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매수 의혹]④ 안부수 딸 카톡에 '부당거래' 정황...“아빠가 검찰과 합의봤어”
기사 요약
① 안부수 아태협회장 딸의 카카오톡 메시지에서 확인된 검사와 아버지의 '부당 거래' 정황
② 2023년 2월 17일자 카카오톡 내용 "아빠가 다 생각이 있어. 검찰과 보석으로 합의를 봤어"
③ 2023년 3월 18일자 카카오톡 내용 "아빠는 혼자고 쌍방울 (관계자)끼리는 다 합을 맞췄다"
④ 검사와 뒷거래 → 공범들 진술 세미나 → 검찰청 불법 면회 → 쌍방울 주택 제공 → 진술 번복
뉴스타파는 쌍방울 김성태 회장의 증인 매수 의혹을 추적 보도하고 있다. 앞서 뉴스타파는 쌍방울이 대북송금 사건의 핵심 공범인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의 딸에게 주거용 오피스텔을 제공한 후부터 안 회장의 법정 증언이 바뀐 사실을 확인했다. 또 이들이 지난해 수원지검 청사 안에서 이른바 ‘진술 세미나’를 벌일 때, 안부수 회장의 딸이 동석한 정황이 담긴 카카오톡 메시지도 공개했다.
지금까지 확인된 내용은 ▲수원지검에서 사건 공범들이 수시로 모였고 ▲피의자가 검찰에서 가족과 면회를 했으며 ▲ 이른바 '진술 세미나'를 벌인 직후 쌍방울이 안부수 딸에게 주택을 제공했고 ▲ 이후 안부수의 법정 증언이 뒤집어졌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의혹 제기가 아닌, 복수의 증언과 다양한 물증을 통해 교차로 확인된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드는 의문은 '검사는 왜 사건 공범들을 한자리에 모았을까' 라는 점이다. 뉴스타파는 이 의문을 풀 만한 결정적인 단서를 확보했다. 여기에는 검사가 피의자와 불법적인 거래를 한 흔적이 담겨 있었다. 이들의 부당 거래가 만약 사실이라면, 검찰의 '대북 송금' 수사 결과는 믿을 수 없게 된다. 또 핵심 공범들의 일치된 진술을 주된 근거로 삼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대한 1심 판결도 흔들리게 된다.
2023년 2월 17일자 카카오톡 "아빠가 검찰과 보석으로 합의를 봤어"
지난해 2월 17일 오전 8시 22분, 안부수 회장의 딸 C씨가 아버지의 측근 B씨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딸 C씨는 방금 전에 아빠와 통화했다면서 대화 내용을 설명한다. 이날 카카오톡 내용을 보면 안부수 회장이 딸에게 전화로 한 말은 "검찰과 보석으로 합의를 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검찰은 검사를 뜻하는 걸로 보인다.
그렇다면 검사와 어떤 합의를 한 것일까. 딸 C씨는 아버지에게 "이화영 쪽으로 붙어야 되지 않느냐...그래서 (아버지 얘기를) 딱 들어보면 의지가 돌릴 수가 없어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딸 C씨의 발언을 종합하면 '검사가 요구하는 진술을 해주는 대가로 아빠가 보석 석방을 약속받았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안부수 회장은 이 즈음부터 김성태 회장의 주장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딸 C씨는 아버지의 결정을 반대했던 것으로 보인다. C씨는 아버지를 담당했던 채희준 변호사에게 연락해 이 문제를 상의했는데 "검찰을 믿지 말라"는 조언을 받았다. 채 변호사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당시 딸 C씨에게 그러한 조언을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딸 C씨는 또 "근데 지금 변호사 해결도 안 되고 저도 갈 데 없고"라고 말했는데, 아버지의 변호사 비용과 본인의 거처 마련이 시급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로부터 한달여 뒤, 쌍방울은 딸 C씨에게 서울 송파구 소재 주거용 오피스텔을 얻어줬다. 이후 안부수 회장은 법정에 나가서도 기존의 증언을 뒤집었다.
