좋은 모습이었는데 어느 순간 불편하고 어색한 인상으로 변해버리는 정치인들을 볼 때 참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 어린이에게 이다음에 크면 무엇이 되겠냐고 질문을 하자 "국회의원"이라고 대답했다. 그 이유가 씁쓸했다. "먹고 노니까요." 다른 아이는 한술 더 떴다. "욕도 막 하고 자기 마음대로 화도 잘 내요."

언젠가 고(故) 정진석 추기경님과 나눴던 엉뚱한(?) 대화가 생각난다. "추기경님도 화가 나거나 욕을 하고 싶을 때가 있으세요?" "그럼, 나도 사람인데 없으려고. 일하다 보면 가끔 그런 경우가 생기지." "그러면 어떻게 하세요?" "아주 어린 시절 철없이 친구에게 들은 욕을 집에서 했다가 어머니의 불호령으로 그다음부터는 평생 욕을 하지 않았어. 노력을 했다는 말이 맞겠지. 선배 주교님이 가르쳐주신 것인데, 화가 날 때는 일단 종이 위에 '참을 인(忍)' 자를 계속 써. 그래도 젊었을 때는 주변에 화를 낸 적이 많아. 그런데 내가 겉으로 화를 내는 순간 상대뿐 아니라 결국 자신에게도 해를 끼치는 행동이라 느낀 적이 있었지. 그다음부터는 노력을 하니 조금은 줄게 되더라고." 평생 희망을 향해 계속 노력하는 사람, 자기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처럼 행복한 사람이 있을까.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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