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여 성별 변경 후 출생 자녀 '친자관계' 인정…日 첫 사법 판결"

성별 변경 전의 정자로 출생…1, 2심 친자 판단 엇갈려

[도쿄=AP/뉴시스]성동일성 장애 특례법에 근거해 남성에서 성별을 변경한 40대 여성이 자신의 동결 정자를 사용해 태어난 차녀를 인지(認知·친자확인)할 수 있는지를 다툰 소송의 상고심에서,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에 해당)가 21일 인지를 인정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사진은 도쿄에 위치한 일본 최고재판소 청사. 2024.06.21.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성동일성 장애 특례법에 근거해 남성에서 성별을 변경한 40대 여성이 자신의 동결 정자를 사용해 태어난 차녀를 인지(認知·친자확인)할 수 있는지를 다툰 소송의 상고심에서,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에 해당)가 21일 인지를 인정하는 판결을 선고했다고 마이니치신문 등이 보도했다.

성 동일성 장애는 신체의 성별과 스스로 인식하고 있는 성별이 일치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이날 최고재판소 제2소법정의 판결에 따라 40대 여성은 둘째 딸의 법적 아버지가 됐다.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별을 변경한 생물학상의 아버지와 성별 변경 후에 태어난 아이의 부자 관계를 인정하는 사법 판단은 일본에선 처음이다.

마이니치에 따르면 40대 여성은 2018년 겨울 남성에서 성별을 변경했고, 성별 변경 전 자신의 동결정자로 파트너인 30대 여성이 첫째 딸을 출산했고, 성별 변경 후인 2020년에 역시 동결정자로 둘째 딸이 태어났다.

40대 여성은 자녀 2명의 아버지라는 인지 신고를 자치체에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자녀 2명이 40대 여성에게 인지를 요구하는 인지청구소송을 냈다.

도쿄가정재판소(가정법원에 해당)의 1심 판결(2022년 2월)은 여성으로 간주되는 사람을 아버지로 인정하는 것은 현행법과 맞지 않는다며 장녀, 차녀 모두 인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도쿄고등재판소의 2심 판결(2022년 8월)은 장녀의 출생 당시 40대 여성의 호적이 남성이었던 점을 들어, 장녀에 대해서는 40대 여성이 인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차녀의 출생시에는 40대 여성이 이미 여성으로 성별을 변경했기 때문에 40대 여성을 아버지로 보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자녀 2명에 대한 부자 관계의 판단이 엇갈렸기 때문에 차녀만이 최고재판소에 상고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부모와 자식 관계를 부정한 2심 판결을 파기하고, 아버지와 자식으로서의 법적인 관계를 인정하는 판결"이라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생물학상 아버지가 성별 변경 후에 자녀를 낳았을 경우의 법률상 친자(親子·부모와 자식)관계에 대해 최고재판소가 판단을 내리는 것은 처음"이라며 "부모로부터 양육·부양을 받을 권리나 상속권 같은 '자녀의 복지' 보장을 중시한 사법 판단이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NHK는 "호적상 성별을 남성에서 여성으로 변경한 당사자가 동결 보존하고 있던 자신의 정자로 태어난 딸과의 친자관계를 요구하며 제기된 재판에서 최고재판소가 친자관계를 인정한다고 밝혔다"며 "호적상의 성별이 여성으로 변경된 후에 태어난 자녀에 대해 법적인 친자 관계를 인정한 판단은 처음이며, 향후 친자관계나 성별을 둘러싼 논의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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