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의 마켓관찰] 냉장고는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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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무더운 날씨다 보니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필수다.
이젠 해외에서 '아아'를 찾으면 "너 한국 사람이지?"라고 물어볼 정도란다.
냉장고에 대한 개념 자체는 18세기에 처음 등장했고 19세기 초부터 기술 개발이 본격화되었지만 크기도 크고 가격도 너무 비싸 상용화되질 못했다.
냉장고는 계속된 기술 발전과 더불어 얼음 외에 식품 보관이라는 새로운 수요를 발굴했고 가정용 냉장고의 탄생으로 인해 현재 전 세계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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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만드는 냉장고로 발전
제품화로 경제성 생기면
새로운 상품과 시장도 생겨
연일 무더운 날씨다 보니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필수다. 이젠 해외에서 '아아'를 찾으면 "너 한국 사람이지?"라고 물어볼 정도란다. 이 정도면 아아는 아메리카노가 아니라 코리아노라고 불러야 할 판이다. 그런데 이 시원한 아아를 마실 수 있게 만들어준 얼음을 우리는 공짜라고 인식하고 있지만, 얼음은 19세기 초부터 상품으로 거래되었다. 그리고 이 얼음의 상품화 덕분에 냉장고의 발달이 이뤄졌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물론 서울시 용산에 있는 동빙고와 서빙고처럼 얼음을 채취 보관하는 풍습은 겨울에 강과 호수가 어는 지역이면 어디든 존재한다. 하지만 이렇게 보관한 얼음은 주로 자가 소비나 선물로 이용되었기에 상품은 아니었다.
이런 얼음을 상품화한 인물은 19세기 미국의 사업가 프레더릭 튜더였다. 튜더는 뉴잉글랜드 지역의 겨울에서 흔하게 얻을 수 있는 얼음을 쿠바나 마르티니크섬으로 운송해 팔면 돈을 벌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를 낸다. 이 아이디어가 상당히 무모했던 것은 보스턴에서 쿠바의 아바나까지만 해도 직선거리로 2400㎞인 데다 당시 기준 항해 일정만 30일이 넘었다. 항해 중에 배는 햇볕과 더운 날씨에 그대로 노출된다. 이러니 아무도 얼음을 다른 나라로 실어 판매하는 무역을 시도하지 않은 것이다.
여기서 튜더는 발상의 전환을 시도했다. 어차피 어떤 외부 온도든 얼음보다는 높기 때문에 얼음은 녹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얼음이 외부 온도에 노출되는 것을 막는 것이라고 봤다. 그래서 얼음을 톱밥 등으로 단단히 둘러싸서 노출을 최소화시키고 녹아버린 물들이 빠르게 배출되어 얼음을 녹이는 것을 막았다. 그 덕분에 운송 중에 절반 이상이 녹긴 했지만 실제로 얼음을 실어나르는 데 성공한다. 문제는 얼음을 기껏 실어나르긴 했지만 당시 현지 사람들에겐 얼음이 딱히 필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튜더는 이 문제를 항구의 바에서 얼음을 이용한 음료를 판매하게 하는 것으로 해결한다. 사람들이 한 번 얼음을 이용한 술이나 음료를 맛보면 얼음에 대한 수요가 생길 것이란 판단이었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얼음을 이용한 음료에 대한 수요는 쿠바가 아니라 폭풍 때문에 대피했던 뉴올리언스와 뉴욕에서 크게 증가했고 뉴욕과 뉴올리언스는 당대 최고의 얼음 소비처로 떠오르게 된다.
19세기 중반부터 얼음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자 갑자기 떠오른 것이 바로 냉장고의 개발이었다. 냉장고에 대한 개념 자체는 18세기에 처음 등장했고 19세기 초부터 기술 개발이 본격화되었지만 크기도 크고 가격도 너무 비싸 상용화되질 못했다. 하지만 얼음 수요가 급증하자 냉장고는 얼음을 제작할 수 있는 기계로 주목을 받았고 개발 경쟁이 본격화된 것이다. 이 경쟁에서 유리했던 것은 천연 얼음이었다. 자연적으로 어는 것을 보관하고 운송만 하면 되었기에 비용이 저렴했던 덕분이다. 하지만 19세기 들어 공업화로 인해 천연 얼음 채취 지역의 물이 오염되기 시작했고 수인성 전염병 문제가 본격화되면서 천연 얼음은 점점 믿지 못할 상품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기술의 발전으로 냉장고를 통한 인공 얼음의 가격은 점점 저렴해졌고 20세기 들어 천연 얼음은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게 된다.
냉장고는 계속된 기술 발전과 더불어 얼음 외에 식품 보관이라는 새로운 수요를 발굴했고 가정용 냉장고의 탄생으로 인해 현재 전 세계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새로운 것이 상품화되면 관련 기술이 경제성을 가지게 되고 새로운 상품과 시장이 탄생한다. 우리가 오늘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여름 더위를 날 수 있는 것은 얼음을 상품화한 프레더릭 튜더 덕분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인이라면 튜더에게 아메리카노로 감사의 건배를 해보자.
[김영준 '골목의 전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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