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동네 삶의 풍경 저공비행한 작가의 눈

노형석 기자 2024. 6. 21. 17:1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 수년간 서울 변두리 달동네 집과 골목 풍경을 색다른 구도로 묘사한 풍경 작품들로 주목받아온 화가 허현숙(39)씨의 근작 전이 서울 성수동 레이블갤러리 1층과 지하전시장에서 열리고 있다.

주요 출품작인 '우리가 있었다'와 '나의 옛날옛적에게' 연작들을 보면, 슬레이트집, 깨진 기와집, 자재들이 지붕 위로 널브러진 비닐 천막집, 주민들이 부대끼는 골목길과 마당 같은 삶의 모습들이 기록화와 풍경화, 풍속화의 영역을 넘나들면서 집적된 양상으로 펼쳐진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허현숙 작가 근작전 ‘나의 옛날옛적에게’
허현숙 작가의 근작 ‘우리가 있었다Ⅸ’(2023)의 일부분. 드론을 타고 위에서 내려다 본듯한 구도로 서울 달동네의 삶 살이 풍경을 담았다. 작가가 사는 서울 당고개 상계동 일대 재개발 예정구역의 모습이라고 한다. 노형석 기자

지난 수년간 서울 변두리 달동네 집과 골목 풍경을 색다른 구도로 묘사한 풍경 작품들로 주목받아온 화가 허현숙(39)씨의 근작 전이 서울 성수동 레이블갤러리 1층과 지하전시장에서 열리고 있다.

‘나의 옛날옛적에게’란 제목이 붙은 전시의 출품작들 대부분은 서울 도심 동북쪽 지하철 4호선 과거 종점 어귀인 노원구의 당고개, 상계동 일대가 화폭의 배경이다. 작가가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터 잡고 살아온 동네다. 1960년대 이래로 수락산 자락에 넓게 펼쳐진 오래된 서민촌이었으나 지난 10년 사이 재개발 대상 구역이 되면서 급속히 쇠락해가는 이 지역을, 그는 드론을 타고 저공비행하며 내려다보는 듯한 구도로 포착한다. 이런 부감의 시선으로 집들의 지붕과 집들 사이 골목과 생활공간이 격자 모양으로 이어진 모습을 연필로 꼼꼼하게 묘사해냈다.

주요 출품작인 ‘우리가 있었다’와 ‘나의 옛날옛적에게’ 연작들을 보면, 슬레이트집, 깨진 기와집, 자재들이 지붕 위로 널브러진 비닐 천막집, 주민들이 부대끼는 골목길과 마당 같은 삶의 모습들이 기록화와 풍경화, 풍속화의 영역을 넘나들면서 집적된 양상으로 펼쳐진다. 전체적으론 정겨운 분위기의 달동네 마을 풍경 이미지들이지만, 세부를 살펴보면 재개발 운명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기존 재래식 가옥이 천장에 비가 새거나 허물어지기 시작해도 손을 쓰지 않은 채 비닐로 덮고 폐타이어들을 늘어놓은 채 방치하는 비정한 단면들이 비쳐 보인다.

전시장 지하에 내걸린 플래카드 모양의 설치작품. 서울 변두리 재개발 시행사 업체들이 온갖 희망찬 미사여구로 뒤발해 붙인 각종 플래카드 문구들을 천 조각에 흑연으로 옮겨 그렸다. 노형석 기자

최근 지역 재개발 시행 업체들의 플래카드에서 영감을 얻은 신작들도 눈길을 붙잡는다. 주민들 환심을 사려고 ‘감사’ ‘축하’ ‘확신’ 등의 희망적이고 밝은 문구로 온통 뒤발하며 달동네 곳곳에 내걸린 과장된 문구들을 확대해 그림에 옮기거나 실제 플래카드 모양의 천 조각에 떠 옮겨 지하층에 설치 작품으로 내걸었다.

작가는 “나와 아무 관계도 없어 보이는 축하 현수막 문구들에서 역설적으로 삶의 위안과 의욕을 느끼곤 한다”면서 “어디선가 집과 건물들이 부서지는 풍경들, 그렇게 눈앞에서 사라지는 유년기 동네의 기억들을 함께 떠올리면서 ‘그래도 삶은 흘러간다’는 깨달음을 눌러 넣으며 작업한 그림들”이라고 털어놓았다. 27일까지.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