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풍선 대치’ 재발하나…북-러 밀착 속 긴장 고조

대북전단 살포에 북 맞대응 뜻
북, 군사분계선 3번째 침범도

지난 29일 오전 전북 무주군 무주읍의 한 마을에서 북한이 날려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풍선이 전선에 걸린 채 발견돼 군과 경찰이 내용물을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21일 “분명 하지 말라고 한 일을 또 벌였으니 하지 않아도 될 일거리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며 전날 탈북민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비판하고 오물 풍선으로 맞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북-러의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 체결로 동북아 정세가 급변하는 가운데 남북 긴장 수치도 상승하고 있다.

김 부부장은 21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담화에서 “국경 부근에는 또다시 더러운 휴지장과 물건짝들이 널려졌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대북 전단을 보낸 단체를 “쓰레기들”이라고 칭하면서 “그 쓰레기들이 자국민들로부터 비난을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탈북민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지난 20일 밤 10시~자정 사이 경기 파주시에서 북쪽으로 전단과 이동식저장장치(USB), 1달러 지폐 등을 담은 대형 풍선 20개(전단 30만장)를 북으로 띄웠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겨냥해 “대한민국 전역에 수천개 고무풍선으로 오물 쓰레기를 무차별 살포해 국제사회에 비난과 규탄을 받고도 사죄는커녕 러시아 독재자·침략자 푸틴을 끌어들였다”고 주장했다.

지난 20일 밤 자유북한운동연합이 대북 전단을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경일 파주시장과 시청 직원들은 현장에서 이 단체의 활동을 막으려 30분가량 실랑이를 벌였다. 김경일 시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파주시 전 지역을 위험구역으로 지정하고 대북 전단 살포자의 출입을 금지하는 조치를 적극적으로 고려하겠다. 모든 행정력을 총동원해 주민 안전을 위협하는 대북 전단 살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이날 경기북부경찰청과 파주경찰서에 항공안전법 위반 혐의로 자유북한운동연합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이 단체는 지난달 10일과 지난 6일에도 대형 풍선을 북으로 띄웠고, 이에 북한은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9일 사이 4차례에 걸쳐 대남 오물 풍선을 날려 보냈다. 정부는 지난 9일 대북 확성기 방송을 틀었다. 김여정 부부장의 언급에 따라 북한은 기상을 살핀 뒤 5번째 오물 풍선을 띄울 가능성이 크다.

비무장지대 작업에 투입된 북한군들이 작업 도구를 들고 이동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이런 가운데 북한군은 지난 20일 또다시 군사분계선(MDL)을 침범했다.

합동참모본부(합참)는 “20일 오전 11시께 중부전선 비무장지대(DMZ) 안에서 작업하던 북한군 여러 명이 군사분계선을 20m가량 침범했고 군의 경고 방송·사격 이후 바로 북상했다”고 밝혔다. 북한군의 군사분계선 침범은 지난 9일과 18일에 이어 3번째다. 의도적 침범을 배제할 수 없는 부분이다. 다만 합참은 지난 2차례 침범 때와 같이 수풀이 우거져 군사분계선 위치를 파악하기 힘든 상태에서 작업을 하던 북한군이 군사분계선을 단순 침범했다고 했다. 북한군은 지난 4월부터 최전선에서 수풀을 없애는 불모지 조성, 지뢰 매설, 전술도로 보강, 대전차 방벽 구조물 설치 등의 작업을 하고 있다.

권혁철 nura@hani.co.kr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