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영의 칵테일파티] 웨이브는 사실 분절된 동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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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한 동작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분절된 여러 움직임이 연결된 동작임을 발견한 일이 몇 번 있었다.
왜냐면 TV 속의 여러 연예인이 웨이브를 보여줄 때, 그 부드러움에 감탄했기 때문이다.
인간이 아침에 침상에서 일어나는 그 간단한 동작은 사실 분절된 여러 움직임이 연속적으로 작용하며 완성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나의 동작씩 익혀나간다면 유독 난도가 높은 '이번 생'도 좀 더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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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한 동작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분절된 여러 움직임이 연결된 동작임을 발견한 일이 몇 번 있었다. 그 얘기를 해보려 한다.
스무 살 겨울에 친구와 함께 힙합 댄스 학원에 갔다. 멋진 춤 하나 정도는 익혀둬야겠다는 생각이었다. 화려한 비보잉에 끌렸지만, 관절이 남아날 것 같지 않았다. 팝핑 댄스 클래스에 등록한 이유다. 끈기가 없었던 친구는 한 달 만에 그만뒀다. 끈기가 있었던 나는 두 달을 배웠다. 팝핑 댄스를 배웠다고 소개하기엔 민망한 기간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웨이브의 기본 원리만큼은 여전히 내 몸 어딘가에 남아 있다. 그 원리는 내가 뻣뻣했다면 죽었을지도 모를 고비에 동물적인 유연성을 발동해 목숨을 살리지는 않았겠지만, 이 칼럼을 쓰게 하고 있다.
원리를 좀 알려주자면, 일단 오른손 다섯 손가락의 첫 마디를 절도 있게 꺾을 수 있어야 한다. 그다음엔 앞서 구부린 손가락 마디를 쭉 펴면서 손가락과 손등을 직각으로 만든다. 그 후엔 손가락과 손등이 이룬 직각의 방향을 바깥쪽으로 꺾어야 한다. 이렇게 각을 만드는 과정을 12번 정도 거쳐서 오른손에 있던 가상의 파동을 왼손 끝까지 넘겨 보낸다.
처음 배운 웨이브의 원리는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왔다. 왜냐면 TV 속의 여러 연예인이 웨이브를 보여줄 때, 그 부드러움에 감탄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을 흉내 낼 때도 멋지게 찰랑이는 하나의 움직임을 모방했다. 결과물은 웨이브가 아닌 연체동물의 흐느적댐이었다. 물결 같은 웨이브를 하기 위해선 일단 절도 있게 끊을 줄부터 알아야 했던 것이다. 비슷한 깨달음을 줬던 건 아이의 걸음마였다. 누워서 꼼지락대던 아기가 어느 날 느닷없이 팔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휘젓기 시작했다. 몸을 뒤집기 위한 반동을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몸을 뒤집은 날부터는 배를 바닥에 댄 채 슈퍼맨처럼 팔다리를 땅에서 떼고 버티는 연습을 했다. 등 근육을 만들기 위한 동작이었을 것이다. 그러더니 기었고, 일어섰고, 걸었다. 인간이 아침에 침상에서 일어나는 그 간단한 동작은 사실 분절된 여러 움직임이 연속적으로 작용하며 완성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무슨 소리를 하고 싶은 거냐면, 우리가 어떤 미션에 성공하지 못하는 건 어쩌면 그것을 단일한 덩어리로 보고 접근하기 때문일 수도 있단 것이다. 많이 알려졌다시피 우울함이 삶을 덮쳤을 땐, '오늘은 갓생(god+生) 살아야지' 같은 결심은 별 도움이 안 된다. 사실 '갓생' 안에는 수많은 세부 미션이 있기 때문이다. 무기력이 엄습했을 땐 '이불을 갠다' '거실로 나간다'와 같은 아주 작은 목표로 쪼개는 작업이 필요하다.
소중한 이에게 다정하게 대하겠다고 마음먹었다가 잘 되지 않을 때도 마찬가지다. 평생을 무뚝뚝하게 살다가 '자상한 아빠가 돼야지'라고 결심한 어느 날, 가족들의 냉대가 돌아와서 좌절했다는 경험담이 많다. 실제론 '자상한 아빠'라는 것은 셀 수 없이 많은 분절 동작을 오랫동안 연습한 끝에 얻게 되는 하나의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한 번 더 참을성 있게 듣고, 공감해주는 세부 동작부터 연습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나의 동작씩 익혀나간다면 유독 난도가 높은 '이번 생'도 좀 더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박창영 컨슈머마켓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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