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당대회서 빠지지 못하는 윤석열 대통령 이름
윤석열 대통령의 이름이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계속해서 거론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당무와는 선을 긋겠다는 입장이지만, 당권 후보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윤 대통령을 계속해서 소환하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도 표면적으론 중립 모드지만, 향후 국정운영에서 여당 협조를 유지하기 위해 친윤석열(친윤) 후보 당선이 필수적인 만큼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보이지 않는 손’ 역할을 하기를 원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권 도전을 선언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 대통령과 만났다. 그리고 다음날인 20일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21일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출마 결심 후 윤석열 대통령께 전화 상으로 구두보고를 드렸고 다른 주자들처럼 의례적인 덕담을 들었다”고 말했다. 원 전 장관의 등판을 두고 ‘친윤 후보’의 등판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 원 전 장관의 갑작스런 출마 결심의 배경에는 윤 대통령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다수다.
한 전 위원장도 지난 19일 윤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다. 20일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한 전 위원장 선거 캠프의 정광재 전 국민의힘 대변인이 공지문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이기는 정당을 만들어보겠다’는 당대표 출마의 결심을 말씀드렸고 윤 대통령께서는 격려의 말씀을 해주셨다”고 확인했다.
원 전 장관과 한 전 위원장은 모두 윤 대통령의 소통 사실을 공개했다. 다만 원하는 효과는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원 전 장관과 윤 대통령이 만났다는 게 공개된 건 진짜 친윤 후보라는 걸 보여주겠다는 것 아니겠느냐”며 “한 전 위원장은 나 그래도 윤 대통령이랑 나쁘지 않다는 걸 보여줘 보수층을 잡겠다는 정도의 목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당권 주자인 나경원 의원은 ‘줄 세우기’ 정치를 막자며 대통령실을 언급했다. 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이 “윤 대통령과 통화를 했다는 보도가 있다”고 묻자 “전당대회라든지 이런 게 되면 늘 줄 세우고 줄 서고 대통령실 팔거나 제2의 연판장 같은 사건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김기현 의원이 친윤 후보로 나와 당대표에 당선된 전당대회에서 친윤 초선 의원들 주축으로 나 의원의 당대표 출마를 막기 위해 연판장을 돌린 것을 부각한 발언이다. 자신이 대통령의 당무 개입 피해자였다는 점과 비윤 후보라는 점을 동시에 강조하려는 의도로도 읽힌다.
대통령실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고, 개입할 수도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향후 국정 운영을 위해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하나가 차기 여당 대표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당대표 후보들이 내놓은 발언과 공약은 윤 대통령과의 선긋기냐, 지원이냐로 갈릴 가능성이 크다. 대표적으로 채 상병 특검법, 김건희 여사 관련 특검법 등에 대해서 차기 당대표가 대통령실과 다른 목소리를 내게 되면 윤 대통령 입장에선 엄청난 부담이 될 수 있다. 윤 대통령의 보이지 않는 손이 이번 전당대회에도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나설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선호하는 후보는 있을 수밖에 없다”며 “드러나지 않는 방식으로 지원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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