만약 안부수 회장이 검사와 '보석 석방'이나 '구형량 축소' 등을 미리 합의한 뒤에 검찰 진술과 법정 증언을 번복한 것이라면, 이는 사법 질서를 교란하는 중대한 범죄 행위다.
2023년 3월 18일자 카카오톡 "쌍방울 (관계자)끼리는 다 합을 맞췄다"
딸 C씨는 2023년 3월 18일 오후 1시 4분경, 아버지의 측근 B씨에게 "수원지검에 가고 있다"고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이날 오후 2시경 수원지검에서 아버지를 만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후 오후 5시 44분에는 다시 B씨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아버지를 만나고 나온 후였다.
이날 딸 C씨가 보낸 메시지의 주요 내용은 ▲수원지검에서 아버지를 만났다 ▲김성태 회장을 비롯한 쌍방울 임원진들이 아버지와 함께 있었다 ▲아버지가 동석한 검사에게 '잘 봐달라'고 말했다 ▲쌍방울은 자기네들끼리 합을 맞췄다 등이다.
구치소가 아닌 검찰청에서 면회를 하는 건 엄연한 불법이다. 이에 더해 대북 송금 사건의 공범 관계인 김성태와 안부수가 한 자리에 있었다는 건데, 이른바 '진술 세미나' 의혹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이날 카카오톡 내용 안에 등장하는 쌍방울 임원 A씨에게 카카오톡 내용을 알려주고 사실인지 물었다. 그는 뉴스타파에 "수원지검에서 쌍방울 임원진이 수시로 모였는데, 안부수 회장과 딸이 있었던 적도 있다"고 인정했다.
"쌍방울은 자기네들끼리 합을 맞췄다"는 내용은 검사가 대질 신문을 하기 전에 미리 진술을 짜맞췄을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 또한 명백한 불법이다. 검찰은 교도관들이 피의자들과 같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은 불가능하다고 반박한다. 그러나 당시 현장에 있었던 쌍방울 임원 A씨는 "1313호 영상녹화조사실 밖에서 유리창을 통해 교도관들이 우리가 모인 걸 지켜봤지만, 안에서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는 듣지 못하는 구조였다"고 설명했다. 검사와 공범들이 한 방에 모인 걸 보고도, 이를 제지하는 교도관은 없었다고 한다.
검사와 합의 → 검찰 진술 번복 → 진술 세미나 및 불법 면회 → 쌍방울 주택 제공 → 법정 증언 번복
'대북 송금' 사건과 관련한 뉴스타파의 취재 내용을 시간 순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 쌍방울이 안부수 딸에게 주택 제공 약속 (김성태 회장 해외 도피 중)
② 김성태 회장 체포 및 압송(2023.1.17)
③ 안부수, 딸에게 전화로 "검찰과 합의했다"(2023.2.17)
④ 안부수의 검찰 진술 변경(800만 달러=경기도 스마트팜 대납 및 이재명 방북비용)
⑤ 수원지검에서 안부수 부녀 상봉, 검사와 쌍방울 임직원 동석(2023.3.18)
⑥ 검사가 김성태, 안부수, 방용철 등 공범 5명을 불러 대질 조서 작성(2023.3.19~3.20)
⑦ 쌍방울, 안부수 딸에게 주거용 오피스텔 제공(2023.3.31)
⑧ 안부수, 이화영 재판서 기존 법정 증언 번복(2023.4.18)
일련의 사건들이 아무런 연관성 없이 제각각 일어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안부수 회장의 측근 B와 쌍방울 임원 A의 증언 그리고 안부수 딸 C의 카카오톡 등을 종합하면 위의 일들은 일정한 인과 관계를 맺고 순차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화영에게 중형을 선고한 1심 재판부가 채택한 핵심 증거는 김성태, 방용철, 안부수 등 3인방의 일치된 진술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진술이 일치하는 배경에 검사와의 부당 거래, 공범들의 진술 세미나, 쌍방울의 주택 제공 같은 불법적인 요소가 있었다면 이는 심각한 사법 농단 행위다. 이에 뉴스타파는 일련의 의혹이 사실인지 수원지검 공보관에게 수차례 전화를 하고 문자메시지를 보냈지만, 사흘째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뉴스타파 봉지욱 bong@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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