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째 직장어린이집 설치 안 한 ‘이곳’, 어떻게 ‘가족친화인증’ 유지했을까요?[뉴스 물음표]

김원진 기자 2024. 6. 21.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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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 판교의 코스맥스 본사. | 코스맥스 홈페이지 갈무리

공통점이 없을 것 같은 코스맥스, 컬리, 다스, 한영회계법인, 중앙대 산학협력단을 묶어주는 하나의 키워드가 있습니다. 이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5월까지 2년 연속 어린이집 미설치로 명단이 공개된 기업입니다. 상시 근무하는 여성 직원 300인 이상 혹은 상시 근무 직원 500인 이상 사업장에선 직장어린이집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합니다. 정부는 매해 설치 의무를 어긴 기업의 소명을 들은 뒤 명단을 공개합니다. 정부에게서 명단을 받은 지방자치단체는 연 2회 1억원씩 이행강제금을 기업에 부과합니다.

2년 연속 직장어린이집 설치를 하지 않은 기업 중 화장품 제조사 코스맥스는 한국 콜마와 더불어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업계 1, 2위를 다투는 기업입니다. 지난해 매출액 1조7775억원에 영업이익 1157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코스맥스에 근무하는 직원도 적지 않습니다. 정부의 직장어린이집 미이행 공표명단을 보면 경기 성남 판교 본사의 상시 근무 직원은 588명입니다. 코스맥스의 정규직 직원 588명 중 여성은 401명(68.2%)입니다. 지주회사인 코스맥스비티아이 근무 인원(199명)까지 합치면 정규직 직원만 800명 가까이 됩니다.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 공개된 직장어린이집 설치 미이행 기업 명단. | 보건복지부 홈페이지 갈무리

코스맥스 정규직 직원의 보육 대상 유아는 61명입니다. 코스맥스는 정부에 직장어린이집 설치 미이행 사유를 ‘보육수요 부족’으로 소명했습니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직장어린이집 임대를 하려 했는데 계약 진행이 잘 되지 않았다”며 “위탁 계약을 한 어린이집에 직원들이 자녀를 맡기고 있고 보육료의 50%도 지원한다”고 했습니다. 또 “직장이 있는 판교보다 집 근처에서 어린이집을 보내고 싶어하는 직원들이 많아 직장어린이집 수요가 많지는 않은 편”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코스맥스는 여성가족부에서 ‘가족친화인증’을 받은 기업이기도 합니다. 코스맥스는 2017년 여가부의 가족친화인증을 받은 뒤 2020년과 2022년 재인증을 받았습니다. 코스맥스는 자사 홈페이지에서 ‘일과 삶의 균형’을 강조하며 유연근무제, 연장근무 최소화, 가정의 날 운영 그리고 가족친화인증 획득을 강조합니다.

가족친화인증은 2008년부터 시행된 제도로 여가부의 저출생 정책 중 하나입니다. 가족친화인증을 받은 기업은 정부·지자체 사업 선정 시 가점, 출입국 우대카드 발급 등 239개 혜택을 받습니다. 여가부는 기업의 육아휴직 이용률, 연차 사용률, 가족 건강지원제도 운영 여부, 최고경영층의 관심·의지 등을 평가한 뒤 가족친화인증 여부를 결정합니다. 지난해 12월 기준 5911개 기업이 인증을 받았습니다.

가족친화인증 획득을 자사 홈페이지에서 홍보한 코스맥스. | 코스맥스 홈페이지 갈무리

직장어린이집 설치 미이행 기업이 어떻게 가족친화인증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일까요. 여가부는 지난해 5월 코스맥스의 직장어린이집 설치 미이행 사실을 파악했다고 합니다. 당시 여가부는 코스맥스의 소명을 들은 뒤 가족친화인증 유지를 결정했는데, 코스맥스는 올해 또 다시 직장어린이집 설치 미이행 기업 명단에 포함된 것입니다.

여가부가 코스맥스의 가족친화인증을 유지한 결정은 여가부 고시와 충돌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여가부 고시인 ‘가족친화기업 등 인증기준’을 보면 ‘가족친화인증을 받고자 하는 기업 및 공공기관은 가족친화 관련 법규 요구사항을 준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가족친화 관련 법규에는 직장어린이집 설치를 다룬 남녀고용평등법이 있습니다. 남녀고용평등법 21조 ‘사업주는 근로자의 취업을 지원하기 위하여 수유ㆍ탁아 등 육아에 필요한 어린이집을 설치해야 한다’고 명시합니다.

여가부 관계자는 “2년 연속 직장어린이집 설치 미이행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에 올해 다시 재검증 절차가 진행될 것이고, 코스맥스는 가족친화인증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습니다.

보건복지부 제공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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