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데뷔' 뉴진스, S.E.S.에 H.O.T. 한 스푼…Y2K 넘어 20세기로 [TEN뮤직]
[텐아시아=이민경 기자]
Y2K의 중심에 있는 그룹 뉴진스가 일본 데뷔 싱글 'Supernatural'(슈퍼내추럴)을 통해 20세기로 나아갔다. 이를 들은 대중은 그룹 S.E.S.를 떠올리면서도, 잔잔한 현대적 멜로디에 새로움을 느껴 호평을 내놓고 있다. 안무와 의상에서 H.O.T.로 대표되는 90년대 남자 아이돌이 떠오른다는 평도 나오고 있다.
'Supernatural'의 장르는 시티팝 스타일이 가미된 뉴 잭 스윙으로, 해당 곡은 세계적 가수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가 2009년 일본 가수 마나미(Manami)와 합작한 'Back of My Mind'의 아이코닉한 애드리브와 브릿지를 프로듀서 250이 따와 재해석한 곡이다.
90년대 후반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S.E.S.의 노래 '('Cause) I'm Your Girl'(아임 유어 걸), 'Dreams Come True'(드림즈 컴 트루), 그룹 듀스의 '여름 속에서'가 연상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뉴 잭 스윙은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까지 일본과 국내 대중음악의 주류를 차지했던 장르다. R&B(리듬 앤드 블루스)와 힙합, 펑크 요소를 전자음악과 합친 결과물로 부드러운 멜로디와 강한 리듬, 춤추기에 좋은 템포 등이 특징으로 꼽힌다. 30여년 전 국내에 해당 장르를 선구적으로 들여온 이들이 바로 가수 현진영, S.E.S., 듀스다.
그러면서도 뉴진스는 이들만의 색을 잃지 않았다. 곡의 반주에 뉴 잭 스윙 장르를 강하게 넣되, 멜로디로부터 기존 뉴진스가 해왔던 이지 리스닝을 구현한 것.
김도헌 대중음악 평론가는 뉴진스의 'Supernatural'이 보이는 음악 스타일에 관해 "뉴진스는 이번 곡을 통해 일본 시장에 진출해 완전히 새로운 음악을 들려주기보다, 그간 이들이 한국에서 만들어온 뉴진스의 음악색을 그대로 보여줬다. 일본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시작하려는 모습이 두드러진다"고 평했다.
또한, 뮤직 비디오를 통해 드러난 패션과 안무 역시 90년대 후반 유행했던 요소가 들어가 있다. 실제로 안무가 H.O.T.를 비롯한 90년대 남자 아이돌의 힙합 안무를 연상시킨다는 평도 나오고 있으며 당시 이들이 무대에서 입었던 스트리트 패션이 재현됐다며 반기는 이들도 있다. 뉴진스는 앞서 지난달 일본의 90년대 스트리트 패션을 이끌었던 음악 프로듀서 히로시 후지와라(Hiroshi Fujiwara)와 손을 잡으며 스트리트 패션 콘셉트를 예고해 화제가 됐다.
무엇보다 이번 신곡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지난 17일 뮤직비디오가 공개됐던 수록곡 'Right Now'(롸잇 나우)와 마찬가지로 한국어, 일본어, 영어가 조화롭게 가사에 섞여 있다는 점이다. 언어 간 비중 차이도 거의 없다. 이에 대중은 일본 시장에서 나아가 국내외 시장까지 모두 겨냥한 도전이라며 호평하고 있다. 대중은 뮤직비디오 댓글을 통해 "일본 데뷔곡이라고 일본어로만 곡을 쓴 게 아니라 K팝 아이돌이라는 정체성을 놓지 않은 게 신의 한 수다", "일본 데뷔곡이 아니라 뉴진스 컴백곡 같다. 국내 시장도 사로잡은 기획이었다", "영어랑 일본어 사이에 한국어가 섞이니 이렇게 새로울 수가 없다"며 극찬했다.
이에 관해 김도헌 평론가는 "세계적으로 2000년대 감성의 Y2K가 유행이라지만, 뉴진스는 이를 넘어 90년대로 향했다. 90년대의 미감(미적 감각)을 가져오되 현대적인 멜로디와 메시지를 더했다. 2024년 대중 누구에게나 튀어 오름 없는, 일상의 BGM으로 들어도 무난한 곡을 내놓았다. DJ나 프로듀서들에게도 '재생하기 무난한 곡', 혹은 개인적으로 이들이 즐겨듣는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할 만한 곡"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 곡의 주제는 노스탤지어, 과거로의 향수다"라며 "민 대표의 취향이 80년대 90년대에 있지 않으냐. 그 당시 문화를 향유하던 대중이 향유하던 음악에서 해로운 요소, 시대착오적 메시지를 빼고 미감만 갖고 온 거다. 소녀들(뉴진스)에게 그 미감을 표현하는 존재로서 역할을 맡기고 멤버들이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바라본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일본판 뉴진스'의 색을 잘 표현해낸 곡 'Supernatural'은 21일 오후 2시 멜론 TOP100 차트에 34위로 진입하며 곡의 화제성을 입증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프로듀서 250의 음악 스타일에 기대기보다 음악적 영역, 다양성을 더욱 넓혀가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미 80~90년대 소비되던 시티팝이라는 장르는 2010년대 중반부터 발굴돼 지금까지 소비하고 있어 대중에게 새로움을 가져다주지 못하는 데다, 250이 선보이는 일정한 곡 진행 방식이 언제까지 대중에게 유효할지는 누구도 모른다는 우려다.
김도헌 평론가는 "뉴진스의 음악이 서로 유사하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지적도 분명 존재한다. 뉴진스의 음악을 만드는 주체가 현재 한정된 건 맞다"며 "거기서 프로덕션 다양성을 주고자 'Super Shy'(슈퍼 샤이)에서는 해외 R&B 아티스트인 에리가 드 카시에르(Erika de Casier)가 참여해 투스텝 하우스 개러지를 더했다. 또, 'Right Now'에서 보여준 음악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계속해 음악 영역을 넓혀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 2min_ro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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